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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환

(시론)'이태원 참사 상설특검'을 도입하라

2022-11-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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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경찰서와 이태원파출소가 이태원 참사 발생 4시간 전부터 무려 11건의 112 신고를 받고서도 4건만 출동하는 등 제대로 대처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이태원 참사에 대한 경찰책임론이 확대되고 있다. 그날 왜 경찰은 빗발치는 시민들의 구조 요청에 둔감했던 것일까? 심지어 압사 신고 이후 무려 2시간이 지나서야 경찰 최고 수뇌부에 첫 보고를 할 정도로 경찰의 지휘 보고 체계도 엉망진창이라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제발 살려 달라'는 시민들의 거듭된 구조 요청에 경찰은 묵묵부답이었고, 경찰의 대응은 참사가 벌어진 뒤에도 대한민국의 국격을 망가뜨릴 정도로 중구난방이었다.
 
현장 대응에는 문제가 없었다던 윤희근 경찰청장이 뒤늦게 대국민 사과에 나선데 이어 특별수사본부를 꾸려 대대적인 수사에 나서고 있지만 경찰의 자체 수사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크기 않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주는 최후의 보루여야 할 경찰은 어쩌다가 이태원 참사의 주범으로 지목돼서 '셀프수사'를 자처해서 받게 된 것일까?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 및 애도와 더불어 '세월호' 이후에도 왜 국가는 국민의 안전을 제대로 지켜주지 못하고 있는지에 대한 책임도 동시에 물어야 할 타이밍이다. 무엇보다 경찰은 왜 국민 안전에 무덤덤해졌는지가 궁금하다.
 
지난 5년 동안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한 검찰 수사권 조정과 '검수완박' 법안을 통한 6대 범죄에 대한 수사권 박탈 조치는 수사권이 경찰에 집중되는 경찰 비대화를 초래했다. 경찰의 수사 역량이 결코 더 나아지거나 늘어난 것이 아닌데도 말이다. 일선 수사 경찰은 몰려드는 수사 부담에 비명을 질러댔고, 결국 국민의 불편만 늘어나고 기본권이 제약된 것이 검수완박의 결과다.
 
검수완박 법안 처리를 호소하던 민주당 황운하 의원이 "검찰 수사권을 폐지한다고 해서 검찰의 6대 범죄 수사권이 경찰로 가는 게 아니라 그냥 증발한다. 경찰이 이 부분을 다 감당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며 결과적으로 국가 수사 총량이 줄어든다"고 털어놓은 속마음과 딱 들어맞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자신들의 비리 수사를 막아보려 검수완박을 강행한 민주당의 깊은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와 더불어 윤석열 정부에 대한 경찰의 '태업' 분위기도 이번 이태원 참사의 간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민정수석실을 폐지하면서 경찰에 대한 통제 수단이 사라진 정부가 행정안전부에 경찰국을 신설하자 경찰은 일선 경찰에서부터 수뇌부에 이르기까지 집단적으로 반발한 바 있다. 경찰 내부의 반발이 완전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태원 참사가 벌어졌다. 검수완박으로부터 촉발된 경찰의 기강해이가 이번 사태의 간접적인 원인으로도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결국 경찰 스스로 이번 참사에 대한 일정 부분의 책임을 인정하면서 특수본을 꾸려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지만 경찰 스스로 경찰 수뇌부까지 수사하는 일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경찰을 대신할 새로운 수사 주체가 필요하다. 경찰의 업무상 과실 문제가 수사 대상이 된 상황에서 경찰의 셀프수사로 책임 소재를 철저하게 가려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참사 보고 체계와 지휘 상황을 조사하다보면 경찰청장 등의 책임이 불거지는 상황도 올 수 있다.
 
세월호 등의 대형 참사가 발생했을 때 검찰과 경찰이 합동수사본부를 꾸려서 수사해 온 것이 그동안의 관례였다. 그러나 '검찰청법' 개정으로 대형 참사에 대한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이 사라졌다.
 
그래서 대안으로 여야 정치권이 합의할 경우 특검을 임명하는 것이 맞지만 정치권이 개입할 경우 특검법 협상에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도 알 수 없다. 경찰에 맡기기도, 검찰이 나서기도, 그렇다고 특검에 여야가 쉽사리 합의하기도 어렵다면 대안은 '상설특검'밖에 없다. 상설특검은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해 본회의 의결을 하거나 법무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두 가지가 가능하다. 그 중 국회에서 여야가 특검에 합의하는 것은 난항이 예상되기 때문에 가능한 대안은 법무부 장관이 상설특검을 발동하는 것 외에는 없다.
 
상설특검법 제2조 1항 2호에 "(법무무 장관은)이해관계 충돌이나 공정성 등을 이유로 특별검사의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건에 대해서 상설특검 임명 절차를 발동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이태원 참사의 경우 경찰의 대응 부족과 과실로 인한 책임 소재가 수사의 핵심인 만큼 경찰 셀프수사의 딜레마를 해소하고 야당이 거부하는 검찰이 아닌 제3의 수사 주체인 상설특검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유족들에게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마음을 보낸다.
 
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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