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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호

(추석 르포③)전통시장 '북적'…"오랜만에 명절 특수"

청량리·경동시장 가보니…추석 특수에 국민지원금 효과

2021-09-17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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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청량리 청과시장이 과일을 사러 나온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유승호 기자
 
[뉴스토마토 유승호 기자] “이제부터 사과 한 바구니 만원에 드립니다. 세일 들어갑니다. 싸게 드리니까 들여가세요.”
 
추석 연휴를 이틀 앞둔 16일 서울 청량리 종합시장과 청과시장은 추석 제수 용품을 사러 나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거 좀 비켜 봐요.”
 
흰색 포터 트럭에 타고 있던 한 아저씨가 창문을 내려 고개를 내밀고 소리쳤다. 전통시장을 지나갈 수 있는 유일한 가운데 길은 인산인해로 꽉 막혔다. 수많은 사람들이 엇갈려 지나가면서 어깨를 수차례 부딪쳤다. 전통시장임을 증명하듯 시장에 나온 사람들의 나이 대는 평균적으로 70대 이상으로 보였다. 추석을 앞두고 최근 사람들의 발걸음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게 상인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청과물을 판매하는 김모씨는 “청량리 청과시장은 평소에도 사람들이 있는 전통시장이지만 추석 대목인 만큼 시장을 찾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면서 “어제보다 오늘 더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봐서 오늘 시장을 찾은 손님이 더 많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 16일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청량리 청과시장에서 한 소비자가 사과를 구매하고 있다. 사진/유승호 기자
 
2시간 가량 청량리시장과 경동시장을 돌아다니면서 본 결과 재난지원금 등 카드 거래보다 현금 거래 비중이 훨씬 높았다. 하지만 일부 상인과 소비자들은 시장 방문객수를 늘리는 데 코로나19 상생 국민지원금(제5차 긴급지원금) 효과도 분명 작용했을 것이란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정육점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재난지원금을 쓰기 위해 카드 되냐고 묻는 손님들이 있었다”면서 “작년에 줬을 때는 사람들이 여기도 재난지원금 쓸 수 있냐고 많이 물었는데 이제 적응이 됐는지 잘 안 묻더라”고 말했다.
 
청량리 시장을 찾은 소비자 박을동씨(73)는 “재난지원금쓰고 좀 남아서 쓰기 위해서 시장에 왔다”면서 “제사상에 올릴 제수용 과일과 반찬 거리를 만들기 위한 재료를 구입했다”고 밝혔다.
 
지난 16일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청량리 청과시장이 과일을 사러 나온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유승호 기자
 
다만 높아진 물가에 한숨을 쉬는 소비자들도 많았다. 청량리 청과시장에서는 대부분 일반 배는 5개에 1만원에 팔았지만 제수용 배는 3개에 1만원 수준으로 팔았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에 따르면 이는 전년 대비 약 30% 오른 금액이다.
 
또 수육용 돼지고기(목삼겹)은 600g 기준 1만4000원에 판매했다. 이는 전년 대비 15% 비싸진 수준이다.
 
제수용 과일을 구매하러 온 소비자 장모씨(75)는 “작년 추석보다 육류, 채소, 과일 가격이 모두 올라서 부담이 더 늘었다”면서 “몇 개 안 샀는데도 벌써 십여만원 써버렸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소비자 김모씨(66)는 “코로나19로 경기는 안 좋은데 물가는 매년 크게 올라 장보기가 무섭고 서민들 살기 어렵다”면서 “계란 값도 여전히 비싼데 정부에서 물가 안정을 위해 좀 더 힘써야한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에 따르면 올해 추석 제수 용품 차림 평균 비용은 30만369원으로 전년 조사 대비 9.3% 상승했다. 소비자들이 지적한 것처럼 과일, 축산, 채소·임산물 가격이 크게 뛰었다.
 
지난 16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유승호 기자
 
추석 대목을 앞둔 대형마트의 분위기는 전통시장과 달랐다. 청량리 종합시장 인근 롯데마트 청량리점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국민지원금이 적용되지 않는 것도 영향을 줬다.
 
30대 김모씨는 “대형마트에서 국민지원금을 사용할 수 없지만 좀 더 신선하고 믿을 수 있는 식품을 살 수 있어서 찾게 됐다”고 설명했다.
 
소비층도 젊어졌다. 눈으로만 봐도 전통시장보다 30~50대 소비층이 확실히 많았다. 이들 대부분은 제수용품보단 식재료 또는 생필품을 사러 대형마트를 찾았다고 입을 모았다.
 
소비자 이현진씨(44)는 “집에 식재료가 떨어져서 급하게 장을 보기 위해 퇴근하는 길에 들렀다”며 “월급은 제자리인데 채소 등 식재료 값이 많이 올라 식비 지출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계란을 고르고 있다. 사진/유승호 기자
 
실제로 대형마트에서는 계란 한 판(30개)을 1만원 선에서 판매하고 있었다. 대형마트에서 제공하는 카드 할인 등 프로모션을 적용하면 비교적 저렴했지만 행사 카드가 없을 경우 부담이 될 만한 수준이었다. 수육용 돼지고기(목삼겹) 역시 600g 기준 2만1480원에 판매해 전통시장보다 비쌌다. 배(3개 기준)는 2만2900원, 사과(3개 기준) 9900원에 판매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에 따르면 추석 상차림 평균 소요 비용은 전통시장이 대형마트보다 7만3401원(23.8%) 더 적게 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가공식품은 대형마트가 전통시장보다 평균 9.3% 더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밀가루가 19.1%, 두부가 15.6% 더 저렴했다.
 
유승호 기자 pe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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