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유승호

여름 생수시장, '무라벨' 경쟁…PB 반란 vs 브랜드 굳히기

묶음 단위 판매·마케팅 방식 제한...시장 점유율 경쟁 변수될까

2021-06-26 06:00

조회수 : 4,178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서울 중구 롯데마트 서울역점에 무라벨 생수가 진열돼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유승호 기자]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생수 업체 간 경쟁이 본격화된 가운데 최근 등장한 무라벨 생수가 시장 점유율 경쟁에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무라벨 생수는 묶음 단위로 판매되는 데에다가 마케팅 수단이 페트병 디자인과 마개 정도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26일 생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생수 시장 점유율 1위는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의 제주삼다수로 닐슨코리아 기준 41.1%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롯데칠성음료의 아이시스가 13.7%로 2위, 농심의 백산수가 8.3%로 뒤를 쫓고 있다.
 
국내 생수 시장 빅3 업체는 최근 무라벨 생수 제품을 잇따라 출시하며 여름 성수기 시장 경쟁에 나섰다. 가장 먼저 무라벨 생수를 낸 업체는 롯데칠성음료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1월 무라벨 제품인 아이시스 에코를 업계 처음으로 선보인데 이어 올해 2월부터 묶음용 아이시스제품의 페트병 마개에 부착된 라벨까지 없앴다.
 
농심도 지난달부터 무라벨 백산수 판매를 시작하는 한편 올 연말까지 백산수 전체 판매 물량의 절반을 무라벨 제품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업계 1위 제주도개발공사도 지난달 말 무라벨·무색캡·무색병을 특징으로 한 제주삼다수 그린에디션을 내놨다. 제주도개발공사는 그린에디션 제품을 연내 1억병 생산하겠다는 방침이다.
 
제주삼다수 그린에디션. 사진/제주도개발공사
 
국내 생수업체가 무라벨 생수 제품을 시장에 내놓은 배경은 그간 계도 기간으로 운영되던 투명 페트병 별도 분리배출 제도가 내달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때문이다. 단독주택 및 의무관리 대상이 아닌 공동주택도 오는 12월 말부터 적용을 받는다.
 
이 제도는 투명 페트병을 별도 분리수거함에 넣을 때 내용물을 모두 비우고 겉에 붙은 비닐 라벨은 깨끗하게 떼야 한다. 분리배출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경우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3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처럼 무라벨 생수 상품과 수요가 늘어나면서 생수 시장 점유율 경쟁에 변수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무라벨 생수의 경우 라벨이 없기 때문에 온라인이나 대형마트에서 묶음 단위로 판매해야한다.
 
최근 코로나19로 비대면 소비 수요에 온라인 쇼핑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이 실적이 시장 점유율에도 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삼다수 그린에디션은 20개입, 6개입 묶음 단위로 삼다수앱을 통해 판매되고 무라벨 백산수도 온라인몰과 가정배송에서 우선 판매를 시작했다.
 
라벨이 없어지면서 제품 특색을 드러낼 곳이 사라진 것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간 라벨은 브랜드 명, 디자인, 수원지, 성분 등을 표시하면서 제품에 대한 정보 전달과 더불어 마케팅 수단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무라벨 생수는 브랜드 명을 페트병에 음각으로 새기거나 브랜드 고유 디자인을 페트병에 적용하거나 병 마개에 색을 입히는 정도 수준이다.
 
이를 두고 생수 업계에서는 두 가지 전망이 공존하고 있다. 우선 라벨을 떼고 붙기 때문에 가격 경쟁 등의 요인으로 시장 점유율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PB 생수 등이 점유율을 늘리는 언더독 효과가 발생할 것이란 시각이다.
 
일각에서는 디자인 등 차별점이 없기 때문에 제품 브랜드를 보고 고르는 경향이 강해져 브랜드 영향력이 강한 제품이 시장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생수업계 관계자는 “투명 페트병 별도 분리배출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무라벨 생수 제품 수요도 지금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면서 “무라벨 생수 경쟁은 이제 시작이기 때문에 시장 점유율에 어떤 영향을 줄지 좀 더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peter@etomato.com
 
  • 유승호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