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인터뷰)박신혜, ‘#살아있다’ 속 유아인 바라본 느낌과 감정
“한 사람 감정 따라가며 희망 얘기하는 감정 눈에 띄어 선택”
“제한된 대사량, 표정만으로 상황 감정 전하는 것 어려웠다”
2020-06-30 00:00:00 2020-06-30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2017년 ‘침묵’ 이후 3년 만의 스크린 출연작이다. 그래서 기대감이 컸다. 공교롭게도 영화에 대한 이슈보다 연인 최태준과의 2018년부터 공개 연애 중인 상황이 더 이슈가 돼 버렸다. 난감하고 조금은 아쉬운 표정이었다. 그럴 만도 했다. 현재 최태준은 군복무 중이다. 무엇보다 ‘코로나19’로 극심하게 위축된 국내 영화계의 구원투수가 될 작품으로 손꼽히고 있는 ‘#살아있다’의 주연 배우란 막중한 책임감이 자신의 개인적인 일로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이 올까 봐 두렵고 아쉬운 것이었다. 올해 서른 살이지만 무려 데뷔 17년 차의 중고참인 배우 박신혜는 이 영화로 제2의 전환점을 노린다. 아역에서 성공적인 성인 연기자로 변신했다. 드라마와 영화에서 주연도 여러 번 도 맡아 왔다. ‘#살아있다’는 사실 박신혜보단 유아인이란 걸출한 상대역이 존재하기에 본인의 역할도 분명 이슈적인 측면에서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박신혜의 역할이 이 영화의 핵심이었음을 알게 된다. 무려 영화 시작 40분이 지난 뒤 등장하는 박신혜이지만 데뷔 이후 출연작 전체를 통틀어 손에 꼽을 만큼 강렬했다.
 
배우 박신혜. 사진/솔트엔터테인먼트
 
박신혜와의 인터뷰 전날 일부 매체를 통해 ‘최태준과의 공개 열애 이상무’란 기사가 쏟아졌다. 그는 난감해 하면서도 그마저도 영화에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자신을 던지겠다며 웃는다. 성격 좋고 사람 좋기로 소문난 박신혜는 다소 민감한 개인사였지만 호탕했다. 반대로 영화의 성공을 위해선 지금의 어려운 상황이 사실 가장 걱정이 된다며 첫 인사를 했다. 
 
“매번 영화인들이 개봉 때마다 하시는 말씀이지만 요즘 같은 시기에 ‘극장에 많이 와주세요’라고 말씀 드리는 것 자체가 죄송해요. 그럼에도 우린 희망이 있잖아요. 이 영화가 그걸 말하고 있고. 사람들의 본질적인 부분을 이 영화가 담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 영화가 장르물이지만 한 사람의 감정을 따라가다 보면 희망에 대한 원천적인 부분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요즘 시대와 맞아 떨어지는 점도 있지 않을까 소개해 봅니다.”
 
배우라면 사실 쉽게 선택하긴 쉽지 않은 장르물이다. 우선 좀비가 등장한다. 이젠 국내 영화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소재이지만 아직도 낯선 소재다. 그리고 재난이다.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등장 인물이 극히 제한적이다. 연기는 주고 받는 것에 대한 반응이다. 영화에서 박신혜는 등장 이후에도 함께 호흡할 배우가 같은 공간에 있지 않는다. 배우로선 어려움투성이다.
 
배우 박신혜. 사진/솔트엔터테인먼트
 
“말씀해 주신 점이 전부 다 맞아요(웃음). 전종서씨와 함께 찍은 ‘콜’ 촬영 당시에 이 영화 시나리오를 받았어요. 저도 좀비 장르를 좋아해서 ‘재미있겠다’는 생각은 했었죠. 문제는 제가 연기한 유빈과 유아인씨가 연기한 준우가 만나기까지의 상황, 그리고 만난 뒤 반응이 흥미로웠죠. 만나기 전과 만난 뒤 상황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 궁금했어요. 클리셰도 없고 일반적인 상황도 아니고, 정말 궁금했어요. 이걸 어떻게 만들어 낼까.”
 
가장 흥미로웠고 어려웠던 점은 제한된 대사량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배우로서 대사가 적단 점은 ‘쉽다’가 아닌 ‘어려움’에 더 가깝다. 대사는 정보를 전달하는 매개체다. 대사가 많으면 배우로선 움직일 수 있는 행동 반경이 더 넓어진다. 하지만 이 영화에선 대사가 적다. 더욱이 박신혜나 유아인 모두 한 동안은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에 갇혀 지내야 했다.
 
