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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킹덤 시즌2’ 김혜준, 모든 걸 뒤집은 악바리 근성
“시즌1 논란 너무 창피했다…시즌2 대본 보고 나도 소름 끼칠 정도”
“‘중전’ 이 정도 ‘악인’일 줄 몰랐지만…이제는 ‘중전’ 이해할 수 있다”
2020-04-01 00:00:00 2020-04-01 09:09:12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작년 1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이 공개된 뒤 국내 여론과 넷플릭스 유저들은 집중 포화를 날렸다. 목표는 바로 배우 김혜준이다. ‘킹덤’이란 거대한 글로벌 프로젝트에 이름도 생소한 신인 여배우가 주연급으로 이름을 올렸다. 작가부터 연출 그리고 배우들까지 날고 긴다는 최고의 스타들이 뭉쳤다. 그 안에서 김혜준은 도드라진 못이고, 어설픈 쭉정이 느낌이었다. 당연히 시즌1 공개 뒤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며 ‘김혜준에 대한 비난’은 뜨겁게 달아 올랐다. 그리고 딱 1년이 지났다. 김혜준은 같은 작품의 시즌2에서 1년 전 상황을 완벽하게 뒤집어 버렸다. ‘킹덤 시즌2’가 최근 공개되고 전 세계 유저들과 국내 언론은 김혜준이 연기한 ‘중전’ 캐릭터를 최고의 히든 카드로 추켜 세웠다. 김혜준은 ‘중전’이란 인물을 소름 끼치는 사이코패스 이상으로 만들어 버렸다. 우스갯소리로 시즌1의 어설픈 연기가 완벽하게 계산된 그것이었단 착각까지 들게 만들어 버렸으니 말이다.
 
배우 김혜준. 사진/넷플릭스
 
‘시즌2’가 공개된 뒤 김혜준이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아마도 ‘연기력 논란 극복기’였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시즌1’은 전 세계에 신드롬을 일으키며 넷플릭스가 이례적으로 조기에 시즌2 제작을 확정한 바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유독 호불호가 갈렸다. 특히 그 중심에는 김혜준이 있었다. 김혜준은 시즌1 당시 논란에 대한 질문에 쑥스러운 듯 고개부터 숙였다.
 
“그때만 생각하면 정말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죠. 속상했다기 보단 칭피했어요(웃음). 힘들고 우울하기도 하고. 그래도 시즌1 공개 이후 비난이 쏟아질 때 영화 ‘변신’을 찍고 있어서 좀 견딜 수 있었어요. ‘변신’때도 사실 되게 우울했는데, 어느 순간 ‘이러다 이 작품에게까지 피해를 주겠다’ 싶어서 번뜩 정신을 차렸죠. 시즌1에서 너무 욕을 먹어서 시즌2에선 꼭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자 생각했는데 예상 밖으로 너무 반응이 좋아 어리둥절하기만 해요.”
 
시즌1에서의 어설픈 중전의 모습, 하지만 시즌2에선 본격적으로 발톱을 드러내고 권력의 중심으로 이동하는 중전의 모습은 카타르시스와 함께 인물의 숨겨진 내면까지 느껴지게 만들었다. 자세한 내용을 언급하기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깊게 서술할 수는 없지만, 김혜준의 시즌2 중전 모습은 악의 근원을 쫓는 시선에선 최고의 결말이자 대답이었다.
 
배우 김혜준. 사진/넷플릭스
 
“저도 시즌1에선 어설픈 모습이 드러나야 한다고 봤었죠. 아버지 조학주의 야망을 보면서 자라고, 딸이기에 아버지의 권력을 유지하는 도구로만 살아온 중전의 모습은 사실 안쓰럽기까지 해요. 그런데 그런 중전이 정말 권력을 탐하지 않았을까요. 권력을 탐한 게 아니라, 아버지에게 인정을 받고 싶지 않았을까 싶었죠. 시즌1에서 꼭두각시였던 중전이 시즌2에서 본격적으로 얼굴을 드러내는 장면에 저도 소름이 돋았어요.”
 
시즌1의 연기력 논란만큼, 그리고 시즌2의 완벽한 반전 키워드로서 ‘중전’ 캐릭터는 쉽게 소화하기 힘든 배역이었다. 특히나 미혼이자 신인으로서 김혜준에게 사극 속 ‘중전’이란 배역은 다른 나라의 언어처럼 들릴 법했다. 대본에는 그저 상황 묘사만 나왔지만 출산 장면도 있었다. 그는 걱정보단 흥미로운 시선으로 바라봤다며 극중 중전의 출산 장면 상황을 설명했다.
 
