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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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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해빠진 여행

2024-04-22 19:39

조회수 : 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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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여행이 정말 흔한 취미가 됐죠. 주말, 연휴만 되면 나들이객, 여행객들로 도로가 마비되고 공항이 마비되는 것이 일상이 됐습니다.
 
22일 강원 강릉시 경포해변을 찾은 관광객들이 바다를 바라보며 망중한을 보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월 초부터 여행 계획에 대한 질문을 받았습니다. 어떤 이는 올해 갈 여행을 기대하며 그 시간들을 버텨낸다고도 했습니다. 호캉스를 위해 좋은 숙소를 미리 예약하고, 휴가철 특가 항공을 기다리는 일은 사실 제게는 딴 나라 이야기입니다. 남들은 밥 먹듯 하는 그 흔해빠진 여행이 제겐 '기적'과도 같은 일입니다.
 
어머니가 편찮아지시면서 저는 여행에 대한 마음이 자동으로 접혔습니다. 온 신경이 어머니를 향해있기 때문에 시간만 있으면 부모님과 보내는 편을 택합니다. 여행이 제게는 사치인 셈이죠. 나날이 야위어가는 어머니 소식을 들을 때면 가슴이 내려앉곤 했습니다. 점점 무력해지고 표정을 잃어가는 어머니를 볼 때면 제 마음은 타들어 갔습니다. 그 옆에서 어머니의 매일을 지켜보며 같이 가슴아파한 아버지의 고생도 많았습니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보살피는 일 외에는 다른 지인들과의 만남도 거의 없다시피하며 두 분은 꼭 붙어 지내십니다. 
 
악조건 속에서도 어머니는 건강을 되찾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습니다. 나쁘다는 건 다 중단했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물을 마시고 운동을 하고 해를 쬐고 좋은 식품만 소량 먹고, 오지도 않는 잠이지만 일찍 잠자리에 드는 편을 택했습니다. 그렇게 수년을 거쳐 어머니의 건강이 아주 조금씩 나아졌습니다. 어머니의 말을 빌리자면 병아리 눈물만큼 나아지고 있습니다.
 
병아리 눈물이더라도 저는 조금씩 나아진다는 것에 그저 감사했습니다. 물론 어제도 다시 힘들어하셔서 연락이 힘든 날도 있지만 그래도 연간 그래프를 그리자면 우상향은 우상향인 겁니다.
 
그런 어머니가 얼마 전 '캠핑'이라는 단어를 입 밖으로 내셨습니다. 당장은 어렵더라도 언젠가 캠핑을 가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저희 가족에겐 여행이라는 단어는 감히 떠올릴 수 없는, 아니 떠올려서는 안 되는 일이었습니다. 그런 어머니에게서 여행이라는 단어가 나오기까지 꼬박 10년이 걸렸습니다. 아직도 가족여행은 머나먼 일일 겁니다. 그저 어머니 머릿속에 여행이라는 단어가 떠올려졌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언젠가는 남들처럼 가족여행을 흔하게 갈 수 있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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