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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방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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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방열의 한반도 나침반) 미국의 ‘작은마당, 높은울타리’와 중국의 ‘넓은 태평양’

이스라엘·인도 등 ‘T25’국 중립 외교하는데, 중국은 한국에 ‘4불가론’ 통보

2023-06-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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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황방열 통일·외교 선임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후보 시절인 2020년 9월, 미국의 대표적 싱크탱크 중 하나인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이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웬디 커틀러 전 미국 무역대표부 부대표(현 아시아소사이어티 부회장) 등 민주당 쪽 브레인들이 만든 ‘중산층에 더 적합한 외교정책 만들기’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2021년 1월 바이든 대통령 취임 뒤 ‘중산층을 위한 외교’라는 미국의 대외 정책기조로 확정됐는데, 중국의 경제 패권 장악 저지 전략도 이와 연결됩니다.
 
커틀러 전 부대표는 올해 1월 KBS 인터뷰에서 “미국이 중국과 경제적·상업적 분리를 추구하는 게 아니고, 작은 마당 주변에 높은 울타리를 세우려 한다는 걸 중국이 분명히 알고 있다고 본다”며 ‘작은 마당, 높은 울타리’ 전략을 말합니다. 미국 패권 유지를 위한 첨단기술 분야에서는 중국을 봉쇄하는 높은 울타리를 쌓을 것이나, 그 밖의 분야는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사진=뉴시스)
 
미중 경제, 샴쌍둥이 수준 밀착…전면적 디커플링 어려워
 
바이든 정부의 외교안보 분야 키 맨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4월 “디커플링(decoupling: 탈동조화, 중국 배제)이 아니라 (과도한 중국 공급망 의존에 대한)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과 다변화(diversification)”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이는 지난달(19일~21일)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도 그대로 연결됐습니다. 미국과 유럽연합 국가들은 양안 문제에 대해 “강압에 의한 현상변경을 강력히 반대”한다고 했고 중국의 ‘경제적 위압’에 대한 공동 대응을 천명했으나, 다른 측면에서 보면 디커플링 포기 선언이라 해도 무방합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G7정상회의 종료 후 기자회견에서 “중국과의 관계가 곧 해빙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한 것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미국의 대중봉쇄정책은 과거에 소련에 했던 것처럼 중국이 미국 앞에 완전히 굴복하고 쓰러질 때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김태효 그룹’ 등의 인식과 비교할 수밖에 없습니다.
 
앞으로 미국은 디커플링과 디리스킹사이에서 왔다갔다 하겠지만, 양국 경제가 샴쌍둥이 수준으로 밀착돼 있고, 유럽연합에 중국이 최대 수입국(6260억유로)이자 3대 수출국(2303억유로)인 상황에서 전면적인 디커플링은 대단히 어려운 과제입니다.
 
바이든 대통령 쪽이 ‘작은 마당, 높은 울타리’전략이라면, 중국 시진핑 주석은 ‘넓은 태평양’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시 주석은 오바마 행정부 시절 "태평양은 넓고 넓어 중국과 미국을 용납할 수 있다"며 미국에 ‘신형 대국 관계’를 요구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쪽은 장벽을 만들겠다는 의지는 분명하지만  작은 마당으로만 국한했고, 시진핑 주석도 5대양 전체가 아닌 태평양만을 말하면서 태평양도 전부를 갖겠다는 것이 아니라 대국으로 떠오른 중국을 인정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양쪽이 충분히 접점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닙니다. 미중이 첨예하게 맞서는 그 작은 마당이 우리의 명줄인 BBC(바이오, 배터리, 칩-반도체) 첨단기술 분야라는 점에서 어렵고, 특히 분단 상황이라는 점에서 더 힘겨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미중이 서로를 파멸시키려는 게 아닌 데다, BBC분야에서 한국이 배제할 수 없는 강국이라는 점에서 우리에게도 충분히 움직일 공간이 있습니다.
 
윤석열정부가 미국에 올인하는 사이에 미국이 우리에게는 오로지 미국 편으로만 보이는 이스라엘 등 25개국은 독자외교를 펼치고 있습니다. 4월 중순 ‘초강대국 간 고래싸움에서 살아남는 법’이라는 제목의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토 기사가 화제가 됐습니다.
 
“‘인도·태평양 전략’에 인도가 없다“
 
미국과 중국 어느 한쪽에 서지 않고 거래하듯 중립을 지키는 25개 국가(Tranjectional 25)를 소개했는데, 이미 독자외교로 유명한 브라질, 튀르키예는 물론이고 미국이 지극정성 공을 들이고 있는 인도와 윤석열 대통령이 형제국이라고 부른 UAE, 중동 내 미국의 거점으로 꼽혀온 사우디아라비아 그리고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카타르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이 중 인도는 미국이 핵심 대외전략인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으로 상정하고 있지만, 이를 무색하게도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에 불참하고 오히려 러시아 교역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인도·태평양 전략에 인도가 없다“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렇게 보면 극단적으로 진영외교를 강화하고 있는 윤석열정부가 오히려 예외적이라고 봐야하지 않겠습니까?
 
지난 달 19일 일본 히로시마에 주요 7개국(G7) 정상들이 둘러앉아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리시 수낵 영국 총리,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이사회) 상임의장,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사진=뉴시스)
 
히로시마 G7정상회의 계기로 만난 한미일 정상이 북한 미사일에 대한 경보정보 공유 가속화를 통해 사실상 미국의 MD참여를 기정사실화한 직후 중국이 직접적인 행동에 나서고 있습니다. 지난달 22일에 류진쑹 중국 외교부 아시아 담당 국장이 우리 외교부에 △(대만 문제 등) 중국의 ‘핵심 이익’을 건드리면 한중 협력 불가 △한국이 친미·친일 일변도 외교 정책으로 나아갈 경우 협력 불가 △현재와 같은 한중 관계 긴장 지속 시 고위급 교류(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한) 불가 △악화한 정세 아래 한국의 대북 주도권 행사 불가 등 4불가 방침을 통보했다고 <한겨레>가 1면 톱으로 보도한 것입니다. (외교부는 이 기사가 사실무근이라면서도 반론보도나 정정보도 청구는 하지 않겠다는, 소극적 입장입니다.)
 
이에 대해 윤석열정부는 한국이 강하게 나갔기 때문에 중국이 타협적으로 나오는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니, ‘한국은 사실상 G8 국가’라고 하는 것에 버금가는 ‘정신 승리’입니다.
 
황방열 통일·외교 선임기자 hb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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