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이광표

'보통사람'이 살고 싶은 세상인가요?

2017-03-26 11:46

조회수 : 2,518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영화 속 기자들은 늘 같은 몰골이다. 당장이라도 씻겨주고 싶은 꾀죄죄한 몰골에 젖은 수건을 목에 두르고 칫솔을 입에 문채 "나 날 밤 깟어요"라고 묘사된다.
 
영화 '보통사람'도 그랬다. 실제 80년대 후반 독재정권 속 저항정신으로 가득찬 열혈 기자가 극의 전개를 이끌어간다. 닮고 싶은 부분이다. 열정적이다.
 
영화 속 주인공 강성진 형사(손현주 분)도 마찬가지다. '국가'라는 이름을 앞세운 검은 권력의 유혹에 넘어간 강 형사는 안기부와 결탁해 공작사건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지켜본 신입 형사에게 대뜸 "너는 신입인데. 내가 공작사건을 만들어내는 것을 보고 왜 가만히 있느냐. 불의에 대들 줄도 알아야지!" 윽박지른다. 마치 어찌하다 신경쓸게 많아진 내가 선배 기자랍시고 후배기자들에게 "너희들은 전사가 되어야지!!!"라는 식이다.
 
그래도 영화 속 강 형사의 의형제로 나오는 추재진 기자(김상호 분)는 누가봐도 사내정치를 못해 국장과 동기이자 필드를 뛰는 기자로 남아 사내 권력과 매번 맞선다. (물론! 뉴스토마토는 늘 권력에 휘둘리지 않는 보통사람들을 위한 언론이다^^)
 
 
 
"이건 불편해서 안 되고, 저건 민감해서 안 되면 신문이 왜 있어!" 라는 영화 초반 귓가를 어지럽힌 그의 대사는 그 시대 언론들이 관제언론으로 변질되어 가는 과정과 이를 거부하는 기자들의 몸부림을 그대로 표현했다. 대사 속 녹아있는 '불편'과 '민감'이란 단어가 또 날 괴롭힌다.
 
 
 
그 시대 독재 정권과 비견할 바는 못 되지만 내가 구축한 얄팍한 이해관계에 민감해질 수 있는.....혹은 민감해서 불편한 관계가 될 수 있는 모호한 관계 속에 공감을 이끌어낸 강렬한 대사였다. 기자생활 11년차에 그런저런 관계로 인해 타협했던, 혹은 타협을 위해 관계를 맺었던 것들을 관통하는 그런 대사였다.  
 
 

영화 속에선 정확히 30년 전 전두환 정권을 배경으로 다뤘다. 
 
'호헌조치'가 등장하고 국민은 헌법 속 권력자가 아닌 통제의 대상으로 묘사된다. 30년이 지난 지금의 시대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지점이 서글픈 대목이다.
 
2017년 봄. 대한민국은 그래서 과거와 얼마나 달라졌는가?...를 묻는다면....특정 개인과 대통령이 결탁한 국정농단, 여기에 청와대 고위 관료들이 연루돼 있다. 모양새만 놓고 보면 당시의 무자비한 고문과 공작만 사라졌을뿐 국민 위에 군림하려 한 권력자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매 한가지다. 영화 '보통사람'이 묘사한 지점이 바로 그 것인듯 했다.
 
불과 얼마 전 드라마를 통해 부조리한 권력과 맞서 싸운 배우 장혁이 이 영화속엔 '보통사람'을 희생양으로 삼는 안기부 실장으로 분한다. 그가 가장 많이 반복한 '국가와 민족을 위한 원칙과 소신'을 위한다는 미명 아래서 그랬다. 

 

절찬리에 상영 중인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까봐 줄거리는 생략한다. 다만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치고는 극의 전개의 동기부여가 다소 억지스러운 면이 없지 않다.
 
그럼에도 영화에 올곧이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시대 서슬 퍼런 독재의 그늘이 지금까지도 다른 형태로 이어졌다는 점에선 소정의 '별'을 선사하고 싶다.
 
영화 제목 그대로 '보통사람'이 그냥 편히 숨 쉬게 살고픈 오늘날의 현실과 맞 닿는 지점이 수 차례 나온다. 영화감독은 이념을 내세운 구태한 정치적 편가르기가 아닌 우리 이웃 소위 '보통사람'들의 열망과 행동을 어떻게든 순수하게 표현하고 싶은 듯 했다.
 
쌍둥이 만삭의 배가 부른 아내와 오래만에 보통날 처럼 영화를 즐기고팠던 우리 부부가 찾아본 영화 '보통사람'의 짧은 후기다.
 
 
  • 이광표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