“사극도 처음이었지만 출산 장면은 되게 신기했었죠. 대본에는 사실 ‘중전이 출산을 한다’ 정도의 상황 설명만 나와 있었어요. 그 외에 상황 설명을 담은 지문 정도만 대본에 있었죠. 그리고 현장에 본 세트는 되게 신기했어요(웃음). 우선 고증이 철저한 세트라고 하던데, 커다란 둥지처럼 생겼잖아요. 그리고 목각 인형도 되게 신기했고. 사실 진짜 어려웠던 건 실제 아이를 안는 장면이었죠. 아이 엄마가 현장에 오셨고, 그 작은 아이를 제가 안아야 하는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너무 힘들었어요(웃음). 그 작은 아이가 다치기라도 하면 큰일이잖아요. 아이와 잠깐 찍는 그 장면이 전 사실 최고로 힘든 장면이었어요.”
 
배우 김혜준. 사진/넷플릭스
 
시즌1에서 다소곳하던 중전이 시즌2에선 매섭게 변하는 대목도 눈길을 끈다. 그리고 시즌1에선 누구보다 순진한 눈빛이었다. 하지만 알고 보니 ‘킹덤’ 세계관 최고의 악이었다. 특히 시즌2에서 중전이 벌이는 파격적인 악행은 출연 배우들도 깜짝 놀랄 정도였다. 류승룡과 주지훈 그리고 배두나 김성규 등 주요 배역을 맡은 배우들도 가장 놀랐던 반전으로 중전 캐릭터를 꼽았다.
 
“저도 이 정도로 악역일 줄은 몰랐죠(웃음). 시즌1에선 그냥 아버지에 치여 사는 어리고 나약한 소녀 정도일 줄 알았죠. 물론 내면에 악을 담고 있다고 했지만 이렇게 폭발시킬 줄은 몰랐어요 하하하. 그럼에도 이런 악역을 내가 또 언제 해볼까 싶기도 해요. 그만큼 어렵기도 했고. 또 제가 평생 뱉어보지 못할 말을 마구 쏟아내니 스트레스 해소도 되던걸요(웃음). 중전이면 왕비잖아요. 여자로서의 로망도 이뤄내고 하하하.”
 
시즌1 논란과 함께 시즌2 공개 이후 가장 극찬을 받고 있는 김혜준을 곁에서 보는 부모님의 시선이 제일 궁금했다. 시즌1 당시 마음 고생을 제일 심하게 했던 김혜준의 모습과 시즌2에서 최고의 연기력으로 모든 것을 반전 시킨 모습까지. 부모님이 곁에서 바라본 딸 김혜준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또 그런 부모님을 바라본 김혜준의 시선은 어땠을까 궁금하다.
 
배우 김혜준. 사진/넷플릭스
 
“하하하, 저희 부모님이 정말 되게 무뚝뚝하실 정도로 아무 말씀을 안 하세요(웃음). 진짜 집에서도 TV도 잘 안보세요. 시즌1때도 다 보신 것 같기는 하신데 아무 말씀을 안 하시는 거에요. 기사나 댓글도 다 보시는 것 같은데. 근데 이번 시즌2 공개되고 나선 저 스케줄 끝나고 집에 들어가니 ‘잘했더라’라고 한 마디 하시는 거에요. 부모님이 되게 일찍 주무시는 데 시즌2는 새벽 3시까지 정주행 하셨대요. 하하하.”
 
이제 김혜준은 K-콘텐츠의 중심이 된 ‘킹덤 시즌2’의 중심이 됐다. 시즌1 촬영 당시부터 자신에게 용기를 준 김은희 작가부터 김성훈 감독, 그리고 이번 시즌2의 박인제 감독과 선배 배우들 모두가 감사하단다. ‘킹덤’을 통해 분명히 한 단계 성장한 그는 새로운 ‘킹덤’의 시즌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배우 김혜준. 사진/넷플릭스
 
“어떤 모습으로 어떤 위치에서 ‘킹덤’을 또 받아들일지 모르겠지만 저도 다음에 이어질 ‘킹덤’의 세계가 너무 기다려져요. 그리고 그렇게 밉기만 했던 ‘중전’이 이젠 이해도 되요. 환경이 만들어 낸 괴물이지만 너무 슬프고 안타까운 인물이란 생각만 들어요. 나도 수고했고, 중전에게도 제가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킹덤’을 통해 책임감을 배웠고, 당연히 성장을 할 수 있는 자양분을 아주 많이 얻어 갑니다. 감사합니다(웃음).”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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