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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코로나보다 가족이 더 무서운 피학대자

2021-06-28 06:00

조회수 : 4,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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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유독 아동이나 노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학대 사건이 많다. 정인이라는 아기의 참혹한 죽음 소식이 전해지면서 온 국민이 아기의 짧은 생을 슬퍼했다. 추스릴 겨를도 없이 3살 여아를 홀로 빈집에 방치해 숨지게 한 '구미 3세 여야 사망사건'에 온나라가 들썩였다.
 
얼마 전엔 8살 딸을 굶기고 때려 숨지게 한 친모와 계부가 징역 30년 형을 구형받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영유아 보육시설 교사의 아동 학대 소식이 들린다.
 
아동학대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반복해서 등장하는 범죄다. 올해 1분기 112에 접수된 아동 학대 신고 건수는 5695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9%나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동학대 신고률이 10% 정도 밖에 안된다고 하니 실제의 피해자는 훨씬 더 많을 것이다.
 
노인 학대의 경우 여러 측면에서 아동 학대 유형과 닮아있다. 기본적으로 가해자 가 자신보다 약한 대상에게 폭력을 가하며, 2개 이상 학대가 동시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피해자 스스로 법적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동 학대와 차이를 보인다. 그러나 오히려 이런 차이가 노인 학대를 판별하기 더 어렵게 한다.
 
노인과 아동 학대는 가족 구성원이나 어느 개인의 악행으로부터 비롯됐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보호자 역할을 해야 하는 의무를 저버렸다고 치부하기에는 연이은 범죄를 설명하기 부족하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하면서 각종 사회 문제에 '건강 불평등'의 개념이 접목되고 있다. 건강 불평등은 ‘부유한 사람들 보다 가난한 사람들이 질병과 장애에 더 노출되며, 수명이 더 짧다’는 개념이다. 위험한 직업일 수록 생존권에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발 더 나아가 특정 환경적 요인이 개인의 건강권, 생존권에 영향을 미친다'고 건강 불편등의 개념을 확대한다.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특정 환경에 적응해 나가는 과정에서 본인 또는 구성원의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코로나 감염자가 속출할 때마다 유치원과 학교가 문을 닫다보니 부모의 돌봄 책임이 절대적으로 늘어났다. 아동폭력과 사망의 뉴스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아이들이 집이라는 공간에 고립되고, 부모의 스트레스가 가중되면서 더욱 큰 폭력에 노출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위기가정을 빨리 찾아내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정부 정책은 반대로 움직였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20년 초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 지자체에 '위기 가정 방문조사'를 중단하라는 지침을 내리기도 했다. 노인학대 역시 코로나19 감염병 상황에서 외출 등이 제한되면서 좁은 공간에서 가족구성들이 함께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갈등이 증가한 것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결국 건강 불평등이라는 생존권 위협을 해소하기 위해선 국가 개입이 절실하다. 영국과 프랑스, 스웨덴 등 유럽 국가의 경우 코로나 유행이 시작되면서 가정 폭력이 늘어날 것을 우려해 신고 제도를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나섰다. 이들 국가의 가정방문 서비스는 건강보험과 연계돼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백신 접종 정책은 속도전에 가깝다. 백신 2차 접종 시 예방률이 80% 이상인 만큼 백신 접종에 행정력을 집중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백신 1차 접종자를 대상으로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등 새로운 사회적 거리 두기도 내달부터 시행된다.
 
일상 복귀에 대한 기대감이 달아올랐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모든 사람이 감염될 수 있기에 평등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회적 약자에게는 생존권을 위협받을 만큼 더욱 가혹했다. 코로나에 감염되는 것보다 학대하는 가족이 무서울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좁혀지는 이 때, 음지에 있는 그들에게 제도적 관심과 노력이 절실하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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