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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훈

(기자의눈)수면 위 떠오른 하청업체 고용불안

2021-11-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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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에 다 훅 가버릴 수 있다."
 
어느 하청업체 직원이 한말이다. 취재를 진행하다보니 이 한마디에 하청업체 고용 환경이 함축된 것을 깨닫게 됐다. 현대모비스의 경우에는 공장 부지, 건물 등을 소유하고 대부분 하청업체 비정규직들로 공장을 돌린다. 
 
대다수 사내하청업체는 단순 제조 업무를 수행한다. 누구나 며칠 간 배우면 할 수 있는 조립, 운반 등의 일이다. 하지만 대표는 그룹사에서 퇴직한 고위 임원들로 꾸려진다. 자동차 관련 전문성을 갖춘 경영진이라는 명함은 아무 상관이 없는데 말이다. 이른바 '낙하산 인사'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최근 한 공장에서는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이 시작되자 간판을 내리고 사내에 상주하던 원청 직원들을 사외로 이전했으며 기존 사내하청업체를 마치 모비스와 도급계약을 맺은 생산전문사인 것처럼 꾸미는 일까지 발생했다.
 
직고용을 요구하다 해고된 사례도 수두룩하다. 원청은 해고가 어렵다면 하청업체 전체를 내보내고 경쟁 입찰이라는 적법한 절차를 통해 새로운 업체들 들이려 한다. 그러나 경쟁 입찰이라고 해도 결국 돈이 많은 곳이 이기는 게 현실이다. 입맛에 맞는 업체를 선정하거나 자회사를 세워 입찰가를 세게 부르면 그만이다. 자회사 전환으로 인한 자연스러운 해고상황을 심어주면서 심적으로 압박을 가하는 최악의 사례도 있다.
 
이는 비단 현대모비스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대위아도 공장별 독립법인을 만들어 사내하청 노동자를 고용하려 시도해왔다. 지난 7월에는 현대위아가 사내하청 비정규직 64명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완성차업체인 한국지엠도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불법파견 혐의에 대한 검찰의 기소와 벌금형 선고도 이같은 상황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다. 10여년 전 대법원의 현대차 불법파견 확정판결 이후에도 기업들은 더욱 교묘한 방식으로 비정규직 근로자를 부려왔다.
 
간접고용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취재 과정에서 원청이 강경해 처우 개선 요구도 하지 못한다는 직원도 있었다. 정부 공식 통계로도 비정규직 노동자는 800만명에 달한다. 최근 자동차업계는 자율주행부터 전기차 등 친환경차까지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현대모비스는 이같은 대열에 선두에 서있는 국내 굴지의 자동차 부품사다. 해묵은 불법파견 문제를 풀고 고용 불안에 시달리지 않을 안전망이 필요한 시점이다.
 
조재훈 산업1부 기자 cjh125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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