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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연

(영상)'개딸' 점령한 민주당 게시판…이재명 1인천하

이재명 사법리스크 족쇄 풀기가 가장 많은 동의, 개딸 권리당원 확대 겨냥 청원도

2022-08-03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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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민주당 의원이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민주당이 '당원과의 원활한 소통'이라는 기치로 만든 '당원청원시스템'이 이재명 의원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 목소리를 대변하는 창구를 변질되고 있다. 당초 취지와 달리 이 의원의 '1인 천하'를 공고히 하는 데 이바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은 지난 1일부터 당 홈페이지 내 당원 의견이 모이면 지도부가 답변하는 당원청원시스템을 구축했다. 5만명이 동의하거나 '좋아요'를 누르면 중앙당은 관련 내용에 대해 답변할 의무를 가진다. 문재인정부 청와대의 국민청원을 본뜬 것으로, 개딸들이 이 의원의 반대파 의원들을 향해 '문자폭탄'을 보내는 등 극성 팬덤이 문제가 되면서 예방 차원에서 마련됐다. 이들의 거친 집단행동을 '소통에 대한 목마름'으로 판단하고 당이 공식창구를 꾸려주겠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당 생각과 달리 홈페이지에 올라온 청원을 보면 이 의원에게 유리하게 해석될 여지가 있는 내용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3일 오후 4시 기준 가장 많은 약 1만명의 동의를 받은 사안이 바로 당헌 제80조(부패연루자에 대한 제재)에 대한 개정 요청이다. 80조는 '사무총장은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각급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하고 윤리심판원에 조사를 요청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이에 청원인은 "검찰공화국을 넘어 검찰독재가 진행되고 있는 지금, 야당인 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무차별한 기소가 진행될 것임은 충분히 알 수 있어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6월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들머리에 이재명 의원 지지자들이 보내온 화환들이 놓여있다. (사진=뉴시스)
 
청원인이 민주당 의원 전체를 지칭하기는 했지만, 일각에서는 각종 사법리스크에 둘러싸인 이 의원의 방탄용 청원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당대표 취임 여부와 상관없이 사법리스크 현실화를 염두에 둔 사전작업으로 해석됐다. 현재 이 의원은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비롯해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경기주택도시공사(GH) 합숙소 선거사무소 사용 의혹 등 검경 수사의 중심에 서 있다. 가족의 경우 부인 김혜경씨 법인카드 유용 의혹, 장남은 불법도박 혐의를 받고 있다.
 
두 번째로 많은 동의를 받은 청원은 '당비 납부한 전적이 있는 신규당원들에게도 전당대회 투표권을 달라'는 요구다. 이 역시 개딸들의 투표권 확대를 겨냥한 포석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민주당은 8·28 전당대회에서 전국대의원 30%, 권리당원 40%, 일반당원 여론조사 5%, 국민 여론조사 25% 비율로 당대표 1인, 최고위원 5명을 선출한다. 권리당원의 경우 권리행사 시행일이 지난달 1일로 의결됨에 따라 지난해 12월31일까지 입당 승인이 완료된 상황에서 지난해 7월1일부터 올해 6월30일까지 6회 이상 당비를 납부해야 투표권이 주어진다. 때문에 3월 대선을 전후로 이 의원에 대한 열렬한 지지와 함께 당에 신규 가입한 개딸들은 자격 요건에 부합하지 못해 이번 전대에서 권리당원으로서 투표하지 못한다. 
 
잇단 개딸들의 주장에 당내에서는 '개딸 정당'으로 전략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이런 상황에서 이 의원은 최근 당 온라인 플랫폼에 '오늘의 가장 많은 비난을 받은 의원'을 선정하겠다고 제안해 논란을 부채질했다. 5선 중진인 이상민 의원은 2일 "강성 지지자들에 편승하고 이용하려는 얄팍한 행태"라고 맹비난했고, 소신파 조응천 의원은 "영업사원 실적 막대그래프를 쳐다보는 것 같아 쫄리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당권 경쟁주자 박용진 의원도 "자신과 반대 의견을 내놓는 소신을 숫자로 겁박하고자 하는 의도"라고 했고, 강훈식 의원은 " 비난과 항의 숫자를 줄 세우는 것은 민주주의 강화가 아닌 퇴행일 수밖에 없다"고 합동 공세를 펼쳤다.
 
이재명 민주당 의원이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논란이 커지자 이 의원은 3일 기자간담회에서 "제가 욕을 하는 플랫폼이라 그랬는데, 게시판도 하나의 플랫폼이 될 수 있지 않느냐"며 "비판도 받고 자유롭게 표현하면 문자폭탄이 줄어들고 소통의 장이 될 수 있다는 취지다. 당 청원제는 소통 구조의 핵심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당내 소통이)단절돼 있다 보니까 의견 전달이나 피드백 이런 게 제대로 안돼 약간 억압적인 행태, 폭력적인 표현, 문자폭탄이라 불리는 의견 표출이 일어난다"며 개딸들의 강성 행동 배경에는 '논쟁 플랫폼 부재'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강성 팬덤이 '문빠'에서 '개딸'로 이동하면서 당내 피로감도 극심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 문자폭탄 등으로 개딸의 위력과 부작용이 확인됐다. 일부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은 휴대전화 번호 두 개를 두고 하나는 개딸 문자폭탄 전용으로 사용할 정도다. 한 비명계 의원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이 의원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은 '오늘의 비난 의원 선정' 등을 언급해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까지 3일 C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 의원이)국회의원들 욕하는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한 것은 좀 실수한 것 같다"며 "의원들한테 욕 좀 하라는 사인으로 보일 수 있어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이 의원은 개딸과의 소통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부인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해 경찰 조사를 받은 참고인 A씨가 숨진 지난달 26일 이후 개딸들이 "뉴스 댓글 걱정하지 말라잔아. 가족들이 책임진다잔아" 등의 트윗을 남기자 "고맙잔아"라고 화답했다. '잔아'는 개딸들이 인터넷에서 사용하는 말투다. 이 의원은 5월 개딸 현상을 가리켜 "세계사적 의미가 있는 새로운 정치 행태라고 생각한다"며 "정말 우리가 큰 대세를 만들고 있다. 얼마나 위대한 일인가"라고 치켜세웠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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