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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 정부 도시재생과 맞물려 새롭게 거듭나"

차정윤 부회장 "리모델링 활성화…건설사 참여와 정부 지원 필요해"

2017-06-19 10:42

조회수 : 5,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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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정윤 한국리모델링협회 부회장. 사진/신지하 기자
 
[뉴스토마토 신지하기자] 오래된 아파트를 떠올리면 재건축에 익숙한 일반인들에게 리모델링 사업은 다소 낯설다. 우선 리모델링은 건설업의 한 분야다. 건설업은 건축업과 토목업 두 분야로 나뉘는데 리모델링은 건축에 해당한다. 건축업을 더 세분화한다면 신축, 재개발 및 재건축 사업과 복원이나 대수선을 뜻하는 도시재생 및 리모델링 사업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차정윤 한국리모델링협회 부회장은 "재건축이 지하와 건축물까지 싹 밀고 새로 짓는 것이라면 리모델링은 골조를 유지한 채 지하에서는 녹슬고 노후화된 곳을 고치고 지상 부분만 새로 대수선하는 방식"이라며 "리모델링은 건설 폐기물이 재건축에 비해 20% 정도 매우 적게 발생해 친환경적"이라고 소개했다.
 
특히 리모델링은 새 정부 출범 이후 화두로 떠오른 도시재생과 유사하다는 게 차 부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도시재생이 형님이고 리모델링이 아우고 그런 건 아니다"라며 "도시를 재생하겠다는 것은 노후 건축물을 개선하자는 것과 같고, 이를 위한 주요 수단이 리모델링"이라고 말했다. 이어 "즉 리모델링은 건물의 성능을 개선시켜 수명을 늘리거나 사용 편의성 및 실용성을 높이는 건설 행위로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리모델링은 건축법과 주택법에서 규율된다. 지난 2001년 법적 용어로 처음 등장했다. 건축법 제2조 10항은 리모델링을 '건축물의 노후화를 억제하거나 기능 향상 등을 위해 대수선하거나 일부 증축하는 행위'로 정의한다. 차 부회장은 "건설사, 학계 및 연구원 등이 수차례 논의한 끝에 관련 사업 명칭을 리모델링으로 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해 이를 정부가 받아들인 것으로 안다"며 당시 용어 채택 과정을 설명했다.
 
해외와 달리 국내에서 리모델링 사업은 재건축에 비해 선호도가 낮은 편이다. 협회에 의하면 올해 2월 기준 리모델링 준공단지는 전국에서 17개 단지에 불과하다. 서울의 경우 최근 10여년간 리모델링을 통해 주거시설을 개선한 아파트 단지는 총 14곳(총 2390여가구)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준공된 지 30년 이상된 노후 건축물은 전국 254만3217동으로 전체(705만4733동)에서 36.0%를 차지한다. 이 중 주거용 건물의 비율은 수도권이 30.1%, 지방은 50.3%다.
 
