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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에 짙어지는 소비 양극화

창간 17주년 특별기획: 2023 대한민국 보고서

2023-05-11 06:00

조회수 : 4,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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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충범·고은하 기자] 올해 들어 소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소비 양극화란 계층 간 소비 행태 및 수준의 양극단화 현상이 심화하는 것을 뜻합니다. 소득 수준이 높은 계층의 경우 명품 등 사치재나 프리미엄 제품의 소비가 늘어나는 반면, 상대적으로 여유가 없는 계층은 저가 생필품을 계속 구매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발생하는 것이죠.
 
소비 양극화는 결국 우리 사회가 극복해야 할 경제 전반의 양극화 문제와 맞닿아 있습니다. 소득과 소비의 '부익부 빈익빈'으로 대변되는 경제 양극화는 중산층을 붕괴시키고 계층 간 단절을 가속화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해결돼야 할 우리 사회의 난제입니다. 소비 양극화도 결국 이 같은 경제 양극화의 연장선이라 볼 수 있습니다.
 
가파른 물가 상승…양극화 가속화하는 유통업계
 
소비 양극화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파른 물가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더욱 두드러지는 경향을 보이는 추세입니다. 팬데믹에 따른 고용, 소득 불평등이 심화하고 이로 인한 계층 간 소비 여력의 갭이 커지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죠.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는 전년 대비 5.1% 상승하며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의 7.5% 이후 24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인 2008년(4.7%)도 웃도는 수치입니다.
 
사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9년 0.4%, 팬데믹이 발생한 시기인 2020년까지만 해도 0.5%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하지만 2021년 2.5%로 뛰더니 지난해에는 5.1%까지 치솟은 것입니다. 특히 작년의 경우 팬데믹 장기화에 따른 경기 침체와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유가, 원자잿값 등이 급등하면서 물가 상승폭이 커졌습니다.
 
이처럼 역대급 물가 상승에 서민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서민층이 제품 구매를 하는 데 있어 주된 고려 요소는 바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입니다.
 
가성비를 내세운 생활용품 전문점이 큰 인기를 얻고, 편의점의 에누리 상품에 젊은 수요층이 몰리는 것도 이 같은 풍토가 반영됐다는 분석입니다. 또 대표적인 서민 음식인 치킨이 최근 3만원대까지 오르면서, 대형마트에서 출시되는 1만원 미만 치킨이 큰 호응을 얻는 것도 가성비를 중요시하는 수요층이 증가해서죠.
 
한술 더 떠 하루 새 아예 지출을 하지 않는 '무지출 챌린지'라는 신조어도 자금 사정이 넉넉지 못한 20·30세대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추세입니다. 고금리, 고물가에 어려움을 겪는 젊은 수요층 사이에서 아예 지갑을 닫아 극단적으로 소비를 줄이는 행태가 나타나는 것이죠.
 
반면 명품의 경우 가격이 꾸준히 인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백화점에서 발 디딜 틈 없이 오픈런이 발생하며 품귀 현상을 빚고 있습니다.
 
실제로 유통 업계에 따르면 백화점 3사(롯데·현대·신세계)의 올해 3월 명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평균 10.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세부적으로 현대가 11.8%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롯데가 10%, 신세계가 8.6%로 집계됐습니다.
 
특히 그간 팬데믹으로 억눌렸던 '보복소비'까지 더해지는 점을 감안하면, 업계는 이 같은 명품 매출 증가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경기 침체 충격파…취약 계층에게 더 집중
 
업계는 고물가 기조에 따른 충격파가 상대적으로 취약 계층에게 더 크게 전달되고, 이는 곧 소비 양극화로 이어진다고 분석합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고물가, 고금리 기조가 유지되다 보니 평균적으로 실질 소득이 떨어지고, 전반적으로 삶이 팍팍하다고 느끼는 계층도 증가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소비를 줄여나가는 행태가 관측된다"며 "특히 경기 침체에 대한 충격은 모두에게 작용되는 것이 아니라, 중산층 이하 계층에게 더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반면 고자산가나 고소득층은 실질소득 감소에 따른 어려움을 체감하기가 쉽지 않다"며 "아울러 명품 소비 등 기존에 행해왔던 소비 패턴은 그대로 유지되게 마련이고, 이는 곧 소비의 양극화로 이어진다"고 덧붙였습니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 양극화는 가계별로 소득 수준이나 생활 가치가 서로 다르다 보니 명확한 해법을 내리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다만 고소득 층의 과소비로 인한 돈이 국내에 순환이 되면 그나마 다행인데, 모두 해외로 빠져나간다면 이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사실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국가가 선진국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양극화는 피하기 어려운 단점 중 하나"라고 분석했습니다.
 
한 서울 시내 백화점에 시민들이 명품 매장 오픈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고은하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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