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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저출산 수렁…담당부처 설립 '절실'

지난해 출생아 23만명대 무너지나

2024-01-24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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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유진·김소희·이민우 기자] 2만명대 월별 출생아 수가 무너지면서 8개월째 1만명대의 고착화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추세라면 연간 출생아 수가 23만명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한국의 저출산 문제는 국가 소멸까지 논할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 문제인 만큼, 저출생 등 인구 정책을 포괄적으로 관리할 종합 컨트롤타워 신설의 세부적 추진이 절실해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인구 정책 컨트롤타워 신설 논의가 '보여주기식 정책'에 그쳐선 안 된다고 꼬집었습니다. 특히 실질임금 보존과 육아 책임 등 기업들도 문제 해결을 위한 자세를 보여야한다고 조언합니다.
 
2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11월 인구동향'을 보면 2023년 1~11월 누적 출생아 수는 21만3572명에 그쳤습니다. 12월 출생아 수가 2만명을 넘지 못할 경우 지난해 누계 출생아 수는 24만명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상 첫 22만명 대 쇼크도 베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지난 2002년부터 2016년까지 40만명대를 유지하던 연간 출생아 수는 2017년 35만7771명으로 30만명대로 떨어졌습니다. 2020년에는 27만2337명으로 30만명대가 무너졌습니다. 2022년에는 24만9186명으로 25만명 아래로 내려앉았습니다. 
 
지난해 11월 출생아 수는 1만8000명도 채 되지 않습니다. 1년 새 1450명이 줄어든 셈입니다. 지난해 1월(2만3179명), 3월(2만1138명)을 제외한 나머지 월별 출생아 수는 2만명을 넘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2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11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11월 출생아는 1만7531명에 그쳤다. 그래픽은 2023년 출생아 수 추이. (그래픽=뉴스토마토)
 
 
인구부 신설 꺼내든 정치권
 
사상 최악의 '인구 절벽' 현상이 49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여야는 '인구부 신설' 등 공통 공약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인구부 신설 등이 담긴 '일·가족 모두행복' 공약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저출생 문제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인구부'를 신설하고 여러 부처의 저출생 정책을 인구부에서 전담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인구부가 신설될 경우 부총리급 단체로 격상됩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인구부 신설 등 여야 공통 공약을 두고 "즉각 입법 절차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아울러 남성 육아휴직 강화, 아이돌봄 서비스 등 '대한민국 생존을 위한 저출생 종합대책'을 내밀고 있습니다.
 
특히 자녀 2인 이상을 출산할 경우 24평 분양전환 공공임대 등을 제공하고 신혼부부 주거지원 대상을 현행 7년에서 10년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입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한국의 저출산 문제는 세계에서도 주목할 만큼 심각하다"며 "국가 소멸까지 논할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출산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는 것은 맞다"며 "러시아·우크라이나는 전쟁 중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보다 출산율이 높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가만히 있으면 이런(저출생) 추세가 이어지지 않겠나. 뭐라도 해야된다는 생각이 든다"며 "누군가는 주거를, 누군가는 교육이나 돌봄에 대한 지원을 필요로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주거와 돌봄 등 여러 난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뭐라도 해보고, 끝까지 해결을 보겠다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질적 추진…업무분장 선행"
 
전문가들은 '인구부 신설'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인구부, 인구대응부 등 부처 필요성에 공감한다"며 "하지만 다른 부처와 업무 조율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습니다. 
 
이어 "컨트롤타워가 필요해보이긴 하지만 어떤 업무를 할 건지, 어떤 내용을 담을 건지에 대한 내용이 빠져 있다"며 "'우리가 일을 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보여주기식 정책'에 그칠 가능성도 커 보인다"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이병훈 명예교수는 "국민의 세금이 본격적으로 투입되는 정부부처를 만드는 것부터는 꼼꼼히 따져야할 필요가 있겠다"며 "그러나 논의만 할게 아니라 실질적이 추진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영국이나 프랑스 등 서부의 경우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생기면 그걸 정말 선도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정책을 추진한다"며 "가령 사회적 고립이 심각하다는 이슈가 있으면 고립부와 장관을 내세워서 집중적으로 빠르게 사태해결에 노력한다"고 부연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처럼 말만 무성한 채 진척이 되지 않는 경우와는 다른 모습"이라며 " 정쟁을 중심으로 총선과 정치에만 관심이 있는 대통령실 모습은 바뀌어야 한다. 정부부처의 업무 우선순위를 분명히 정하고 추진해나가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기업도 육아휴직·인식개선 시급
 
구정우 교수는 "육아휴직 같은 부분에 있어서는 파격적으로 나와야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육아휴직은 요즘같은 사회 분위기에서 일생에 한 번 정도 사용하는데 이 기간동안 정상적인 임금을 주는 것이 어려운 일인지 의문이 든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기업이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며 "정부가 기업과 함께 논의를 해서 실질임금을 보존한 채 육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정익중 교수는 "예컨대 개구리가 팔팔 끓는 물에서는 펄쩍 뛰어나가지만, 서서이 삶아질 때는 모른 채 죽는다는 말이 있지 않나. 이런 것처럼 모든 사람들에게 인구 문제가 크게 체감이 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정부도 인구감소가 국가적 위기이고 이 것이 곳 내 위기로 연결된다는 것을 (국민들이)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출산과 결혼을 앞둔 사람들에게는 희망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2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11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11월 출생아는 1만7531명에 그쳤다. 사진은 유치원에 등원하는 어린이와 학부모. (사진=뉴시스)
 
 
세종=김유진·김소희·이민우 기자 y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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