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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수

부실 사모펀드 피해자들 "금감원 분쟁조정 수용 어렵다"

"계약취소 인정 범위 너무 좁아…배상비율 산정도 투자자에 불리"

2021-07-05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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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사모펀드로 원금을 잃은 투자자들이 금융감독원이 결정한 배상 수준을 수용하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100%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계약취소' 적용 범위가 너무 좁고, 불완전판매에 따른 배상의 경우에도 배상 비율 산출 근거가 투자자에게 불리하다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금감원이 주요 부실 펀드에 대한 분쟁조정 작업을 마무리해가고 있는 가운데 당국과 투자자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어, 막판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사모펀드 공동대책위원회는 5일 오후 2시 여의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금감원의 분쟁조정 방식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신장식 변호사와 이탈리아헬스케어·라임·독일헤리티지·젠투펀드 투자자 대표들이 참석했다.
 
신장식 변호사는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계약취소 적용에 너무 소극적"이라며 지적했다. 계약취소란 펀드 자체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사실이 발견됐을 때 계약 자체를 무효로 하고 판매사가 100% 원금을 돌려주도록 하는 조치로, 금감원은 라임 무역금융펀드와 옵티머스 펀드에 대해서만 두 차례 민법상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적용했다. 금감원 측은 두 사례 외에 추가 계약취소가 나올 가능성은 적다는 입장이다.
 
신 변호사는 "민법뿐 아니라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행위도 계약취소 사유가 될 수 있는데, 금감원은 이탈리아 헬스케어 등과 관련해 검찰에 수사까지 의뢰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이를 계약취소 사유로 삼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불완전판매를 적용한 배상비율 산정 과정도 투자자들에게 불리한 요소가 많다고 지적했다. 우선 기본 배상비율이 낮은 이유로 부당권유금지 원칙 위반이 인정되지 않은 점을 꼽았다. 
 
그는 "기본배상비율을 산정할 때 설명의무·적정성·부당권유금지원칙 세 가지를 고려하는데, 실질적으로 금감원은 부당권유원칙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부당권유금지원칙 위반 시 나머지 둘과 달리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고, 배상비율도 커지기 때문에 인정하지 않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신 변호사에 따르면 디스커버리 투자자 다수는 펀드 가입 시 '미국이 망하지 않는 한 원금 손실은 없다'는 말을 들었지만, 이 점은 분조위에서 인정되지 않았다. 금감원 분쟁조정 대표 사례로 올라온 판매사 PB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미국이 망하지 않는 한 원금 손실은 없다'거나 '5% 확정 이자' 등의 말을 하며 팔았다는 PB들의 진술도 다수 있었으나, 이들의 진술은 대표사례에 올라오지 않아 배제됐다.
 
신 변호사는 "부당권유원칙 하나만 위반해도 30% 배상비율이 나오며 셋다 인정되면 최소 60~65%의 기본배상비율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산출된 기본배상비율은 대부분 50~55% 수준이다.
 
배상 비율 결정 과정에서 소비자들에게 유리한 기준이 인정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신 변호사는 "금융취약계층으로 인정되면 배상비율에 가산 요인이 되는데, 청년과 주부까지 인정해준 과거와 달리 지금은 고령자랑 초고령자만 인정해주고 있다"며 "가입 설명서 받을 때는 여전히 주부와 25세 미만 청년과 학생까지도 금융취약계층으로 체크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과거에는 자금의 출처가 예·적금이거나 용처가 결혼비용, 전세자금 등 분명한 경우 가산해줬지만 지금은 전혀 인정해주지 않고 있다"고 했다.
 
한편 배상비율을 두고 당국과 투자자간 갈등은 고조되고 있다. 최근 금감원은 기업은행 디스커버리 펀드 판매사인 기업은행에 원금의 40~80% 배상 비율로 자율조정할 것을 결정했으나, 투자자들이 이에 불복해 재신청을 신청했다. 이를 금감원이 다시 기각하면서 당국과 투자자간 긴장감이 팽팽해진 상황이다.
 
특히 최근 한국투자증권이 부실 사모펀드 10개 상품에 대해 원금 100% 보상을 결정하면서 금감원의 분쟁조정이 소극적이라는 투자자들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모펀드 공동대책위원회가 5일 오후 2시 여의도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사진/우연수 기자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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