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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굿바이' 고리원전 1호기…40년만에 역사 속으로

'영구정지 D-2'에 둘러본 현장…국내 첫 상업용 원자로…해체준비만 2년 걸려

2017-06-18 17:41

조회수 : 7,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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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뉴스토마토 이해곤기자]영구정지를 앞둔 고리 1호기에 들어서는 것은 만만치 않았다. 수 차례에 걸친 신원 확인과 지문 등록, 그리고 휴대폰과 노트북 등의 소지품을 모두 맡기고 나서야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에 들어갈 수 있었다. 출입문을 지나자 '영구정지 D-2'라는 안내판이 보였다. 실질적으로 가동을 중단하는 18일 자정까지 남은 시간이다. '우리가 원전 역사의 주인공입니다' 라는 문구도 눈에 들어왔다. 자부심에 가득찬 이 문구를 보자 '원전 맏형'이자 역사인 고리 1호기가 멈출 날이 드디어 다가왔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영구정지를 이틀 남긴 16일 고리 1호기 현장을 찾았다.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고리 1호기. 사진/한국수력원자력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고리 1호기는 한국 최초의 상업용 원자로다. 1971년 착공해 1978년 4월부터 운전을 시작했다. 설계수명인 30년이 지난 2008년 10년 운전 연장 허가를 받았고, 드디어 19일 00시를 기해 영구정지에 들어간다. 국내 첫 원전에서 이제 국내 '첫 영구정지 원전'이 되는 것이다.
 
원전 시설에 들어서자 굉음을 내는 터빈실과 발전기가 가장 먼저 일행을 맞았다. 고리 1호기의 설비용량은 한국 전체 발전량의 1%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 고리 1호기가 생산한 전기는 부산시 가정용 전기 소비량의 106%에 해당한다. 노기경 한수원 고리발전 본부장은 "지난 40년 동안 고리 1호기가 발전한 전기량은 약 1500억kW로 부산시 전체가 8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터빈실과 발전기를 지나 주제어실로 들어섰다. 주제어실에서 40년의 흔적은 찾기 힘들었다. 현장 안내를 맡은 박지태 고리1발전소장은 "지난 2013년 제어실의 모든 장비를 새롭게 교체했다"며 "후쿠시마 사고 이후 안전성 강화를 위해 개선 작업을 거쳤고, 천장도 내진 설계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주제어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현황 모니터와 기계 장비들 가운데 투명 아크릴로 감싼 빨간 스위치가 눈에 들어왔다. 원자로에서 나온 증기로 가동하는 터빈을 수동으로 멈추게 하는 스위치였다. 이 스위치가 눌리는 바로 그 순간이 고리 1호기가 영구정지되는 순간이라고 박 소장이 말했다.
 
 
고리1호기 운전원이 17일 오후 6시 주제어실에서 터빈정지 수동정지 버튼을 누르고 있다. 사진/한국수력원자력
 
박 소장은 "17일부터 원자로 출력을 최저 상태로 만들고 300℃에 이르던 내부 온도를 93℃ 이하로 떨어뜨리면 저온정지 상태로 들어간다"며 "출력이 서서히 내려가 현재 607MW를 표시하고 있는 출력량이 60MW이하가 되면 터빈 정지 스위치를 누르고 최종적으로 18시에 출력이 0이 되면 고리1호기가 완벽하게 멈추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40년 동안 타오르던 불길이 꺼지는 순간이다.
 
1979년 한수원에 입사한 뒤 줄곧 고리 1호기 업무를 담당했던 박 소장은 고리 1호기 영구정지를 두고 많은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기술적으로 고리 1호기는 계속 운전해도 괜찮은 상태로 원자로 본체와 냉각기를 제외한 모든 부분을 새로 교체해 안전에 문제가 없다"며 "지난 10년 동안 운전을 정지 한 것이 2번에 불과할 정도로 안전관리를 철저히 해왔다. 하지만 이제 고리 1호기는 해체산업 발전에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리 1호기는 영구정지 상태가 된 뒤 해체작업을 시작한다. 해체 준비에 2년 정도가 소요되고, 원자로에 있던 사용후핵연료를 보관소로 옮겨 냉각하는 데는 5년 가량이 걸린다.
 
국내 첫 해체작업인 만큼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현재 한수원은 해체 관련 핵심기술 58개 가운데 41개 기술을 확보한 상태다. 노기경 본부장은 "현재 해체 기술 70% 정도를 국산화했다"며 "해체와 관련해 토지 복원 관련 기술을 더 연구해야 하고, 기술 개발을 위해 많은 고민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고리 1호기의 발전량이 0이 된 순간을 표시하는 계기판. 사진/한국수력원자력

 
부산=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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