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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진

'속옷 빨래' 숙제 낸 초등교사, 국민참여재판서 집행유예

배심원들, 만장일치로 아동학대 등 유죄 인정

2021-07-21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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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초등학교 1학년 어린이들에게 속옷 세탁 숙제를 내고, 성적으로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해 논란을 일으킨 교사가 아동학대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울산지법 형사12부(재판장 황운서)는 아동학대처벌법·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에게 성폭력 치료 강의 40시간 수강, 아동청소년 관련 시설 취업제한 5년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4월 초등학교 1학년 학생 16명에게 속옷을 세탁한 후 인증 사진을 학급 소셜미디어에 올리도록 하고 해당 숙제 사진에 ‘이쁜 속옷 부끄부끄’, ‘울 공주님 분홍색 속옷’ 등 댓글을 단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아이들 얼굴이 그대로 드러나는 속옷 숙제 인증 사진이나 체육 시간 장면 등을 학부모 동의 없이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려 다른 사람이 볼 수 있도록 해 개인정보 보호법을 위반한 혐의도 받았다. 체육 수업 시간에 여학생들에게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한 혐의도 있다.
 
A씨의 행동은 지난해 속옷 숙제 인증 사진에 A씨가 단 댓글을 본 학부모가 한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이 교사의 행동이 정상인가요’라는 글을 올리면서 외부에 알려졌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A씨를 파면하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와 20만명 이상으로부터 동의를 받았다. A씨는 지난해 5월 파면됐다.
 
A씨에 대한 1심 재판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다. 쟁점은 ‘속옷 빨래’ 숙제가 학대에 해당하는지였다. 아이들이 숙제를 놀이로 인색했다는 증언과 억지로 했다는 증언이 동시에 나왔다.
 
한 학부모는 “A씨가 효행 과제라는 개념을 사전에 설명했고, 아이들 역시 해당 숙제를 놀이 개념으로 인식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다른 학부모는 “아이가 해당 숙제를 싫어했으나 불이익을 받을 것 같아 억지로 했다. ‘섹시 속옷 자기가 빨기’라는 제목으로 학생들 숙제 사진을 SNS에 올린 걸 보고는 황당했다”고 말했다.
 
배심원들은 만장일치로 A씨의 아동학대 등 혐의 유죄를 인정했다. 양형 의견은 5명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 2명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제시했다. 다만 체육 수업 도중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배심원 7명 가운데 5명이 무죄 의견을 내 무죄가 선고됐다.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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