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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형렬표 메자닌펀드 '퍼즐완성'…운용사 전환 3년차 승부수

시즌Ⅴ 자금모집 상반기 내 재개…"성장주 장세 전환 기회될 것"

2017-04-14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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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차현정 기자] ‘계획대로만 움직인다.’
 
소위 ‘메자닌펀드 잘하는 회사’로 알려진 에이원투자자문은 메자닌 외에 눈을 돌린 적이 없다. 시장과의 차별화를 위해 전략을 재정비한다거나 일정을 앞당긴 적도 없다. 이 회사의 대표가 주재하는 회의에도 없는 것이 있다. 회의 진행을 위한 회의 자료다. 이미 대표 머릿속에 숫자가 모두 입력될 만큼 구성은 모두 마친 터라 숫자 또는 문자 그 이상의 의미를 담은 보고서 작성은 생략된다. 선형렬 에이원투자자문 대표의 경영 리더십을 지켜본 직원들의 내부평가는 오직 실현 가능성에 근거한 계획을 세우고 철저히 이뤄낸다는 거다. 메자닌 투자 시장에서 그가 대부(大父)로 불릴 수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철학 유지에 있다.
 
“앞으로도 에이원투자자문은 메자닌펀드에만 집중할 생각입니다. 메자닌 이외의 것을 투자하거나 다른 색을 가미할 계획은 일절 없다고 보면 됩니다.”
 
선형렬 대표는 이제 2년된 에이원자문의 새로운 3년 포부도 전했다. 예고했던 대로 내년에 헤지펀드 운용사로 전환해 새로울 3년차를 돌파한다는 과제다. 사진/에이원투자자문
 
뼛속까지 메자닌 투자 전문가인 선형렬 대표를 최근 서울 여의도 유수홀딩스빌딩(옛 한진해운빌딩)에서 만났다. 지난달 3일 설립한지 꼭 2년째 되는 날 사무실 이전을 했지만 아직 축하케이크를 자를 여유는 없었다고 했다. 수십 건에 달하는 투자의뢰서 검토와 편입된 개별기업 관리, 탐방 일정 등 현안이 산적했기 때문이다.
 
선 대표는 지난 2년 동안 매해 200개 기업을 검토하고 80여 곳은 직접 탐방해 그 중 성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기업을 고르는 일에 몰두했다. 파인아시아자산운용과 현대자산운용 등과 손잡고 시장에 출시한 그의 펀드가 자산가들의 인기 재테크 상품으로 자리잡게 된 까닭이다. 나왔다 하면 조기 완판 행렬을 기록하며 지난 네 차례 연속 뭉칫돈을 담으면서다.
 
그러던 에이원자문의 메자닌펀드 시즌Ⅴ에서 처음으로 자금모집 미달이 발생했다. 한반도 사드(THAAD) 배치 영향과 탄핵 국면에 투자 불안 요소가 겉잡을 수 없이 커지며 시장이 위축됐기 때문이다. 지난 2월부터 파인아시아자산운용이 모집에 나선 ‘파인아시아에이원 시즌Ⅴ 메자닌펀드’로는 총 191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처음 에이원자문의 이름을 달고 나온 시즌Ⅰ이 1030억원을 모은 데 이어 시즌Ⅱ(730억원)와 시즌Ⅲ(750억원), 시즌Ⅳ(871억원)가 빠른 기간 모집액을 채운 것과 대조적이다.
 
“시장이 급격히 가라앉은 상황에서 억지로 강행해선 안되겠다고 판단해 두 주 만에 자금모집 일정을 중단했습니다. 급하지 않으니까요. 시장에 확실한 변화가 왔다고 느끼면 대통령선거 이후 6월 내 다시 자금모집에 나설 생각입니다.”
 
현재 설정 1년9개월여가 지난 시즌Ⅰ의 성과가 0%에 머물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도 시장이 눌리는 과정에서 주가 하락만큼 전환가가 조정(리픽싱)된 결과다. 두 번째 출시된 시즌Ⅱ가 14% 성과를 거두고 있고 시즌Ⅲ(7%)와 시즌Ⅳ(2%)도 비교적 선전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도 부진한 성적이다. 선 대표는 다만 메자닌펀드가 통상 3년차에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만기엔 충분한 수익률을 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올해 전반적인 시장환경 자체가 메자닌 투자에 더 유리해졌다는 점도 강조했다.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 증권에 투자하는 메자닌펀드는 주식시장이 불확실하거나 조정을 받을 때 채권으로 유지하다 상승 국면에서 주식으로 전환하며 훨씬 능동적인 수익을 내는데 지난해 부진했던 시장이 올해 다시 반등할 것으로 관측돼서다. 중소형주나 성장주 장세와 맥을 같이 하는 메자닌펀드인 만큼 빠질 대로 빠진 메자닌 투자는 오히려 투자 적기라는 평가다. 겨울은 메자닌 발행 비수기지만 그럼에도 에이원자문은 쉬어가지 않았다. 연초 이후 에이원자문은 코스온(069110)뉴로스(126870), 하나마이크론(067310), 엘아이에스(138690) 등 네 건에 260억원을 투자했다.
 
“작년 9월부터 중소형주 약세가 지속됐고 그러는 동안 메자닌펀드 성과도 눌려있던 게 사실입니다. 대형주 주도 장세가 펼쳐지면서 중소형주 위주인 메자닌 투자 실적이 빠질 수밖에 없었던 거죠. 하지만 최근 코스피 대형주 중심이던 시장이 코스닥 중소형주 장세로 바뀌는 시그널을 보이고 있어 메자닌펀드 수익률 상승 여력이 충분해 보입니다.”
 
이제 2년된 에이원자문의 새로운 3년 포부도 전했다. 예고했던 대로 내년에 헤지펀드 운용사로 전환해 새로울 3년차를 돌파한다는 과제다.
 
“에이원투자자문 설계 당시부터 염두에 뒀던 겁니다. 잘하는 것에만 집중한다는 신념엔 달라진 것이 없어요. 투자자들이 고를 수 있는 메자닌펀드를 만드는 것이 궁극의 목적입니다. 선택 가능한 펀드라인업을 구축해 대한민국 내 메자닌펀드 선구자로 다시 서고 싶습니다. 수십 가지의 방식을 놓고 매 순간 고민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시간을 쏟고 공들이는 것은 안정성을 담보하는 것이지만요.”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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