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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롯데건설, '재개발 조합' 상대 탈·불법 논란

당국 각종 규제 제도 '유명무실'…"전시관 탐방 빌미 버스 투어"

2017-04-17 06:00

조회수 : 8,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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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신지하 기자] 최근 부동산 경기 회복 분위기를 틈타 각종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건설사 간 수주 경쟁 과정에서 처벌이 애매한 향응 제공 등 온갖 탈·불법이 판치고 있다. 롯데건설이 서울시 동작구 흑석9구역 재개발 사업장에서 관할 구청의 과도한 홍보 자제 당부가 있은 지 일주일여 만에 조합원들을 데리고 부산전시관 투어를 강행해 해당 조합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문제는 조합원을 대상으로 이 같은 ‘호객’ 행위를 해도 아무런 제재할 방안이 없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어 국토교통부 등 정부당국의 관렵법 정비가 시급해 보인다.
 
지난 8일 오후 10시쯤 서울시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병원 인근 도로에서 롯데건설의 부산 전시관 투어 일정에서 돌아 온 흑석9구역 재개발 조합원들이 버스에서 하차하는 모습. 제공/흑석9구역 조합원
 
16일 흑석9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지난 6~8일 3일간 당일 일정으로 3차례에 걸쳐 수십여명의 조합원들을 관광버스에 태우고 부산에 있는 자사 모델하우스 탐방을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합원들은 말을 아꼈으나 한식을 포함한 부산나들이가 사실상 관광에 가까웠다는 점도 털어놨다.
 
김종대 흑석9구역 재개발조합 총무이사는 "롯데건설이 본사 차원에서 조합원들을 모집해 3개 날짜로 나눠서 부산의 전시관을 다녀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조합의 공식적인 요청에 의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이번 일과 관련해 관할 구청인 서울 동작구청의 공문을 받아봐야 조합의 입장을 정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7일 롯데건설의 전시관 투어를 다녀왔다는 조합원 A씨는 "조합원 수십여명이 아침 7시 약속 장소에 모여 관광버스 4대로 나눠 타고 부산으로 향했다"며 "점심은 한식을 얻어 먹었으며 집에 오니 다음 날 오전 12시30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전시관에서는 직원들이 자재나 시스템 등에 대한 선호도를 물어봤다"면서도 "건설사들이 이처럼 돈을 쓰며 홍보 활동을 벌이는 건 자제해야 하나 (이번 일정에 참여했다고) 꼭 롯데건설을 (시공사로) 찍지는 않을 것"이라고 투어에 대해 선긋기를 했다.
 
현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과 정비사업자의 시공자 선정기준 등에 따르면 입찰 참여 시공자는 참여 건설사 전체가 참여하는 합동 홍보설명회 이외에 조합원 개별 접촉에 의한 홍보 행위를 모두 금지하고 있다. 시공사 선정과 관련해서 금품이나 향응 등 위반 행위가 적발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특히 금품·향응 제공자와 수뢰자 모두 처벌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앞서 흑석9구역 재개발조합은 지난달 29일 '구역내 건설회사 홍보활동 관련 주의사항 안내'라는 공문을 조합원과 건설사에 통지한 바 있다. 이는 동작구청이 조합 측에 시공사 선정 관련 규정을 준수하도록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롯데건설은 이 같은 자제 요청을 받은 지 열흘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부산전시관 투어를 진행해 조합과 동작구청은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개설된 '흑석9구역 재개발 기록저장소' 카페(회원수 205명)에서는 이번 롯데건설의 행위를 '불법 행위'라고 지적하는 글들이 상당수 올라와 있다. 해당 카페장은 "공문이 발송된 지 단 열흘도 지나지 않았음에도 롯데건설은 동작구청과 조합, 조합원을 보기 좋게 비웃었다"며 "불법 행위를 알게 된 이상 조합은 규정에 입각한 확실한 후속조치를 하고 그 결과를 모든 조합원에게 알려야 할 것"이라고 공지했다.
 
조합원 B씨는 "지난해부터 롯데건설 외에도 GS건설 등에서 집으로 찾아오겠다는 전화가 수차례 오고 있다"며 "실생활에도 크게 불편을 느낀다"고 말했다.
 
흑석9구역 조합원이 한 건설사로부터 받은 문자. 제공/흑석9구역 조합원
 
반면 동작구청은 이번 롯데건설의 전시관 투어를 위법 행위로 볼 수 없다는 쪽으로 설명했다. '주의하라'는 안내에도 불구하고 롯데건설이 이번 행사를 진행한 것은 '괘씸'하지만 현행법상 이를 제재할 별다른 수단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동작구청 관계자는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가 발표된 시점부터는 명백하게 불법 홍보에 대한 제한이 가능하다"면서도 "현재 법적인 검토를 진행하고 있지만 흑석9구역은 아직 사업시행인가도 받지 않은 단계라서 이번 행위를 제재하거나 처벌하기는 어려울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합 측에서 이번 일과 관련해 조만간 건설사 홍보 대표급 사람들을 불러 모아 주의를 줄 계획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서초구 롯데건설 본사. 사진/뉴시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롯데건설 관계자는 "조합원들이 롯데건설의 주택 전시관을 보고 싶다는 요구가 있었고 조합 측의 요청에 따라 부산에 있는 전시관을 다녀오게 된 것"이라며 "전시관만 둘러 보고 왔을 뿐 식사 제공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지역이 부산인 이유에 대해 "전시관이 그 지역 밖에 없었다"며 "이번 행사와 관련해 법률적으로 검토한 결과 법에서 애매한 부분이 있지만 크게 법에 저촉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건설사들의 개별 홍보 행위를 규제하는 도정법이 현실성이 없다며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해 4월 한국주택협회는 대형 건설업체들과 함께 국토교통부에 '건설사와 조합원 사이에서 발생하는 금품·향응 제공은 강력히 처벌하되 법에서 금지하는 조합원 상대 개별 홍보는 양성화해달라'는 내용의 건의문을 제출한 바 있다.
 
한동진 바른재건축재개발전국연합 기획실장은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막대한 이익을 주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지는 만큼 대다수 건설사들은 관행적으로 사업권을 따내려고 은밀하게 불법 홍보를 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도 "이런 일들이 실제로 적발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법에서 규정한 합동 설명회 만으로 건설사별 상품 특성을 조합원들에게 전달하는 것은 역부족"이라며 "현실적으로 건설사들의 개별 홍보는 불가피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법조계 한 전문가는 "현행법은 건설사의 개별 홍보가 불가능한 기간이 명확하게 드러나 있지 않다"며 "실제 입찰 과정에서의 불공정 행위를 막는 효과도 미약할 뿐 아니라 오히려 시공사 선정에서 탈락한 업체가 시공사를 상대로 비합리적인 지적질을 할 수 있는 빌미를 주는 등 조합과 건설사 간 갈등만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별 홍보 기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확립하는 등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흑석9구역 재개발조합에 따르면 이르면 12월 시공사 선정 총회를 개최할 목적으로 현재 사업시행인가 신청을 준비 중에 있다. 이 사업은 흑석동 90번지 일대에 지하 3층~지상 25층, 총 1500여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흑석9구재정비촉진구역. 사진/신지하기자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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