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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유승

(기자의 눈)백신보험의 두 얼굴

2021-07-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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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필락시스 쇼크 보장."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보험사들이 줄줄이 백신보험을 내놓고 있다. 백신보험이란 아나필락시스 쇼크를 보장하는 상품을 말한다. 아나필락시스 쇼크는 백신 접종, 음식물 등 외부 자극으로 인한 특정 항원에 반응하는 알레르기 질환이다.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도 적지 않다. 
 
"백신 부작용 공포를 줄여 국민들의 백신 접종을 독려하겠다."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백신보험 출시 배경으로 내세운 슬로건이다. 실제 백신보험의 보험료는 몇십~몇백원에 불과하다. 심지어 공짜로 가입이 가능한 상품도 있다. 보험사들이 내세운 슬로건처럼 백신보험은 수익성이 목적이 아닌 공익을 위한 상품으로 세상에 등장한 것 처럼 보인다. 
 
그러나 백신보험을 순전히 공익을 위한 상품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우선 백신보험은 보험사들의 고객정보 확보 수단으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미니보험 형태로 백신보험을 출시하며 고객정보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마케팅에 사용하기 위해서다. 공짜라고 생각했지만, 알고보면 고객들은 자신의 개인정보를 팔아 백신보험에 가입한 셈이다.
 
백신보험은 미끼 상품의 역할도 한다. 미니보험이 아닌 특약으로 출시되는 백신보험의 경우 상대적으로 보험료 규모가 큰 주보험에 가입하도록 유인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 같은 코로나 마케팅은 백신보험을 빌미로 불필요한 상품까지 가입하는 사례를 부추길 수 있어 고객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백신보험이 제대로 부작용을 커버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백신보험은 대부분 피보험자가 아나필락시스 진단을 받았을 경우에만 보험금을 지급한다. 아나필락시스는 수많은 백신 부작용 중 일부에 불과하다. 지난달 말 국내 코로나 백신 접종에 따른 아나필락시스 이상반응 보고 사례는 0.0022%다. 백신보험이 '반쪽자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백신보험을 나쁘다고 볼 수만은 없다. 가입자가 급증한다는 것은 그만큼 백신보험의 수요도 많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이 언급했 듯, 백신보험의 활약으로 백신접종자가 늘어난다면 코로나 종식에도 한 걸음 가까워 질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상품인들 '알고 가입하는 것'과 '모르고 가입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백신 부작용 공포가 퍼지고 있는 가운데, 저렴한 보험료에 혹해 무턱대고 백신보험에 가입하는 행위는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권유승 금융부 기자 ky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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