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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수

금투업계 "안정추구형 시장 공략하라"…ISA·퇴직연금 사활

중개형 ISA 가입자 두달 만에 60만명…디폴트옵션으로 퇴직연금 시장도 가져올까

2021-06-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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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일련의 사모펀드 부실 사태로 최근 2~3년 곤혹을 치른 증권사들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퇴직연금 등 기존 은행이 가져갔던 장기 자산관리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투자중개업의 강점을 십분 발휘해 안정적이면서도 금리 이상의 수익률을 추구하는 개인 고객 수요를 잡기 위해서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고수익·고위험 투자상품에 대한 판매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공식 밝혔다. 경쟁력 있는 상품, 즉 사후 리스크 발생이 적을 사모펀드만 팔면서 판매대에 오르는 사모펀드의 수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반면 기존에 은행의 영역이던 안정추구형 자산관리 시장 공략에는 적극 나서는 분위기다. 대표적으로 ISA가 있다. 금융투자협회 공시사이트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증권사 투자중개형 ISA 가입자 수는 58만2197명으로 집계됐다. 신탁형이나 일임형과 달리 중개형 ISA는 펀드에 국한되지 않고 직접 주식투자가 가능한 계좌로, 지난 2월 첫 출시와 동시에 은행에서 증권사로의 '머니무브'를 촉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은행의 ISA 계좌 수는 2월 말 189만2445좌에서 4월 말 125만6911좌로 줄었다.
 
ISA는 2016년 첫 도입 때만 해도 '절세형 만능 통장'으로 인기를 얻었지만, 주식 투자가 불가능하고 절세 혜택이 제한돼 은행권의 신탁형 ISA로 가입자가 몰렸다. 사실상 예·적금 역할에 그친 것이다.
 
중개형 ISA 도입 후 증권사들의 고객 유치를 위한 마케팅도 적극적이다. 계좌 개설시 평생 수수료 혜택이나 공모주 청약에서의 혜택, 다양한 상품권과 경품 증정 이벤트도 진행중이다. 특히 ISA는 1인당 1계좌만 개설이 가능해 금융사간 경쟁이 치열하다.
 
나아가 금융투자협회를 중심으로 한 업계는 비과세 혜택을 늘리고 보다 적극적인 투자가 가능한 '투자형 ISA를' 도입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내년 세제개편안을 앞두고 비과세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 지에 대해 정부도 논의에 들어갔다.
 
퇴직연금 시장 역시 금융투자업계가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영역이다. 은행보다 저렴한 개인형 퇴직연금(IRP) 수수료는 물론 최근에는 무료 이벤트까지 속속 등장하며 고객 잡기에 나서고 있다.
 
특히 금투업계의 숙원사업 중 하나인 '사전지정운용제(디폴트옵션)' 도입을 놓고 다음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법안 소위를 열고 주요 쟁점을 다룰 예정이다. 디폴트옵션은 개인책임형(DC형) 퇴직연금에서 가입자의 운용 지시 없이도 금융사가 사전에 결정된 운용 방법으로 투자 상품을 자동으로 선정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디폴트옵션에 원리금 보장형 상품을 포함 의무를 넣을지를 놓고는 금투업계와 은행·보험업권이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금투업계는 실적 배당형 상품을 중심으로 운용해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도입 시 적극적인 투자가 가능한 증권사로 퇴직연금 자금이 대거 이동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창화 금융투자협회 증권부문 대표는 "과거엔 투자를 기피하는 문화가 있었는데, 최근엔 고액 자산가가 아니어도 투자를 통해 자산을 증식하는 문화가 형성돼가고 있다"며 "자산 배분을 통해 금융 투자수익을 원하는 고객들 수요가 늘면서 업계가 이쪽을 공략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진/뉴시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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