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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열

"'묻지마 폭행범', 주소 확보했어도 현행범 체포 정당"

범행은 안양시, 신분증 주소지는 거제시

2022-03-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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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경찰이 술에 취해 ‘묻지마 폭행’을 저지른 취객의 주소지를 확보했더라도 현행범으로 체포한 것은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신분증상 거주지가 폭행 현장과 거리가 상당히 멀고, 추가적인 폭행의 가능성이 있던 만큼 현행범 체포의 필요성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미지=뉴시스
 
대법원 제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모욕죄와 경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에 되돌려 보냈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 A씨는 경찰관이 출동한 이후 CCTV 영상으로 확인되는 폭행상황과는 달리 자신의 범행은 부인하면서 피해자 B씨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며 “피고인이 제시하는 신분증 주소지는 거제시로, 사건 현장인 안양시와는 멀리 떨어져있는 곳이어서 추가적인 거소 확인이 필요하다고 보이는 등 도망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또 “경찰관이 출동했을 당시 A씨가 B씨에 대한 폭행 이후에도 B씨에게 욕설을 하면서 시비를 거는 등 폭행범행을 실행 중이거나 실행 직후였다고 볼 수 있다”며 A씨에 대한 경찰관의 현행범 체포는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A씨는 지난 2019년 7월 오전 12시50분경 술에 취한 상태로 경기 안양시 만안구에 위치한 식당에 들어갔다. A씨는 식사를 하기 위해 앉아있던 B씨에게 아무런 이유 없이 욕설을 하고 멱살을 잡아 밀치고 잡아당기는 등 폭행했다. A씨와 B씨는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
 
식당 종업원의 신고를 받아 현장에 출동한 안양지구대 소속 경찰관은 A씨와 B씨를 분리해 진술을 들었고, A씨의 신분증상 주소지가 거제시로 돼 있는 것을 확인했다. 또 식당에 설치된 CCTV 영상을 통해 A씨의 폭행 사실도 파악했다. 이 때 A씨는 자신이 B씨에게 오히려 폭행을 당했다며, B씨가 있는 곳을 가리키며 손가락질을 하거나 B씨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려고 시도하다 경찰 제지를 받기도 했다. 
 
경찰은 A씨의 신분증상 주소지가 사건 현장인 안양시와는 거리가 멀리 떨어져 실제 주거지를 알기 어려운데다 A씨가 B씨를 다시 폭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A씨에게 피의사실의 요지 등을 고지한 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모욕죄와 경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는 1심에서 경찰의 현행범 체포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A씨가 경찰에 신분증을 제시했고 경찰이 사건 현장 CCTV를 확보했기 때문에, 도망 염려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었다는 것이다. 또 체포가 위법했기 때문에 A씨가 지구대 안에서 경찰에게 욕설을 하고 위협적인 말을 하는 등의 소란행위를 한 것은 정당행위라고 했다.
 
1심은 A씨에 적용된 모욕죄는 무죄로 봤지만 경범죄처벌법 위반은 유죄로 판단했다. A씨가 신분증을 제시했더라도 실제 주소지를 알기 어려웠고 범행을 부인하며 피해자와 상반된 진술을 한 만큼 현행범 체포는 정당했고, 이에 따라 A씨가 지구대 내에서 소란을 피운 게 정당행위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2심은 A씨에 적용된 혐의가 모두 무죄라고 봤다. 2심 재판부는 경찰이 피해자 B씨의 진술과 음식점 내 CCTV 영상을 토대로 A씨의 폭행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고, A씨의 신분증상 주소지가 사건 현장과 거리가 멀다는 이유만으로는 A씨의 신분이 불확실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A씨가 지구대에서 소란을 피운 건, 위법한 현행범 체포에 대응하기 위한 정당한 행동이었다고 봤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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