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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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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곤의 분석과 전망)문 대통령, YS가 남긴 편견을 깨라

2017-05-22 06:00

조회수 : 4,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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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십여 일 동안 거침이 없었다. 다른 대통령들도 당선 직후엔 국민의 기대감이 하늘을 찔렀었고, 어이없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 인한 ‘기저효과’에 힘입은 바도 있을테다.
 
하지만 문 대통령을 필두로 한 ‘팀 문재인’은 일정, 메시지, 인사, 의전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준비된 면모를 과시했다. 즉, 기대감이나 “기왕 뽑힌 거 잘해봐라”는 힘 실어주기 뿐 아니라 대통령직 수행 초반에 대한 ‘평가’ 자체가 높다는 이야기다.
 
이런 까닭에 문 대통령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아니라 오히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초반과 비교하는 목소리가 늘어나고 있다.
 
아닌 게 아니라 유사점이 상당하다. 두 사람 모두 민주주의 회복의 아이콘이다. 행동은 소탈하고 말은 시원시원하다. 100%는 아니라도 6, 70% 이상 국민들이 목말라하는 의제들을 대통령의 고유 권한으로 처리한다. 초반 깜짝 인사가 환호를 받는다. “이제는 과거와 다르다”고 선언하고 말로 그치는 게 아니라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게 만들고 있다. 야당은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어떤 면에선 문 대통령이 김영삼 전 대통령보다 더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온 몸으로 한국현대사를 관통해온 김 전 대통령의 정치역정과 문 대통령을 비길 바는 아니지만 대통령 본인 뿐 아니라 ‘팀’의 국정경험은 문 대통령이 우위다.
 
다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초반을 돌아보자. “문민정부는 광주민주화운동의 정신을 계승하는 정부”라고 말하며 “어떤 동맹도 민족에 우선할 수 없다”는 내용이 취임사에 담겼다. 청와대에는 김정남 교육문화수석, 내각에는 한완상 통일부총리를 등용했다. 하나회를 숙청했고, 조선총독부를 폭파했다. 이십사년 전 일이지만 아찔하리만큼 가슴 벅찬 장면들이다. 정치, 역사, 문화가 바뀌었다.
 
하지만 모두가 아는 대로 IMF 외환위기를 맞았고 아들 김현철씨의 비리가 터졌다. 역사적 평가는 달라져야 마땅하지만, 지금은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인기 없는 축에 속한다.
 
왜 그랬을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김영삼 전 대통령은 동물적 감각이나 정치력은 몰라도 경제, 외교에 대해선 능력과 준비가 너무나 부족했다. 금융실명제를 단행한 것은 경제 분야 치적에 속하지만, 정치적 사고의 산물이라는 평가를 피하긴 어렵다.
 
부동산 정책, 금융정책, 개방 정책 등 경제 전분야에서 일관된 철학을 찾을 수 없었다. 노동운동 자체에 대한 독재적 탄압은 줄었지만 노동법 날치기 파동에서 알 수 있듯 노동과 분배에 대한 철학도 없었다.
 
박정희에겐 김정렴-남덕우, 전두환에겐 김재익, 노태우에겐 이승윤-김종인이 있었다. 김영삼에겐 누가 있었을까?
 
외교통일 분야 역시 마찬가지였다. 미전향 장기수 이인모 송환, 남북정상회담 추진 등 급진적 대북화해정책은 갑자기 180도 방향이 바뀌었다. 1994년 김일성 사망 이후엔 전임자인 노태우 전 대통령보다 시야가 좁아졌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만년엔 대북문제에 있어선 극우적이라고 해도 틀림이 없었다. 외교? 아웅산 테러 일년 이후엔 북한과 비공식 대화를 재개했고 중국과 관계 정상화의 시동을 걸었던 전두환, 북방외교의 지평을 열어젖힌 노태우와 비교할 거리 자체가 없다.
 
물론 이젠 시대가 다르다. 전술핵도 모르고 당선된 김영삼 전 대통령과 문 전 대통령을 비교할 순 없다. 정치적 훈련은 몰라도 국가 운영의 훈련은 문재인 대통령이 더 충실히 쌓았다. 그래도 어쨌든 김영삼 전 대통령이 남긴 교훈은 분명하다. 인기 있는 대통령이라도 능력이 없으면 본인은 물론이고 국민도 불행해진다는 거다.
 
따져보면 ‘민주화 운동권(진보)은 무능하다’는 편견을 국민들에게 심어준 사람이 바로 김영삼 전 대통령이다. 거제도에서 태어난 두 번째 대통령 문재인이 이 편견을 완벽하게 깨뜨려주기 바랄 뿐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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