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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시론)법무·대검 감찰, 4개월 동안 뭐 했나

2021-07-15 06:00

조회수 : 3,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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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4일 법무부와 대검찰청이 4개월간 진행한 ‘한명숙 전 국무총리 수사팀의 모해위증 교사 의혹’ 사건에 대한 합동감찰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한해 내내 논란이 된 사건이었고, 장관이 직접 정부과천청사에서 브리핑을 진행한다고 해서 상당한 관심을 가졌다. 그러나 감찰결과를 듣고 난 첫 느낌은 소위 '앙꼬 없는 찐빵'이었다. 도대체 4개월간 무슨 감찰을 했다는 것인지 알 수 가 없다는 의미다.
 
사건은 지난 해 4월 한 전 총리에게 돈을 건넨 혐의로 기소된 한신건영 대표 고 한만호와 함께 수감됐던 재소자가 당시 수사팀으로부터 ‘한씨가 뇌물을 준 게 맞다는 취지로 증언하라는 압박을 받았다’고 법무부에 진정을 하면서 불거졌다.
 
윤석열 전 총장이 한 전 총리 관련 진정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에 배당하자 추미애 당시 법무부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한 전 총리의 위증교사 의혹을 제기한 제보자 조사를 대검 감찰부가 직접 조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결국 대검은 지난 3월 관련자들을 무혐의 결정했지만, 이 과정에서 임은정 대검감찰정책연구관은 “사건에서 직무배제 되었다”면서 SNS를 통해 윤 전 총장을 비난하기도 했다. 박 장관은 대검결정 직후 합동감찰을 지시했고 그 결과물이 지난 14일 발표된 것이다. 
 
감찰결과가 실망스러운 이유는 다음과 같다. 박 장관은 관련 민원사건 처리과정에서 다수의 절차적 정의가 침해되었다고 했다. 임은정 연구관이 모해위증으로 재소자 증인들을 형사입건하겠다고 보고하자,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이 감찰3과장을 주임검사로 지정하는 방법으로 업무담당자를 지정하는 방법으로 업무 담당자를 교체하여 ‘제 식구 감싸기’라는 의혹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관련자 중 단 한 명도 징계나 수사를 하지 않았다. 분명히 ‘다수의 절차적 정의가 침해’되었다고 발표했음에도. 대대적인 감찰에 나서고 비위가 발견되었다면서 징계하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 결국 이번 감찰은 한 전 총리가 억울하다는 것과 윤 전 총장이 사건을 은폐했다는 메시지를 국민에게 알리는 역할을 한 것이다. 만일 윤 전 총장이 불법을 저지른 것이 확인됐다면 수사에 나서지 않는 이유도 알 수 없다. 
 
또한 박 장관은 한 전 총리 사건과 무관한 '김학의 출금사건', '월성 원전 사건', '라임 사건' 등을 언급하면서 수사동력 확보를 위한 '여론몰이형 수사정보 유출'로 의심되는 언론보도를 질타하면서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을 개정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최근 수사정보 유출로 의심되는 언론보도가 가장 많은 사건은 윤 전 총장 장모 및 배우자 사건 아닌가. 이에 대해서 박 장관은 입을 다물고 있다. 더구나 경찰수사를 받고 있는 가짜 수산업자로부터 금품을 받은 언론인, 검사, 경찰뿐만 아니라 심지어 박영수 특검까지 언론에 보도가 되고 있는데 이 또한 수사정보 유출 아닌가.
 
박 장관 논리대로라면 경찰단계 수사유출은 괜찮고 검찰단계 수사유출은 금지되는 것인데 그때 마다 국민의 알권리가 다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월성 원전 사건', '윤 전 총장 관련 사건', '가짜 수산업자 사건' 등은 모두 공적 사안으로서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가 철저히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니 박 장관의 기준은 여권에 불리한 것은 금지하고 여권에 유리한 것은 공개한다는 '이중 잣대'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처음부터 '한 전 총리 사건 감찰'은 위태로웠다. 이미 대법원에서 확정된 사건에 대한 감찰이기 때문이다. 우리 법 시스템에서 대법원에서 확정된 사건은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재심과 같이 오직 재심을 통해서만 구제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당사자인 한 전 총리는 재심청구를 하지도 않았는데, 정부가 나서서 수사하고 감찰에 이른 것이다. 법무부 감찰권이 특정 개인(사건)을 위해 작동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공권력의 오용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김한규 법무법인 '공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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