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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니부린 중고차업계…사면초가 빠졌다

합의 불발로 진입장벽 못 만들어…플랫폼 기업 진출 길 열려

2021-09-03 06:01

조회수 : 6,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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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현대차(005380) 등 국내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출 여부 합의가 사실상 결렬되면서 중고차 업계가 사면초가에 몰렸다. 현대차뿐만 아니라 플랫폼 대기업 진출의 길도 열어주게 됐다는 점에서다.
 
한 중고차 매매단지에 차량이 전시된 모습. 사진/뉴시스
 
2일 업계에 따르면 연내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완성차·중고차 업계가 참여한 '중고차매매산업 발전협의회'를 통해 협의를 주도해온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이달 초까지만 중재를 진행하기로 했다. 
 
을지로위원회는 지난달 31일  "1~2주 이내에 다시 한 번 대타협을 이끌어보겠다"며 "최종 협상이 결렬되면 법이 정한 절차대로 중소벤처기업부에 안건을 넘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양측의 입장차가 커 협의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고차 업계가 완성차 업체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을 내걸어 합의를 결렬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특히 중고차 업계의 신차 판매권은 상식적으로 이행이 불가능하다는게 일반적 평가다.
 
최종 합의를 끌어내지 못하면 공은 중기부로 넘어간다. 중고차 매매업은 2019년 11월 동반성장위원회가 생계형 적합업종 '부적합' 권고를 내렸지만 최종 결정권을 가진 중기부가 지난해 5월 심의 기한을 넘겨 현재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을지로위원회 중재가 무산되면 중기부도 더는 결정을 미루기 어렵다.
 
중고차 업계가 이번 논의를 매듭 짓지 못한 것이 앞으로의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앞으로 네이버, 쿠팡, 배민 등 대규모 플랫폼 기업들이 중고차 시장에 들어올 수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라며 "완성차 업계와 합의가 됐다면 이들이 진출을 꺼려할 텐데 (합의안이라는) 방어막이 없어진 만큼 중고차 업계의 생계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케이카, 네이버 마이카와 손잡고 중고차 시세 제공. 사진/케이카
 
실제 네이버, 쿠팡, 쏘카 등은 중고차 진출 움직임 보이고 있다. 네이버는 차량관리 통합서비스 '마이카(MY CAR)'를 통해 케이카, AJ셀카, 엔카닷컴, 오토벨 등과 함께 중고차 시세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쏘카는 지난해 온라인 중고차 플랫폼 '캐스팅'을 론칭했다. 기존 공유 차량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중고차 사업에 뛰어들었다. 중고차 매매업에 대한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논의가 길어지면서 지난달 서비스를 중단했지만 법적 이슈가 해결되면 다시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
 
쿠팡도 중고차 시장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 2월 특허청에 '쿠릉'을 상표권으로 등록했다. 쿠팡은 쿠릉 상표에 대해 자동차 금융업과 자동차보험 관련 상담 및 중개업, 중고차 감정업, 중고차 평가관련 정보제공업 등을 명시했다. 쿠팡이 쿠릉을 활용해 중고차 관련 사업을 준비 중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케이카, 엔카 등 중고차 브랜드들은 기존 중고차 시장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신뢰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들은 소비자와 판매자 간 정보 불균형이 심한 중고차 시장에서 신뢰성과 안정성을 강조하며 알짜 매물을 통해 영업을 확대해왔다.
 
하지만 완성차 업체가 진출할 경우 타격은 불가피하다. 이에 완성차 업체와 경쟁하기 위해 프리미엄 서비스 개발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다음달 코스피에 상장하는 중고차 1위 업체 케이카는 2015년 업계 최초로 '내차사기 홈서비스'를 선보인 이래 3일 책임환불제 도입, 3D 라이브 뷰, 당일 배송, 24시간 셀프 결제 시스템 등을 구축했다. 특히 올해 상반기 내차사기 홈서비스 매출은 322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1% 증가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0.8%에 달한다.
 
엔카닷컴도 지난달 비대면 차량 구매 서비스 '엔카홈서비스' 론칭 2년 만에 등록 매물 1만대를 돌파했다. 엔카홈서비스는 구매를 원하는 차를 탁송 받아 7일간 직접 체험해본 뒤 구매를 결정할 수 있다.
 
사고유무, 등급, 옵션 등 전문 진단평가사의 엄격한 차량 진단을 통해 기준에 부합하는 무사고 차량이 대상이다. 온라인상으로는 확인이 어려운 담배 찌든 냄새, 스크래치까지 확인하는 엔카홈서비스만의 차량 검수 기준으로 정확한 차량 정보를 제공한다.
 
케이카 관계자는 "대기업이 들어오면 중고차 시장의 규모가 커지는 긍정적인 영향이 있다"며 "우려도 있지만 시장 자체의 성장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인프라를 다져주면 상생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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