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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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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입니다.
다시 꺼내보는 재계 30년

2017-04-06 13:56

조회수 : 3,5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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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집단은 '동일인이 사실상 사업내용을 지배하는 회사의 집단'으로, 공정거래위원회는 매년 동일인의 지분율과 지배력을 따져서 기업집단과 그 범위(계열사)를 지정·발표한다. 기업집단의 순위는 자산(공정자산)을 기준으로 하며, 이 순위는 사실상 우리나라의 재벌 순위와 같다. 기업집단에 관한 더 많은 내용은 공정위가 운영하는 기업집단 정보포털 '오프니(http://groupopni.ftc.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공정위는 지난 1987년 공정거래법을 개정하고 기업집단을 지정하기 시작했으며, 직전년도 회계를 적용해 자산과 매출액, 부채액, 당기순이익, 계열사 수 등을 집계해 발표한다. 1987년 기업집단은 자산 총액 4000억원 이상을 기준으로 32곳이 선정됐으며(1992년에는 78개 기업집단까지 선정), 1993년부터는 자산 총액 4000억원 이상의 30대 기업집단까지만 지정했다. 또 2002년부터는 자산 총액 기준을 2조원으로 상향 조정해 자산 기준이 넘는 곳을 모두 집계하고, 한국전력 등 주요 공기업도 기업집단으로 포함하기 시작했다. 2009년부터는 자산 총액 기준을 5조원으로 상향했다.

위의 표는 1987년부터 2016년까지 30년 동안의 30대 민간 기업집단을 표시한 것으로, 지난 2015년 11월 재계 흥망성쇠와 재벌의 뿌리 등의 기획기사를 쓰면서 만들어놨던 것이다. 그로부터 1년 반이 지나 산업부에서 재계팀을 맡으면서 다시 자료를 꺼내봤다. 그리고 최신 현황으로 업데이트 했다. 자료를 다시 들춰보니 재계의 역사는 곧 경영권 세습의 역사라는 점을 재차 확인했다.
1987년부터 2016년까지 30대 기업집단에서 한번도 빠지지 않고 남아 있는 곳은 삼성과 현대(2001년부터는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한진, 한화, 두산, 금호아시아나, 대림, 효성 등 11개다. 특히 삼성과 현대(현대자동차), LG는 단 한번도 5위권 밑으로 떨어져 본 일이 없다. 반면 20위~30위는 매년 이름과 순위가 바뀌었다. 

30여년간의 장기적인 흐름에서 살펴보면 재계의 사업 구조조정과 지분 이동의 가장 큰 목적은 결국 경영세습을 위해서였다. 현대그룹이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현대백화점 등으로 분할돼 30위권에 포진했고, 삼성그룹에서 갈라져 나온 신세계와 CJ, LG그룹에서 뻗어진 GS, LS 등도 30위권에 들어가 있듯 재벌의 구조조정과 분할은 결국 세습을 염두에 두고 계획적으로 치밀하게, 서서히 준비됐다. 재벌은 경영상의 이유, 글로벌 경제에 대한 대응, 신산업 육성, 정부의 요청 등을 위해 구조조정을 추진한다고 발표하며, 그 과정에서 수많은 해고 노동자가 만들어지고 사회·경제적 이슈들이 생겨나지만 그 거창한 명분의 이면에는 결국 경영세습이 자리 잡고 있다.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 탁월한 경영능력 입증 등을 명분으로 이뤄지는 임직원의 인사 역시 경영세습을 위한 자기 사람 심기와 내치기에 지나지 않는다. "주인집 아들내미에 방 한칸 물려주겠다고 수십명 머슴을 내쫓는다"라는 표현은 그래서 나온 듯하다.

아울러 재계의 역사는 승자독식의 역사다. 앞서 설명했듯 30여년간 삼성과 현대, SK 등 11개 기업이 30위권에서 내려가 본 일이 없고, 삼성과 현대, LG는 5위권 밑으로 추락하지도 않았다. 또 그들의 자식들은 다른 기업집단을 만들어 30대 그룹에 안착했다. 이씨(삼성), 정씨(현대), 구씨(LG) 등 3개 집안에 우리나라 모든 부와 경제권력이 집중된 모습이다. 더구나 1990년대 말 IMF 사태와 2000년대 중반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경제계도 다소 충격을 겪었지만, 오히려 그 이후 삼성, 현대차, LG, SK, 롯데, 포스코, 한진, GS, 한화, 현대중공업 등 10개 기업집단이 거의 10년 넘게 부동의 10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경제위기 속에서 수많은 중소기업이 줄도산하고 같은 재벌 내에서도 20~30위권에서는 순위가 요동쳤던 것과는 딴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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