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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고은

82년생 김지영

2017-05-30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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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도 선물 받았다는 아주 핫한 책 ‘82년생 김지영’입니다. 매달 한 번씩 있는 월급날에 책 한 권씩은 사려고 하는데요. 이번 달 책이 바로 82년생 김지영이었습니다. 생각보다 두껍지 않고, 크지 않아서 금방 읽었습니다. 저랑 5살 넘게 차이나는 김지영인데 에피소드 하나하나에 공감하면서 읽었습니다. 저도 고등학교 다닐 때 학교 앞에 출몰한 바바리맨에 대고 친구들과 소리 지르다, ‘여자애들이 별짓을 다한다’라는 말 들은 적 있거든요. 저희 시야에 그분이 들어왔을 뿐인...(먼산)


저는 어렸을 때 축구를 했는데 지겹게도 들었습니다. ‘여자애가 무슨 축구를 한다고’, ‘너네도 코치한테 맞니?’ 같은 말들. 부모님은 ‘여자애를 왜 험한 운동을 시키려고 그래’라는 소리를 들었죠. 좋아하고 잘 해서 하던 축구였는데 뭔가 하면 안 되는 걸 하는 것처럼, 부자연스러운 것처럼 대하는 태도가 참 불편했습니다. 그래서 더욱 ‘여자애라서 하면 안 되는 게 어디 있냐’며 격려해주셨던 초등학교 5학년 때 담임선생님의 음성을 잊을 수 없습니다. 선생님께서 전근 가신 뒤에도 장미꽃을 접어 찾아갔던 기억이 납니다. 이 책의 마지막에도 김지영의 인생을 이해하다가 (또는 하는 척하다가) 끝내 무신경의 자리로 돌아가는 인물이 나옵니다. 제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남성과 여성, 또 인간과 인간이 화합하는 길은 서로에 대해 쉽게 단정 짓지 않고 존중해주는 데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이 책을 읽고 딱 떠오르는 단어는 '무신경'이었습니다. 의식하지도 못 한 채 상처를 주고, 의식하지도 못 한 채 차별을 하고, 의식하지도 못 한 채 기회에 편승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무신경에 딴죽을 거는 장면도 나오는데, 통쾌하기도 하면서 저도 같이 혼나는 듯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단순히 남자의 삶, 여자의 삶을 떠나 누군가에게 함부로 하지는 않았었나 하는 생각에서요. 이 시대 젊은 여성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이해하는 데도, 그동안의 무신경을 한번 되돌아보는 기회를 갖는 데에서도 읽어볼 가치가 크다는 생각이 듭니다.


덧붙여 최근에 영국 BBC ONE에서 방영된 ‘The Replacement’라는 3부작 드라마가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E14twY4ZZoU (The Replacement 트레일러 영상) 직업인으로서 더없이 좋은 나날을 보내던 여성 건축가가 임신을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드라마입니다. 육아휴직을 떠나는 자신의 자리를 대체하기 위해 온 또 다른 여성 건축가와의 묘한 긴장감, 임산부로서 겪는 감정의 변화와 육아의 어려움, 그리고 상실감. 많은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드라마였습니다. 그저 보고 있는 입장에서도 정신적으로 좀 지친다는 느낌을 받는데, 물론 드라마 자체의 극적인 요소가 더해져있습니다, 실제로 임신과 출산, 육아를 견뎌내는 김지영들의 마음은 어떨지 그저 짐작만 해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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