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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열

(기자의 눈)장애인도 지하철을 이용할 권리가 있다

2022-02-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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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정책 시행 및 예산편성 극렬 반대하겠습니다’, ‘장애인이 특권이냐? 이동권 보장 위해 바쁘게 출근하는 시민들 발 동동 구르게 하냐? 정신상태 썩은 것들’, ‘장애인들에 대한 인식이 나쁘지 않았는데 이제부터 달리 보고 싶어졌음’.
 
장애인 단체의 지하철 시위 소식이 연일 계속되자, 온라인에서는 장애인을 향한 혐오성 댓글이 홍수를 이룬다. 문자로 옮겨 적기에는 비난의 수위가 너무 높은 내용도 수두룩하다. 
 
시위를 주최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사이버공격을 받아 홈페이지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전장연은 '한 시민이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 있는 전장연 사무실로 찾아와 불을 지르겠다며 위협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장애인 시위는 분명 비장애인들의 불편을 초래한다. 힘겨운 출근길, 붐비는 지하철에 몸을 구겨 넣은 상태가 길어지고 출근 시간도 지킬 수 없으니, 직장인으로선 불평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장애인이라고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다. 그렇기에 그들이 거리로 나오게 된, 나와야 했던 이유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시위를 이어가는 전장연은 이동권 보장을 요구한다. 이들은 정부에 ‘1역사 1동선’, ‘저상버스 도입 의무화’ 등 장애인 이동권이 제대로 지켜질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어달라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1역사 1동선은 장애인이나 고령자 등 교통약자가 지하철역 출구에서 대합실, 승강장까지 혼자서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지하철에 탑승할 수 있는 동선을 뜻한다.
 
서울시는 2024년까지 시내 전체 326개 역사에 1역사 1동선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1역사 1동선이 확보되지 않은 곳은 21개역이다. 서울시는 지난 2015년에도 ‘장애인 이동권 증진을 위한 서울시 선언’을 발표하며 올해까지 서울 지하철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모두 설치하겠다고 했지만, 예산 등의 문제 때문에 채 완료하지 못했다. 2024년까지는 마치겠다는 약속 역시 제대로 지켜질지 불투명하다.
 
이동권은 인간의 기본권에 속한다. 헌법 34조가 규정한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권리는 사회 전 분야에 걸쳐 균등한 기회 실현, 적극적 사회 참여에 지장이 없을 때 보장될 수 있다. 이러한 인간다운 생활을 누릴 권리는 이동권의 확보가 전제돼야 가능하다. 이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분하지 않는다. 헌법 11조가 말하듯,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장애인은 그저 자신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기본권 확보를 위해 투쟁하고 있다.
 
그렇기에 시민의 화살은 장애인이 아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국회로 향해야 한다. 국가기관은 인간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선거로써 권리를 위임 받았다. 그런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시민 불편을 초래한 표면적 원인은 장애인이다. 그러나 이면에는 국가의 책임 방기가 깔려있다. 불편한 감정의 쓰레기통을 손쉽게 찾을 게 아니라 장애인 시위라는 현상을 만든 국가에 책임을 묻는 게, 성숙한 시민의 모습일 것이다. 
 
김응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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