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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도

(북콘뒤)윤동주를 읽다, 별마당도서관 탐방기(2)

2017-06-07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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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콘이 끝나고 난뒤: 책 출간과 함께 진행되는 북콘서트나 기자간담회를 다녀온 후 기사에 담지 못했던 내용들을 끄적여 봅니다.)




지난달 31일 오픈한 서울 코엑스 별마당도서관에는 윤동주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각종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육필 원고부터 출판 서적, 그리고 강연과 음악회까지 풍성했는데요. 지난번 탐방기와 마찬가지로 사진, 영상을 중심으로 풀어보겠습니다.


지하 1층 중앙에는 위의 사진과 같이 ‘윤동주 탄생 100주년 기념전’이라는 제목의 스토리월이 비치돼 있었습니다. 학창 시절 윤동주의 모습과 그의 사촌, 친구들에 관한 이야기들을 사진과 글 형태로 정리해볼 수 있더군요. 그의 사진 하면 항상 교과서로만 보던 학사모를 쓴 모습만 떠올랐었는데. 이번 기회에 다른 일상의 사진들을 보면서 그의 생애를 더 깊게 이해해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스토리월의 맞은 편에는 윤동주 시인의 육필 원고들도 전시돼 있습니다. 작품들은 이금배 시인이 소장하고 있던 것으로 옥션에서 가격을 책정할 수도 없고, 책정하고 있지도 않은 희귀품이라 합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별헤는밤이 있습니다. 원고지에 세로로 또박 또박 예쁜 글씨체로 써내려갔네요. 꼭 방금 전 쓴 것처럼 선명하게 보관이 잘돼 있다는 점에 놀랐습니다. 꼭 잉크 자국이 번져 나올 것만 같은.




한 켠에는 윤동주 시인과 관련된 출판 서적들이 비치돼 있습니다. 초판본 열풍을 일으킨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부터 ‘별 헤는 아이, 윤동주’, ‘윤동주 전집’ 등이 보입니다. 지난해 시인의 시를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재해석해 인기를 끌었던 그림책 ‘소년’도 있습니다.




이날 전시와 함께 북콘서트도 열렸습니다. 김성현 동서울대학교 실용음악과 교수가 묻고 민윤기 서울시인협회 회장이 답하는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는데요. 그동안 윤동주 시인에 대해 우리가 잘 모르고 있던 부분들을 하나 하나 짚어주셨습니다.


민 회장은 누구보다도 윤동주 시인을 잘 알고 있는 전문가였습니다. 만주, 후쿠오카, 교토 등을 직접 오가며 느낀 현장 경험과 자신의 연구를 중심으로 짧은 시간 안에 시인의 삶의 이야기를 전해주었습니다.


민 회장은 시인이 우리와 만날 수도 있는 분이었다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황금찬 시인 등 현재에도 살아 계신 이들과 연배가 비슷하다는 점을 들면서요.


그리고 1972년 2월16일 후쿠오카 감옥에서 생체 실험을 당하다 돌아가셨다는 점, 뚝심으로 일어를 시에 일체 쓰지 않았다는 점, 엄혹하고 거칠고 나라도 없던 시절이었지만 늘 맑고 깨끗한 시를 썼다는 점 등을 말씀해주셨습니다.


시에 관한 설명 중에는 윤동주 시 중에 ‘가짜시’들이 많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온라인 상에서 윤동주 시라고 돼 있는 ‘편지’,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은 사실은 그의 시가 아니랍니다. 그의 느낌이 나게 잘 꾸며 놓긴 했지만 그의 생전 육필원고 등을 모두 살펴봐도 기록이 없다고 했습니다.




강연 중간 중간에는 음악회, 낭송회도 함께 열렸는데요. 위의 영상은 최범기 경기도 시낭송협회 회장이 ‘별헤는밤’과 별마당 도서관의 현장의 감흥을 즉흥적으로 풀어낸 신디사이저 연주입니다. 마치 맑은 동시를 읽는 듯한 느낌이 저는 들더군요.


길, 쉽게 쓰여진 시, 참회록,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등 시인의 대표 시들을 귀로 읽어보는 시간도 마련됐습니다. 경기도 시낭송협회 회원들이 낭송을 했고 관람객들은 시 낭송이 끝날 때마다 박수로 화답했습니다.


이번 특별전은 17일까지 이어지니 시간 나실 때 한 번 가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더불어 가기 전에 윤동주100년포럼이 지은 ‘미술관에서 만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읽고 가면 좋을 듯합니다. 책은 벽돌 두께지만 시인의 전 생애와 사진, 습작시를 포함해 모든 시가 담겨 있어 한번에 그를 파악하고 가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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