차정윤 한국리모델링협회 부회장. 사진/김영택 기자
 
차 부회장은 리모델링 사업이 새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정책과 맞물려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차 부회장은 "선진국에서는 건축업의 50%를 리모델링이 차지하고 신축은 40%, 재건축은 10% 정도에 그친다. 특히 캐나다와 북유럽 지역에서는 리모델링이 60%에 이를 정도로 선진국 건축 시장에서는 리모델링이 주를 이룬다. 이들 국가는 실용주의 문화를 바탕으로 건물을 오래 사용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아파트 평균 수명을 보면 한국이 30-~40년 정도인 데 비해 영국은 140년, 독일과 프랑스는 80~90년, 일본도 50년이 넘는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은 과거 압축성장 시절 아파트 공급 속도에만 치중해 왔다. '아파트 200만호 건설'이라는 선거 공약까지 나올 정도였다. 아파트 공화국으로 연립, 다세대, 다가구 주택까지 합하면 인구의 약 72%가 공동주택에 살고 있다. 굉장히 밀집된 도심에서 수많은 이들이 살고 있는데 주차 문제도, 지진 문제도 해결돼 있지 않다. 90년을 기점으로 그 이전에 지은 아파트 대부분이 그렇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리모델링에 대한 인식은 다소 낮은 편이다. 재건축에 비해 리모델링의 집값이 크게 오르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이들도 많은 것 같다. 단기적으로 보면 그렇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리모델링 선호도는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이다. 전국 아파트 중에서 재건축 대상은 10% 채 안 되며 나머지 90% 이상은 리모델링 대상이다. 재건축으로 인한 집값 상승폭이 큰 경우는 강남권이라는 극히 일부 지역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차 부회장은 리모델링 사업 활성화를 위해 무엇보다 건설사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요구된다고 했다. 그는 "국내 건설사들은 리모델링을 진행할 수 있는 기술력이 충분히 있지만 재건축에 비해 리모델링 사업에는 열을 올리지 않고 있다. 리모델링의 수익성이 낮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하지만 리모델링이 슬럼화 예방 등 공공에 기여하는 바가 큰 국민복지사업인 만큼 건설사 CEO들의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차 부회장은 정부 차원의 리모델링 활성화 방안 지원도 요청한 상태다. 차 부회장은 "올해 3월 문재인 및 안철수 대선후보 캠프에 '차기 정부에 바라는 리모델링 정책' 제안서를 제출했다"며 "리모델링으로 서민주거 안정과 주거복지 및 안전 확보, 일자리 창출까지 한번에 가능한 방안들을 담았다"고 말했다.
 
제안서에서는 기반시설이 양호한 도심 지역 단지들을 중심으로 리모델링 사업을 통해 임대주택 및 전·월세 물량을 꾸준히 공급하는 정책을 추진해 서민주거 안정을 도모하자는 주장이 담겼다. ▲세대증가형 리모델링 시 분양형 일부를 임대주택·뉴스테이로 전환 공급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기존 노후 임대주택을 리모델링 해 2만1000가구 신규 공급 ▲세대 구분형 리모델링의 확대 등이다.
 
또 지진 및 화재 대비, 에너지 저감 등 주거 안전과 환경 개선을 추구하는 5개년 계획을 수립해 재건축, 재개발이 불가능한 지역의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공공 복지기금 투입을 주장했다. 이를 통해 슬럼화 방지는 물론 국민들이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 기준으로 오는 2025년 전체 공동주택의 91.9%가 리모델링 대상이다. 하지만 현재 내진설계 기준을 충족하는 곳은 29%(1185개 단지)에 불과하다.
 
건설업 일자리 창출 능력을 끌어 올리기 위해 시설물·주택 유지보수 등의 분야에 대한 투자 확대도 요구했다. 차 부회장은 "현재 수도권에서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 중인 곳은 45개 단지로, 모두 착공에 들어갈 경우 3만2000명의 일자리 창출효과가 기대된다"며 "리모델링 사업 활성화 시에는 총 19만6000명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정책 제안을 실현하려면 ▲리모델링 특별법 제정 및 전담부서 설치 ▲수직증축 리모델링 안전성 검토 관련 제도 개선 ▲리모델링 동의성 징구방식의 통합 및 제도 개선 등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리모델링협회는 지난 2001년 6월 창립돼 그해 9월 건설교통부 장관으로부터 사단법인 설립허가를 받았다. 지난달 말 기준 건설사 및 리모델링 관련 업체 250여개사가 가입돼 있다. 올해 협회는 2007년부터 실시해 온 리모델링사업관리사(RMP) 자격검정시험을 국가공인자격으로 상향시킨다는 계획이다. 또 2009년 제정한 리모델링 날(9월5일) 회원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참석할 수 있는 총회 및 세미나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지난 4월13일 충남 당진의 태영세라믹 공장에서 열린 한국리모델링협회 제77차 이사회에 참석한 차정윤 부회장(앞줄 오른쪽에서 4번째)이 협회 관계자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한국리모델링협회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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