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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헌재, '2017 암호화폐 규제' 헌법소원 각하

"일종의 가이드라인…공권력 행사로 볼 수 없어"

2021-11-25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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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헌법재판소가 2017년 시중은행들을 상대로 한 가상통화(암호화폐) 거래를 위한 가상계좌 신규 제공을 중단하도록 한 금융위원회의 조치가 재산권 등을 침해한다며 암호화폐 투자자 등이 낸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각하했다.
 
헌재 전원재판부는 25일 A씨 등 투자자와 암호화폐 거래업체가 금융위 조치의 위헌성을 심판해달라며 청구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해당 조치는 공권력 행사로 볼 수 없어 심판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각하로 결정했다.
 
헌법재판소 전경. 사진/헌재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금융위 조치는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라 자금세탁 방지의무를 부담하고 있는 금융기관에 대해 ‘실명확인 가상계좌 시스템’이 정착되도록 방향을 제시한 일종의 '단계적 가이드라인'"이라면서 "신규 가상계좌 제공 중단을 요청 받은 은행들이 응하지 않더라도 행정상·재정상 불이익이 예정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또 "해당 조치 논의 전부터 이미 금융기관들은 규제 공백으로 인한 기술적 위험성을 알고 있었다"면서 "상당수 거래소에서는 자발적 비실명가상계좌를 제공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위험성이 보이면 제공을 중단해오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다면 금융위 조치는 당국의 우월적인 지위에 따라 일방적으로 강제된 것으로 볼 수 없고,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 행사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금융위 조치에 대한 심판청구는 모두 부적법하다"고 판시했다.
 
반면,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재판관 등 소수의견은 금융위 조치가 강제성을 가진 공권력 행사일뿐만 아니라 법률유보의 원칙을 위반해 청구인들의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소수의견은 "해당 조치의 실질적 목적은 '암호화폐 거래 실명제 실시'를 염두에 둔 정부가 청구인들과 같은 사인들의 '신규 비실명가상계좌 발급을 통한 암호화폐 거래 제한'이라는 특정한 법적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정보법상 금융회사들은 여러 보고와 조치 의무를 부담하고 이를 어길 경우 시정명령과 영업정지·과태료 등을 부과받았던 점, 기존 가상계좌 서비스 신규 제공이 중단된 상태에서 이를 대체하는 암호화폐 거래는 실명제 조치로 강제되었점 증을 종합하면, 금융위 조치는 단순 가이드라인을 넘어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라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수의견은 이와 함께 "암호화폐와 거래에 대한 일반국민의 수요를 단기적으로 억제하는 것이 금융위 조치의 목적이었던 만큼 그 규제는 공론장인 국회를 통해 법률로 규율됐어야 한다"면서 "이런 법적 근거 없이 이뤄진 금융위 조치는 법률유보원칙에 위반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봤다. 
 
정부는 암호화폐 투자 과열과 이용 범죄, 불법자금 유입 의혹 등으로 사회적 불안감이 높아지자 2017년 12월 긴급대책을 논의한 뒤 은행권에 가상계좌 서비스의 신규 제공을 중단해 줄 것 등을 요청했다. 한달쯤 뒤에는 '암호화폐 투기근절을 위한 특별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A씨 등은 "금융위 조치로 거래를 못하게 돼 암호화폐의 교환가치가 떨어져 재산권·행복추구권·평등권 등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면서 헌법소원심판을 헌재에 청구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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