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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연

(시론)손흥민 축구리더십과 한국정치

2022-11-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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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국민들 가운데 '정치'를 잊으려고 억지로 '축구'를 보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축구에 몰입하면 짜증 나는 정치뉴스를 잠시 잊을 수 있기 때문이란다. 일종의 정치적 현실도피 심리(Political Escapism)이다. 하지만 '축구'를 보면서 오히려 '정치'를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1992년생 30살짜리 축구 선수 손흥민을 보면서, 작금의 한국정치를 비교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대통령 리더십 전문가의 관점에서 볼 때, 손흥민의 성공 요인 1호 즉, 손흥민 리더십 1호를 꼽으라면, 단연 양발잡이라고 본다. 현존하는 축구스타 가운데 양발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선수는 호날두와 손흥민이라는 분석을 보았다. 오른발과 왼발을 자유롭게 구사하면 우뇌와 좌뇌가 동시에 발달해 그라운드를 보는 시야와 안목이 훨씬 넓어진다. 알다시피 손흥민은 2021~2022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23골로 '골든 부트'(득점왕)를 받았는데, 오른발로 11골, 왼발로 12골을 넣었다. 거의 5대5 비율이다. 지난 2020년 9월 사우샘프턴전에서 혼자 4골을 넣었을 때도 오른발 2골, 왼발 2골이었다. 한마디로 융합의 리더십이다. 오늘날 4차 산업혁명시대에 각광받고 있는 융합의 리더십이 우리나라의 보수와 진보, 여와 야에서 발휘된다면 국력의 시너지효과가 급증할 것이다. 아직은 한숨만 나온다. 앞으로 총선, 대선의 흐름은 양극단을 배제하고 중도와 탈 이념을 지향하는 융합형 지도자가 국민적 지지를 받게 될 것이다.
 
손흥민에게 돋보이는 또 다른 면모는 동료애를 통한 콤비 플레이다. 손흥민은 올해 5월 기준 유럽무대 523경기를 하는 동안 196골과 88개의 도움을 올렸다. 동료 선수들의 득점을 열심히 도운 것이다. 그런가 하면 해리 케인과 2015년 입단 이후 5년 동안 24골을 합작했다. 케인이 2017년 5월 레스터 시티 원정경기에서 4골을 넣을 때 손흥민이 2골을 도왔고, 2020년 9월 손흥민이 4골을 넣을 때 케인이 4골 모두를 도왔다. 한 경기에서 두 명의 선수가 4골과 4도움을 나란히 올린 것은 프리미어리그 최초 기록이다. 정치적인 시각으로 보면 환상의 협치이고, 윈윈 전략이며 팔로워십이다. 이제 정치권에서 한쪽이 망가지거나 몰락하면 다른 한쪽이 수혜를 얻는 반사효과의 시대, 강경파의 시대, 승자독식의 시대는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생하며 선의의 경쟁을 벌여야 한다. 
 
손흥민 하면 항상 밝게 웃는 모습이 떠오른다. 24일 2022 카타르 월드컵 우루과이와의 경기에서 심한 태클로 고통스러워하면서도 "괜찮다"며 "국민들을 기쁘게 할 수 있다면 이 정도 리스크는 감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늘 긍정의 에너지를 발산한다. 요즘 윤석열 대통령이나 이재명 대표가 웃는 모습을 보기가 갈수록 어려워진다. 지난 대선에서 간발의 차로 석패한 이후 사정 한파에 직면한 민주당의 위기 상황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해도 시시콜콜한 네거티브 공격-청담동 술자리 가짜뉴스, 빈곤 포르노 의혹제기, 바이든 날리면 공세, 김건희 논문검증 등-으로 일관하는 듯한 모습은 부정 에너지를 유발해 득보다 실이 더 많다. 윤석열정부와 국민의힘도 이태원 참사나 MBC사태, 도어스테핑 중단 등으로 힘들수록 긍정 에너지를 발산해야 하며, 그것은 일자리, 세금, 집값, 복지 같은 민생 올인으로 이뤄진다. 국민을 미소 짓게 만드는 건 오로지 민생밖에 없다. 
 
손흥민에게는 멘토인 아버지 손웅정씨가 있다. 어릴 때부터 축구뿐만 아니라 인성 교육도 겸했다. 손흥민이 우쭐할 때는 "아직은 월드클래스가 아니야!"라고 겸손의 미덕을 강조했다. 우리 정치지도자들의 멘토는 누구이며 어디에 꼭꼭 숨어있는가? 윤 대통령은 윈스턴 처칠 영국수상, 이재명 대표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이 각각 롤모델이라고 했는데, 요즘이야말로 그들의 가르침에 귀 기울여 경청할 때가 아닌가? 힘들고 오리무중일 때 최고의 멘토이자 롤모델은 민초들의 민심이라는 사실을 역사는 말해주고 있다.
 
"저는 어제 값을 치른 대가를 오늘 받고, 내일 받을 대가를 위해서 오늘 먼저 값을 치릅니다!" 서른살 운동선수답지 않은 손흥민의 멋진 명언이다. 단 하루도 가벼이 보내지 않았고 매일매일 치열하게 노력한다는 뜻이다. 윤 대통령이나 이 대표를 비롯한 정치 지도자들이 지금 고통스럽다면, 어제 값을 치른 대가를 받고 있는 건 아닐까? 요즘 월드컵 경기장에서 부딪치고 깨지며 온몸을 불사르고 있는 각국 선수들의 눈물겨운 장면을 보노라면, 우리 정치인들과 대비된다. 비록 한국 정치가 육탄전과 반칙, 페널티킥으로 얼룩질지라도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가 오는 28일 가나전을 비롯해서 연전연승하기를 바란다. 오늘밤도 손흥민 리더십의 양발잡이(융합), 콤비플레이(협치), 긍정모습(민생), 멘토(민심)를 떠올리면서, 월드컵을 맘껏 즐겨보자.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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