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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은

왕도도, 공짜도 없다

2023-05-12 13:13

조회수 : 5,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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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세편살'이라는 단어를 들어보셨을까요. '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를 줄인 말입니다. 쉽게 살자는 거죠. 사는 게 갈수록 어렵고 복잡한 세상이지만 편하게 살고 싶은 욕심은 버리기 어렵죠. 복세편살, 실현만 가능하다면 그보다 좋은 게 없을 겁니다.
 
하지만 복세편살도 양심껏 추구해야 합니다. 그것이 남에게 피해를 주는 방향일 때는 가지 않아야 합니다. 내가 들인 노력보다 지나치게 큰 결과를 준다는 유혹도 가려낼 수 있어야 하죠.
 
모 연예인들의 주식사기 가담 문제가 곳곳에서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에 모 연예인들이 관계됐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라덕연 호안투자컨설팅 대표와 그 측근들이 투자자로부터 휴대전화번호, 증권계좌 등을 받은 뒤에 미리 매수자와 매도자가 주식 가격과 물량을 짜고 거래한 의혹을 받고 있는데요. 지난 4월 24일부터 4일 동안 8개 주식 종목(대성홀딩스·서울가스·선광·삼천리·세방·다우데이타·하림지주·다올투자증권 등)이 동시에 하한가를 맞은 것이 라 대표와 투자자들의 주가 조작의 결과라는 의혹입니다. 여기에 가수 임창정씨 등 유명 연예인들이 투자했던 사실과 모집 관련 행사에 참여한 소식 등이 추가로 보도되면서 이 사건은 더욱 주목을 받았습니다.
 
남 부러울 것 없이 살던 유명 연예인이 주가 조작에 가담했다는 이야기는 세간의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임씨는 라 대표에 투자해 손해를 봤다며 피해자임을 호소했지만 시선은 냉정했습니다. 한달 반만에 두 배 가까이 되는 수익을 올리다가 갑자기 주식 폭락으로 빚을 지면서 피해를 호소했다는 점이나 30억원 가량을 무엇을 믿고 투자했느냐는 이야기들이 인터넷 커뮤니티는 물론 언론 보도로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혹자는 임씨가 적극적으로 사기에 관여했다는 의심을 던지고 있습니다. 적어도 임씨가 과도한 욕심을 부렸다는 평가가 가장 많습니다. 급기야 임씨와 함께 제품을 출시했던 세븐일레븐은 해당 제품의 재고가 소진되면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밝히며 '손절' 의사를 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누군가는 이득을 얻고, 누군가는 그로 인해 큰 손해를 봤기 때문에 이 사건을 보는 시각은 더욱 냉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유명 연예인과 사기라는 자극적인 단어는 오늘도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험을 소비하는 과정에서도 사기는 너무나 쉽게 일어납니다. 다친 정도와 관련 없이 한의원에서 약을 처방받는 행위, 진료행위 종류를 속이고 보험금을 타 내는 행위, 경미한 사고를 당했음에도 장기 입원하며 보험금을 받는 행위 등등입니다. 남의 돈을 쉽게 갖고자 꼼수를 부렸다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엄연히 보험사기입니다.
 
그래도 보험사기는 괜찮은 걸까요? 내가 돈 조금 더 가져갔지만 보험사는 부자이고, 나는 보험료를 꽤 많이 냈고, 병원도 이득이니까요? 아닙니다. 내가 더 돈을 받겠다 욕심을 낸 이유로 선량한 보험소비자들은 앞으로 더 많은 보험료를 내야 합니다. 정말 필요해서 치료를 받고 보험금을 적정하게 청구했는데도 잠재적인 보험사기꾼으로 몰려서 억울하게 보험금을 늦게 받거나 아예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요. 보험사도 보험사기를 걸러내며 보험금을 주려니 더 만은 시간과 비용을 소모해야 합니다. 보험소비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써야 할 여력을 엉뚱한 데 쓰고 있는 겁니다.
 
복세편살하고 싶지만 어디까지나 불가능한 꿈입니다. 삶은 자고로 왕도가 없고 세상은 공짜가 없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이유 없는 횡재도, 대가가 없는 호의도 없습니다. 원인과 결과는 항상 바늘과 실처럼 함께 있기 마련입니다. 우리는 누군가를 욕하기 전에 생각해봐야 합니다. 오늘 나는 양심껏 살았는가. 일련의 사태를 보며 쉽게 비난을 가하기 보다는, 타산지석의 지혜를 발휘해야할 때입니다.
 
SG증권발 주가 폭락사태 투자자들의 대리인을 맡은 공형진 법무법인 대건 변호사와 조정윤 변호사가 9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서 라덕연 H투자컨설팅업체 대표 등에 대한 고소장 제출을 위해 검찰청으로 들어서고 있는 모습,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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