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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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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곤의 분석과 전망)너무도 초라한 4월의 자화상

2017-04-17 06:00

조회수 : 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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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은 19대 대선 후보 등록일이자 김일성 생일 105주년이었다. 4월 들어 한참 고조된 긴장 분위기의 초점이 되는 날이었다. 북한이 미사일 실험을 할 것인가, 6차 핵실험을 할 것인가...
 
예상대로 ‘이상했던’ 미중 정상회담, 미국의 시리아 폭격, 핵항공모함 칼빈슨호의 이동, 북한이 핵실험 준비태세를 갖췄다는 보도 등은 그래도 사실에 기반한 것이었다. 정체불명의 일본 블로그와 한반도 위기 조장이 단골메뉴인 산케이 신문발 보도, 주가 조작 목적으로 의심받는 사설정보지에 담긴 김정은 망명설 등은 허황하기 짝이 없었다.
 
어쨌든 15일은 넘어갔다. 그 전날 “오산과 군산·평택 등 미군기지들과 청와대를 포함한 악의 본거지들은 단 몇 분이면 초토화된다”(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 같은 말폭탄을 쏘아대긴 했지만 막상 당일엔 열병식을 벌이는데 그쳤다. 물론 오는 25일 인민군 창건 85주년이 대선 전 또 한 번의 고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사실’과 ‘우려’ 그리고 ‘허위’가 버무러진 긴장 국면이었다. 그리고 이 국면이 종결된 것도 아니지만 곰곰이 중간 복기해보면 참으로 이상하기 짝이 없다.
 
일단 아무리 대통령 궐위 상태라고 해도 우리 정부의 무능은 도를 넘었다. 대통령 출마를 고민할 때만해도 하루에도 몇 차례씩 공개행사에 참석하며 존재감이 하늘을 찌르던 촹교안 권한대행의 얼굴을 보기가 어렵다. 국민들은 황 대행의 대통령 출마를 우려한 것이지 직무를 그만두라고 한 것이 아닌데 말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보다 재임기간이 더 긴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말할 것도 없다. 대통령 파면 이후 외교부의 유일한 관심사는 한일 위안부 합의 ‘유지’ 뿐인 듯하다.
 
이런 상황이니 우리 직제로 치면 국장급 정도 되는 조셉 윤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각 정당 대표급 혹은 대선주자들을 만나고 다녔다. 조셉 윤 보다는 직급이 높지만 본질적 차이는 없는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한반도특별대표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차기 정부를 준비하고 있는 대선 주자들, 대선 캠프는 어떠한가? 선두권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문재인, 안철수 두 사람이 중국과 미국의 관료들을 직접 만나지 않은 것은 평가할 만하다. 그나마 선두주자의 격을 지킨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약간의 온도차가 있나 없나 모르겠지만, 사드 문제를 놓고 오른쪽으로 이동한 것 외에는 존재감이 없다. “내가 먼저 총을 들고 나설 것”, “와튼스쿨 동창인 트럼프에게 전화할 것” 같은 소리는 하나마나하거나 차라리 안 했으면 나았을 이야기들이다.
 
‘이것은 진짜 우리가 강하다’고 자신하는 홍준표, 유승민 두 사람은 어떠한가? 더 이상하다. 구 야권 후보들이 사드 문제에 대해 보수 후보들의 주장 쪽으로 환영할 일 아닌가? 그런데 진정성이 없다고 걷어차고 있다.
 
국토 수복 운운 하는 소리는 뭐라 말할 가치도 없다.
 
유일 진보 후보? ‘나 혼자 처음부터 지금까지 사드를 반대했다’ 외에는 할 말도 없어 보인다. 사드의 무용성 주장은 일리있는 이야기다. 그러면 어떻게 하자는 이야기가 없다. ‘병역 면제자 정무직 배제’ 같은 오버가 눈에 띌 뿐이다.
 
물론 대선 주자들의 고충을 이해못할 바는 아니다. 모든 후보들이 미 트럼프 행정부의 선제타격설에 대해 화들짝 놀라며 “말리겠다”고 입을 모으는 걸 보면 ‘말’말고 ‘행동’의 선택 폭이 넓지도 않을 것이다.
 
사드 문제도, 중국이 막상 미국엔 아무 말도 못하면서 한국에만 눈을 부라리고 있지만 정부든 대선 주자든 ‘전략적 인내’로 일관하고 있다. 그런데 뭘 할 수 있는데 참는 것과 도리가 없어서 참는 것은 본질적 차이가 있다. 우리는? 후자 아닌가?
 
북한? 한국이 눈에 들어올 리가 있나? 핵실험도, 미사일도 미국 혹은 최소 주일 미군기지 정도가 전략적 목표다. 우리는 도발의 대상으로서의 값어치도 떨어졌다. 그나마 이웃 일본이 아웅다웅해준다고나 할까?
 
도대체 어쩌면 좋단 말인가? 5월 10일 부터는 좀 나아지긴 나아지는 건가?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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