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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A로 주식투자 열어주면 의결권은 누가?
'3%룰'로 주총 성립 가뜩이나 어려운데…증권사 무관심·정부 고민 부족, 투자자만 '답답'
2020-03-27 15:45:40 2020-03-27 15:50:04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 배당소득세 절세를 위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통해 상장펀드에 투자한 A씨는 최근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펀드 운용사에 연락했다가 박대를 당했다. 주주명부에 있는 주주가 아니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A씨는 증권사에도 해당 상품에 대해 물어봤지만 잘 모른다며 해당 펀드 운용사로 문의하란 대답만 돌아왔다. 
 
ISA가 주주권리의 사각지대에 놓였다. ISA를 통해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는 종목에 투자했는데 법적 주주가 아니라는 이유로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의결권 행사를 대신해야 할 증권사 등은 여기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정작 주주총회를 통과시켜야 하는 상장펀드 운용사들은 의결정족수를 모으지 못해 속을 태운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ISA 투자 대상에 주식을 포함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혀 의결권 행사를 두고 벌어지는 혼란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상장펀드 중 하나인 하이골드12호는 이날 정기주주총회를 열어 목표수익률을 하향조정하는 등의 안건을 처리했다. 이 선박펀드는 지난 13일에도 주총을 열었지만 최소한의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주총을 2주 미룬 터였다. 
 
하이골드12호 같은 상장펀드들은 일반 상장기업처럼 많은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나 기관투자자 등이 있는 것이 아니어서 주총을 열 때마다 의결정족수 채우기로 골머리를 앓는 경우가 많다. 이들에겐 주주 한명이 아쉬운 상황이다. 
 
하지만 ISA 계좌로 상장펀드를 매수한 투자자들의 의결권을 대리해야 할 증권사들은 주총에 관심이 없다. ISA는 특정금전신탁이기 때문에 의결권 등 주주로서의 권리는 투자자가 아닌 금융투자회사가 갖고 있으나, 금융투자회사들은 의결권 행사를 하지 않고 있다. ISA로 상장펀드에 투자한 규모가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관련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여기에는 ISA 투자 대상에 주식을 포함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사진/뉴시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주총 안건마다 투자자들에게 일일이 다 물어보고 의결권을 대신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증권사가 임의대로 찬반을 표시했다가 나중에 문제가 될 여지도 있어서 대부분 의결권 행사를 포기한다”고 말했다. 
 
스튜어드십코드의 책임의무에 대해서는 “이렇게 모이는 지분도 많지 않은데 우리 ISA 계좌로 상장펀드를 보유한 투자자 수나 투자금액 규모가 크지 않다”며 “2년 전 맥쿼리인프라의 운용사 교체 안건처럼 투자자 수익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경우엔 주총에도 참여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증권사가 의결권을 행사한 주총은 그때 한번 뿐이었고, 이들과 사정이 같은 다른 증권사는 해당 주총에도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더구나 A씨의 경우 ISA에 가입한지 3년이 지났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사실은 작년에야 알게 됐다. 특정상품으로의 가입 유도 등을 방지하기 위해 고객 문의가 없으면 금융회사 직원이 먼저 상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추천하지 못하게 돼 있는 규정 때문이란 설명이었다. 
 
이런 와중에 정부는 최근 증시 안정 및 활성화를 위해 ISA에 주식을 직접 편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실질적인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가 제한돼 있는 현 제도를 그대로 적용할 경우 가뜩이나 ‘3% 룰’ 때문에 주총 때마다 의결권 모으기에 혈안인 중소 상장사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김승건 기획재정부 금융세제과장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ISA에 그런 문제가 있는지 미처 몰랐다”고 인정했다. 김 과장은 “(주식 편입 허용을)어떤 식으로 하게 될지 구체적인 방안을 곧 논의할 예정”이라며 “금융회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최소한 ISA에 가입할 때 의결권이 없어진다는 사실을 고지하는 방안 등을 함께 논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A씨는 “몇 년째 보유 중인 진짜 주주인데 법적 주주가 아니라는 이유로 펀드 회사에서 박대를 당하고, 증권사는 내 의결권에 관심이 없고, 정부는 제도가 이 모양인데 고치지는 않고 주식으로 넓힌다고 한다”며 관계자들을 싸잡아 비판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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