“(웃음) 진짜 쉽지 않더라고요. 기본적으로 무서운 걸 대사가 아닌 표정으로 전달해야 하고, 어떤 압박감도 표정으로만 전달해야 하니. 어렵죠. 진짜 어려워요. 하하하. 그나마 도움이 된 게 좀비 분장을 하신 배우분들이에요. 저 분들이 배우란 걸 당연히 아는데도 현장에서 마주치면 너무 무서웠어요(웃음). 영화에서 보시면 저랑 대면하는 좀비 중에 한 분이 알고 보니 제 학교 선배님이셨어요. 저나 그 선배님이나 너무 놀랐죠. 제가 그 선배님을 도끼로 내리쳐야 하는데 그때는 정말 기분이 묘했어요.”
 
배우 박신혜. 사진/솔트엔터테인먼트
 
이번 영화로 상업 장편영화에 데뷔한 조일형 감독은 데뷔 전 미국에서 단편영화 연출을 해온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다. 국내 활동 경험은 프로필상 전무했다. 사실 ‘#살아있다’ 자체도 국내 상업 영화의 호흡과는 조금 다른 맥락이었다. 박신혜 역시 어떤 점을 얘기하는지 충분히 이해를 했다. 하지만 현장에서의 조 감독은 자신이 경험했던 여러 기존 충무로 감독들과 비교해 특별하지 않았다.
 
“이번 조일형 감독님이나 다른 감독님들 모두가 본인들이 머리 속에 그린 그림을 이끌어 내주시는 데 배우들을 많이 배려해 주세요. 작은 질문에도 디테일하게 대답해 주시고. 영화의 독특함이 있을지언정 현장에서의 감독님은 사실 별반 다르지 않으셨죠. 다만 기억에 남는 건 첫 만남부터 이 영화 촬영 끝까지 감독님이 ‘구원’이란 단어를 정말 많이 쓰셨어요. 종교적인 의미를 많이 내포한 단어라고 생각해서, ‘혹시 크리스천이세요?’라고 여쭤봤는데 맞으시더라고요(웃음). 물론 그게 다른 점이나 문제가 된 건 당연히 아니죠.”
 
유아인과의 작업도 궁금했다. 유아인은 굳이 설명이 필요 없는 자기 색깔이 가장 뚜렷한 배우 중 한 명이다. 또한 그런 자기 색깔 때문에 오해를 자주 받기도 한다. 박신혜는 유아인과의 작업 전 공교롭게도 유아인이 ‘버닝’에서 파격적인 연기를 선보인 전종서와 ‘콜’을 찍고 있었다. 본인이 경험한 유아인, 그리고 ‘콜’ 현장에서 전한 전종서가 말한 유아인은 어떤 배우였을까.
 
배우 박신혜. 사진/솔트엔터테인먼트
 
“사실 유아인이란 배우에게 대중들이 오해를 많이 하시는 것 같고, 저도 약간은 있었다고 할까요. 우선 종서씨는 특별한 말은 없었어요. 제가 만나고 경험한 유아인이란 배우. 되게 유니크한 부분도 있지만, 그외에 유아인을 설명할 수 있는 수식어가 정말 많겠다 싶더라고요. 굉장히 똑똑하고 또 사랑스럽고 멋지고. 아이디어도 많고. 다른 시각으로 상황을 바라보는 폭이 넓은 배우였어요. 꼭 다른 작품에서도 함께 해 보고 싶어요.”
 
그는 인터뷰 말미에 흥미로운 얘기도 전했다. ‘#살아있다’는 거의 대부분이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얘기를 그린다. 아파트도 요즘에는 흔치 않은 복도식 아파트다. 이 공간이 주는 의외성과 함께 탈출구가 없는 앞과 뒤의 상황, 폐쇄된 느낌이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끌어 올리고 압도하는 효과까지 가져왔다.
 
배우 박신혜. 사진/솔트엔터테인먼트
 
“지금은 빌라에 살고 있는데, 복도식 아파트에 대한 기억보단 제가 어릴 적 친척집에 가면 옛날 아파트에 대한 무서운 기억이 있긴 해요. 옛날 아파트에는 엘리베이터를 보면 문에 조그만 창문이 있잖아요. 혼자 타고 올라가다 그 창문에 보이는 사람 모습이 너무 무서워서 친적집이 14층인데 거길 걸어 올라갔아요(웃음). 아마 저 같은 아파트에 대한 기억이나 추억 또는 개인적인 무서운 기억도 다들 있으실 것 같아요. ‘#살아있다’를 보시면서 그런 안 좋은 기억이 되 살아 나시면 안 되는데. 하하하. 그래도 재미있으니 보시면 흥미진진하실 겁니다. 추천!”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