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닻 올린 아시아펀드패스포트, 본궤도 오르기까지 험로
국내 운용사, 시스템 구축 전무…"국가별 판매제도·세제 조율해야"
2020-05-28 06:00:00 2020-05-28 06:00:00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국가 간 장벽을 넘어 펀드를 거래할 수 있는 '아시아 펀드 패스포트(Asia Region Fund Passport·ARFP)'가 닻을 올렸지만 본궤도에 오르기까지 험로가 예상된다. 국내 자산운용사에 당장 국가 간 펀드 거래를 소화할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은데다 국가별로 펀드 판매 제도와 세제·환율 차이 등 풀어야할 과제들이 산적해있어서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 호주, 태국, 뉴질랜드 등 아시아 지역 5개 국가는 이날부터 펀드상품을 교차 판매할 수 있는 아시아 펀드 패스포트 제도를 본격 시행한다.
 
아시아 펀드 패스포트는 여권처럼 등록한 펀드를 간소한 등록절차 만으로 여타 회원국에 판매할 수 있는 제도로, 금융당국은 지난 2016년 5개국 간 양해각서(MOC)를 체결하고 ARFP 국내 도입을 위한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이를 통해 국내 자산운용사의 해외 진출 기회를 열어주고 투자자의 펀드 선택권을 확대한다는 목적이다.
 
하지만 회원국 간 실제 펀드 판매가 이뤄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펀드 판매를 위한 마케팅부터 펀드 설정·환매 등을 위한 시스템 등 실질적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데다 환율, 세제, 회계 등 제반 사항도 해결해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KB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NH아문디자산운용 등 주요 자산운용사들 가운데 ARFP 관련 펀드 포트폴리오를 마련하거나 시스템을 정비하고 있는 곳은 전무하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ARFP가 도입했다고 해서 당장 해외에 나가 펀드를 판매하기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며 "판매 시스템 등 여러 가지 기반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NH아문디자산운용 관계자는 "아직 (제도 도입)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화자산운용 관계자 또한 "세금이나 환율 등 풀어야할 문제가 있고, 시스템도 정비해야 한다"면서 "현재로서는 특정 국가를 상대로 한 펀드 상품이나 전용 라인업을 언제까지 내놓겠다고 말하긴 어렵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운용업계에서는 ARFP 도입이 공모펀드 활성화의 초석이 될 것이라는 기대와 국내 운용사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교차한다. 글로벌 증시 변동성 확대와 당국 규제, 라임사태 등으로 위축된 펀드시장에 활기를 줄 것이라는 전망과 시장 파이를 뺏길 것이라는 위기감이 공존하는 셈이다.
 
중소형 운용사 한 관계자는 "해외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운용사의 경우 트랙 레코드(투자성과)를 쌓아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데 회사 규모나 투입되는 비용 등을 감안했을 때 어려운 부분이 많다"면서 "반대로 글로벌 운용 노하우를 갖춘 해외 운용사가 국내에 유입되면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올해 1분기 자산운용사 282곳의 당기순이익은 1856억원으로 전년대비 38.9% 감소했으며 전체 자산운용사 중 158개사(56%)는 적자를 기록했다.
 
장기적으로 기회가 될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운용사 다른 관계자는 "ARFP정착까지는 시간이 어느정도 소요되겠지만,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기회가 확대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장기적으로 보고 접근한다면 오히려 운용사에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고, 투자자 입장에서도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고 진단했다.
 
한편 금융투자협회는 ARFP제도 연착륙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 자산운용사의 제도 활용을 지원할 계획이다.
 
금투협 관계자는 "아시아패스포트 펀드 등록 절차와 적격요건, 법령 등의 내용을 포함한 가이드라인을 금투협 홈페이지를 통해 안내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ARFP 펀드 판매와 관련한 투자 전략이나 정책은 각 운용사가 자체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면서도 "태스크포스(TF) 등을 통해 제도 도입 과정에서 운용 업계의 애로 사항 등도 충실히 듣고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패스포트 펀드 등록절차. 표/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