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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개혁은 공짜가 아니다"…'네거티브 규제' 위한 예산확보 필요
구태언 변호사, KIPFA 조찬포럼서 규제개혁 위해 시행령 입법개선 등 제안
2020-01-16 13:19:22 2020-01-16 13:19:22
[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신산업 육성을 위해 포지티브 규제에서 네거티브 규제로 규제정책을 전환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됐다. 하지만 규제개혁이 공짜로 이뤄지는 건 아니다. 기존 규제를 혁신하기 위한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제도적, 법적 정비가 필요하고 다방면의 사회안전망이 구축돼야 한다. 규제개혁을 위한 정책 개발과 연구 과정도 선행돼야 한다.
 
16일 서울 역삼동 팁스타운 S1에서 열린 한국인터넷전문가협회(KIPFA) 조찬포럼에서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가 지적한 내용들이다. 구 변호사는 이날 포럼 강연자로 나서 "정부예산 520조원 중 규제개혁을 위한 예산을 찾아보기 힘들다"며 "20조원의 연구개발(R&D) 예산 중 1% 수준인 2000억원을 규제개혁 연구예산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통산업과 갈등을 빚는 신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포지티브 규제에서 네거티브 규제로 규제정책의 획기적 전환이 절실하다는 판단에서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가 16일 한국인터넷전문가협회(KIPFA) 조찬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안창현 기자
 
구 변호사는 기존 포지티브 규제가 산업화 시대를 이끌었지만 더 이상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봤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들어서 과감한 기업혁신과 시장진출을 가로막고, 당장 국내 기업들이 퍼스트무버(first mover)로 나가지 못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최근 디지털 시장에서 지배적 플랫폼들은 콘텐츠(C), 프라이버시(P), 머니(M)를 장악한다"며 "지난해 구글이 국내 동영상 플랫폼 점유율 88%를 기록하고 네이버가 2%인 걸 보면, 국내 CPM이 글로벌 플랫폼사들에 유출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시행령 입법방식 개선과 낡은 진흥법 일괄 폐기, 규제총량평가제도 도입 등 네거티브 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 방안도 제시했다. 구 변호사는 "법률에서 허용과 금지의 내용을 명확히 규정해야 하는데, 이를 시행령으로 넘기는 경우가 많다"며 "이후 정부입법인 시행령에서 규제의 거미줄화가 이뤄지고 포지티브 규제를 양산하는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타다 금지법이나 특금법 등이 그런 경우다.
 
정부 각 부처에서 경쟁적으로 만든 다양한 진흥법도 정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오늘날 실질적인 산업 진흥은 민간 주도로 가능하고, 정부는 산업 성장에서 걸림돌을 제거하는 방식의 개입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구 변호사는 "'진흥'이 들어간 무수한 법률을 통해 실제 산업과 기업들이 육성되지는 않는다"며 "진흥법이 특정 정부부처에 과도한 권한을 주고 있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규제총량평가제도를 도입해서 과잉 규제가 이뤄지지 않도록 현재 상황을 점검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구 변호사는 "글로벌 규제와 동떨어진 갈라파고스 규제들을 과감히 철폐해야 규제개혁과 산업혁신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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