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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라

bora11@etomato.com

정확히, 잘 보겠습니다.
탐사수가 자리할 곳이 아니었다

2022-12-21 00:13

조회수 :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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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 관련 토론회를 갔을 때 일이다. 국회 의원회관의 한 세미나실 책상 위에 놓여진 물이 있었다. 발제자로 나선 이들에게 주어진 물이었는데 바로 '탐사수'였다. 탐사는 쿠팡의 자체 PB브랜드로 웬만한 브랜드 제품보다 가격도 싸고, 품질도 보장되는 편이다. 대부분 쿠팡에 입점하는 업체들이 다시 쿠팡의 이름을 달고 납품하는 것들로 알려졌다. 
 
한 토론자는 "온플법 공청회에 왔는데 물이 탐사수네요. 씁쓸하네요" 라며 말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 말을 알아 들은 사람은 거의 없어 보였다. 그의 말에 반응한 사람은 나를 비롯해 몇명 없었기 때문이다. 탐사수를 모르거나, 온플법을 모르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8년여 전부터 쿠팡로켓배송을 애용하는 사용자이기도 한 나는, 언제부턴가 자주 사던 제품들이 쿠팡의 탐사브랜드 제품으로 대체되는 것을 자주 목격했다. 쿠팡은 자체 데이터를 이용해 어떠한 제품이 많이 얼마나 팔리는지 파악했을 것이고, 그 카테고리의 제품의 입점을 차단하고 자신의 PB제품을 판매하는 식으로 상당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 
 
거대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모든 소상공인과 도매업체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온라인플랫폼. 온라인 상에서 불공정거래 정황은 이같은 사례를 포함해 손으로 다 헤아리지 못할 것이다. 문제는 피해사례를 확인하기도 어렵다는 점이다. 설문조사에서 피해사례는 확인이 되는데 또 개별 인터뷰는 어렵다. 사례자를 수소문해봐도, 모두 거래가 끊기는 것이 두려워해 개별 인터뷰는 어렵다고 했다. 
 
'납품단가 연동제'가 떠올랐다. 수년간 자율조정위원회가 존재해왔지만 '신고건수 0' 이었다. 신고하면 거래가 끊길 것이 뻔한데 누가 신고하겠는가. 거래관계의 당사자들 힘의 균형이 맞지 않은데 '상생'과 '자율조정'을 외쳐본들 달라질 것은 없다. 수많은 사례를 통해 자율조정과 상생은 시장경제와 맞지 않다는 것을 모두 깨달았다고 생각했는데, 일부는 아니었나 보다. 
 
복싱경기에 체급이 맞는 선수가 서로 맞붙는 것처럼 시장 경쟁도 공정한 '룰'이 존재해야 가능한 것이며 그것이 바로 온전한 의미의 시장경제라고 생각한다. 5살짜리 어린아이와 30대의 청년이 서로 맞붙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도 않고, 이치에 맞지 않는 일 아닌가. 온라인플랫폼에 대한 논의도 불공정거래관행의 하나로 간주하고, 하루라도 빨리 합리적인 제재안을 만들어야 한다. 온당한 규제의 틀 안에서 온라인 플랫폼이 건강한 몸집을 키워갈 수 있도록 말이다. 
 
거대한 배달권력이 되어버린 배달의 민족.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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