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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연

hongyeon1224@etomato.com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징검다리가 되겠습니다.
코로나 막차 탄 후기(Feat. 따뜻한 말 한마디)

2022-10-20 17:23

조회수 : 1,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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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치료자를 대상으로 제공된 '회복기원 꾸러미'. 방역물품, 식사류, 간식류 등이 담겼다.
 
코로나 창궐 3년을 향해 가는 시점까지 버텼으니 안 걸릴 줄 알았는데 결국 병마를 피해 가지 못했다. PCR 검사를 받고 컨디션 난조로 밤새 뒤척이는데 두 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하나는 음성이었으면 좋겠다였고, 다른 하나는 음성인데 이렇게 아프면 심각한 병에 걸린 게 틀림없으니 차라리 양성인 게 낫겠다는 것이었다. 16일 아침 7시30분쯤 성동구보건소에서 양성 판정 문자가 왔다. 2500여만명이 걸린 병이라지만 당사자가 되니 당혹스러움과 속상함이 밀려왔다. 행정적 용건을 담은 문자였지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빠른 완치를 위해 성동구 보건소도 더욱 최선을 다하겠다'는 문구가 이상하리만큼 위로가 됐다. 
 
재택치료자를 대상으로 '회복기원 꾸러미'도 제공됐다. 신청한 지 하루 만에 도착했는데 박스 안에는 방역물품, 식사류, 간식류 등이 담겨 왔다. 그래도 구에서 구민을 방치하지 않고 여러모로 신경을 써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확진 3일 차에는 성동구청장 번호로 쾌유를 기원하는 문자도 왔다. '안전히 치료를 마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치료기간 중 문의 사항, 생활지원비 등을 안내해줬다. 또 그 밖의 민원사항이나 의견이 있을 경우 문자를 남기면 빠르게 답변하겠다고도 했다. 구청장 번호로 문자를 남길 일은 없었으나 마치 보험처럼 든든했다. 
 
평소 같았으면 크게 감흥이 없었을 텍스트일 텐데 아프다 보니 한자한자의 의미가 크게 다가왔다. '괜찮냐'라는 짧은 안부 인사도 걱정해주는 마음이 느껴져 좋았고, 긴 문자는 따뜻함과 진심이 느껴져 좋았다. 지인들이 코로나에 걸렸을 때 젊고 건강한 경우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이렇게 내가 걸려 개고생(?)을 하고 나니 대수롭지 않은 게 아니다(역시 인간은 직접 겪어봐야 한다). 건강한 편이어서 앓았던 적은 손에 꼽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하루하루 지날 때마다 인후통, 두통, 근육통, 콧물·코막힘, 기침, 설사, 메스꺼움 등 증상이 종합세트처럼 오는, 지랄 같은 병은 처음이다. 막차타서 조금 억울하지만 그래도 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됐던 첫차보다는 낫다는 마음을 가지고 곧 건강히 다시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날을 고대해본다. 
 
  • 홍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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