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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부터 판매까지 타격…코로나에 무너지는 자동차 업계
현대차 울산 4공장 또 휴업…"1명이라도 확진되면 전 공장 멈출 위기"
르노삼성·BMW 등 신차 출시 행사 줄줄이 취소에 판매 타격도 불가피
2020-02-26 05:36:18 2020-02-26 05:36:18
[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자동차 업계가 코로나 19사태로 휘청거리고 있다. 중국산 부품 수급 문제가 고비를 넘기면서 숨통이 트이는 듯했지만 국내 지역사회 감염이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했다. 신차를 내놓고도 적극적인 홍보에 나설 수 없어 판매에 차질이 생기고 있고 코로나 19 확진자 속출로 어렵게 가동을 재개한 공장을 다시 전면적으로 멈춰 세워야 할지도 모를 위기에 처했다. 채용은 물론이고 출장과 미팅 등 일상적인 업무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울산 4공장 포터 생산라인을 이날 하루 동안 멈춰 세웠다. 코로나 19 여파로 포터 적재함 철판을 납품하는 1차 협력업체 서진산업이 가동을 중단한 영향이다. 서진산업은 지난 21일 집에서 숨진 직원이 코로나 19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공장 문을 닫았다.
 
현대자동차가 25일 포터를 만드는 울산 4공장을 휴업하고 르노삼성 등이 신차 출시 행사를 취소하는 등 코로나 19 국내 확산 여파로 인한 자동차 업계가 생산·판매 등 전방위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 사진은 한산한 울산 현대자동차 명촌정문 모습. 사진/뉴시스
 
현대차의 생산 차질은 기간과 범위가 아직 한정적이지만 만약 울산 공장 근무자 중 코로나 19 확진자가 나오면 전면적인 생산 중단이 불가피하다. 이런 위기의식은 내부에서도 강하다.
 
현대차 노조는 전날 담화문을 통해 "구미 삼성전자에서 봤듯 코로나 19 확진자가 단 한 명이라도 생기면 전 공장을 세워야 하는 끔찍한 사태가 올 수도 있다"며 "조합원들은 강화된 예방 활동이 불편하더라도 함께 해줘야 하고 위험국 여행 금지, 예방원칙 준수 등을 통해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해달라"고 강조했다.
 
또 확진자가 발생한 영천, 경주지역에 자동차 부품 공장까지 관리되지 않으면 예방 활동이 소용없다며 협력사까지 점검하고 다양한 대책을 만들겠다고도 밝혔다.
 
현대차는 사망자가 나온 서진산업 출장자와 신천지 교회 예배에 참석한 울산지역 확진자와 접촉한 직원 등 6명을 자가격리하고 있다. 울산에서는 지난 22일 코로나 19 확진자가 처음으로 발생했고 현재는 4명으로 늘었다.
 
현대차는 코로나 19 확산 우려로 서울 양재동 본사의 외부인 출입을 제한했고 신입사원 채용 일정도 연기했다. 출장과 외부업체와의 미팅은 최소화하고 회의도 화상으로 대체하도록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부품 문제로 이미 상당한 생산 차질이 있었는데 공장을 또 멈추게 되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피해가 될 것"이라며 "직접 접촉을 줄이기 위한 조치는 코로나 19 확산 방지에 도움이 되겠지만 일상적으로 해왔던 업무에는 제약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는 판매 전략에도 타격을 입고 있다. 르노삼성은 다음 달 초로 예정됐던 XM3 출시 행사 'XM3 Xperience Day' 일정을 취소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세단의 매력을 결합한 XM3는 회사의 운명을 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르노삼성에 남다른 의미가 있는 모델이다. QM6 혼자 감당하고 있는 내수 실적을 끌어 올리는 동시에 로그 생산 중단으로 생긴 수출 물량을 대체해야 할 역할이 있어서다.
 
페라리는 오는 27일 진행할 예정이던 812 GTS & F8스파이더 미디어 쇼케이스를 취소했다. 행사 규모 축소도 검토했지만 코로나 19가 급격히 확산하면서 계획을 철회했다.
 
앞서서는 BMW가 지난 18~19일로 계획했던 1시리즈와 2시리즈 미디어 공개 및 시승 행사를 취소했다. BMW는 행사 일정을 다시 잡을 생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출시 행사는 소비자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상당히 중요한데 전통적인 베스트셀링 모델이 아닌 이상 초기에 이목을 끌지 못하면 판매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며 "당장의 생산·판매가 어려운 것도 문제지만 코로나 19에 대한 우려 때문에 움츠려 있을 수밖에 없는 게 더 갑갑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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