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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율

"주행거리 늘었는데 오히려 수익은 감소…AI배달 비효율적"

라이더유니온, 3개 플랫폼사 AI검증 결과 공개

2021-06-29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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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효율적인 시스템이라고 알려졌던 배달앱의 AI(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사실상 라이더들의 시간당 배달건수와 수익을 감소시키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게다가 교통법규를 준수하며 배달할 때에는 시간당 배달건수와 수익이 급격히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 현행 배달앱들의 AI시스템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라이더유니온은 29일 오전 사무금융노조 교육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등 3개 배달 플랫폼 업체의 AI 검증 결과를 발표했다. 
 
실험은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3일간 라이더 12명이 참여해 △AI 배차를 100% 수락 △라이더가 자율적 수락으로 배차 △교통법규를 준수하며 운행 등 총 3가지 사례에 따라 각각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를 서로 비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단, 이 실험은 오전 11시 일을 시작해 오후 3시~4시 휴식시간을 갖고 오후 8시 끝나는 일정에 한해 진행됐다.
 
29일 오전 서울 중구 사무금융노조 교육장(경향신문 별관)에서 ‘라이더유니온 3개 플랫폼사 AI 검증 결과 발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사진/이선율 기자
 
우선 AI배차를 100% 수락해 운행할 때에는 라이더가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것에 비해 주행거리가 늘어났다. 그러나 시간당 배달건수와 수익은 감소했다. 예를 들면 배민 라이더가 직선거리 4.3㎞를 15분 안에 배달하라는 주문(콜)을 수락한 후 배달을 해보니 실제 운행거리는 8.4㎞였고, 배달시간은 24분으로 늘었다. 요기요 AI는 주문이 먼저 들어온 경우를 후순위로 배차시키도 했다. 
 
특히 AI 알고리즘 배차를 거부할 때 불이익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요기요AI는 수락율 95%를 넘지 않으면 건당 1000원의 패널티를 부과하는 불이익을 주고 있다고 라이더들은 지적했다. 쿠팡이츠는 AI 알고리즘 배차를 일부 거절했다가 계정정지를 당하기도 했다. 배민 역시 AI 알고리즘 배차 거부시 경고메시지를 띄우고 있다.
 
라이더들은 AI 알고리즘을 '족쇄'라고 표현한다. AI 배차를 100% 수락할 때 오히려 노동강도와 피로도가 증가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AI배차를 거절하고 자율적으로 운행 여부를 선택할 때가 체력안배가 잘돼 일의 효율성이 높아졌다고 주장한다. 실험에서도 AI주문을 100% 수락할 때와 비교해 자율 선택시 주행거리는 짧아졌는데 오히려 수익은 늘었다. 개인별로 체력과 주행 스타일이 다르고 음식가게의 조리시간, 상품 특성 등 활용 가능한 정보도 제각각이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배차를 취소하거나 수락하는 방식을 통해 효율성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이외에 신호를 지켜가며 배달 업무를 수행할 때는 근무시간 중 배달 수행건수가 급격히 줄고 소득 역시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일부 라이더는 콜이 들어온 한 건을 배달하는 데 30분 정도가 소요됐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신호를 지키는 라이더가 더 손해를 보고 있고, 신호를 어기는 사람한테 인센티브가 오는 시스템"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라이더유니온은 AI 수락 거절에 따른 패널티 제도를 폐지하거나 명확한 기준을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배달시간 기준을 실거리, 날씨와 도로정체, 조리시간 등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해 바꿔야 하고, AI로 실시간 책정하는 배달료 정책을 폐기하는 한편 기본 배달료 인상, 정당한 거리 할증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민 소속 한 라이더는 "AI는 배달앱 입장에서 볼 땐 간편하고 획기적인 배차 시스템일 수 있지만 실제론 합리적이지 않다"면서 "AI 방식이 아닌 선택적으로 배차를 했을 때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고, 수익도 더 가져갈 수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선택적으로 일을 원해서 할 수 없는 구조다. 예전에는 비나 눈이 오면 자신이 원하는 곳, 가까운 곳으로 갈 수 있도록 선택이 가능했으나 지금은 이런 선택권조차 부여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배달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배달할 수 있도록 하루빨리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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