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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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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곤의 분석과 전망)문재인 정부, 이제부터 시험대

2017-06-05 06:00

조회수 : 4,8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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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를 훌쩍 넘기는 지지율이 웅변하는대로 문재인 정부는 순항하고 있다. 대통령 지지자들은 성에 차지 않을지 모르지만 언론보도도 이 정도면 우호적인 편이다. 어떤 면에 있어선 운도 좋은 것이, ABP(Anything But Park, 박근혜와만 반대로)의 기저효과도 상당하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가 계속 이어질 순 없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의 실력에 대한 의심 차원이 아니다.
 
예컨대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공약 중 실제 늘어나는 것은 17만개다’는 정리는 “왜 약속을 안 지키냐? 더 늘려라”와 “17만개도 말도 안되는 소리다. 솔직히 반성하고 더 낮춰라” 사이에서 샌드위치가 되기 십상이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위장전입 등 고위공직자 배제 5대 항목 공약이 논란이 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장에야 ‘흠결 투성이 야당 의원들이 청문위원 노릇을 할 자격이 있냐’는 목소리가 높지만, 야당 의원의 훌륭함 여부는 본질이 아니다. 어떤 검증 절차를 거쳐 어떤 사람을 고위공직자로 내정하느냐, 선거 기간 국민과 약속은 어떻게 정리하느냐가 핵심이다.
 
‘사드 보고 누락’ 파동이 특히 그렇다. 오래, 복잡하게 진행될 우려가 있는 이 문제는 문재인 정부의 첫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표면적으로 보면 청와대와 전 정부 혹은 군 당국의 문제다. “국방부가 중요한 사항을 새 정부에 제대로 보고 하지 않았다”는 명제는 진보나 보수, 여와 야가 나뉠 일이 아니다. 목적어에 사드가 아니라 다른 단어가 들어가도 마찬가지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에 따르면, 5월 30일에 하달된 문재인 대통령의 첫 진상조사 지시는 네 가지 항목이다. ▲어떤 경위로 발사대 4기가 추가 반입된 것인지 ▲반입은 누가 결정한 것인지 ▲왜 국민에게 공개하지 않고 ▲새 정부에도 지금까지 보고를 누락한 것인지 등.
 
이 지시는 다양한 방향으로 생명력을 얻기 시작했다.
 
사드를 반대하던 쪽에서는 “역시 사드는 잘못된 것이다. 이번 계기로 도입 결정 단계부터 조사해 돌려보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 정부의 이념적 성향을 의심스럽게 바라보던 쪽은 “역시 문재인 정부는 사드를 철수시키려는 마음을 품고 있었다. 이번에 드러났다”고 해석했다. 중국 정부도 “우려한다”고 숟가락을 얹었다. 반대로 우리 대통령을 만난 미국 야당 원내대표는 “논란이 되는 게 놀랍다”고 불쾌감을 표했다.
 
이러다보니 청와대는 화들짝 놀라서 키웠던 판을 축소시켰다. ‘보고 누락에 대한 조사는 철저히 국내적 사안이며, 사드의 필요성이나 본질적인 부분에 대해선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 청와대의 정리된 입장이다.
 
당초 대통령의 지시 네 가지 가운데 현재까지 살아남은 것도 맨 마지막 한 가지다.
 
그도 그럴 것이 “박근혜 정부가 갑자기 결정해, 극심한 논란이 벌어졌지만 뜻을 굽히지 않았고 대통령 탄핵 후에도 오히려 더 속도를 내서 대선이 치러지기 전에 알박기 식으로 들여왔다”는 것은 다 아는 경과다. 반대로 ‘왜 국방부 등은 새 정부 출범 과정에서 구체적 보고를 하지 않았나?’는 건 밝혀야할 사안이고, ‘책임질 사람은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공감대가 아주 높다.
 
문 대통령은 대선 기간 중 ‘당선되면 사드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할 복안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판을 키우고 말고가 중요한 게 아니다, 중요한 것은 ‘해결’이다.
 
그런데 ‘해결’이 잘 된다 할지라도, 그 방향에 따라 상당수 국민들은 반대할 것이다. 사드 철수를 주장하는 쪽과 사드 조기 배치를 주장하는 쪽을 동시에 만족시킬 방법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더 매끄럽게, 국내외적으로 부작용을 줄이면서 ‘해결’해낸다면 찬성 목소리는 더 높아지고 반대의 데시벨은 낮아질 것이다. 그것이 ‘실력’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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