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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휘

원리원칙과 이중잣대

시작과 목표가 다르면 수단도 달라야 한다

2017-06-18 17:59

조회수 : 3,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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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잣대(Double Standard)란 유사한 상황에 대해 각자 다른 지침이 불공평하게 적용되는 것을 말한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도 있다.
 
즉 일정한 문화적, 도덕적, 종교적 기반을 공유한 사회를 전제하고, 구성원 모두에게 동등하게 적용돼야할 원리원칙이 어디에는 적용되지 않거나 느슨하지만, 어디에는 엄격하게 적용되는 것이 이중잣대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같은 공동체 구성원이어도 그 개개인의 신념이나 양심의 차이는 인정해야할 필요성이 있다. 예를 들어 입영거부나 종교 관습, 개인 식생활, 성적 기호 문제 등이 있겠다. 이 경우 차별이 아닌 차이를 인정해 주는 것이 원활한 사회공동체를 위해 바람직하다.
 
서두가 길어졌는데, 최근 청와대 인사문제로 인해 이중잣대 논란이 불거졌다. 야당일 때 비판하던 문제를 여당 되니 모른체하고, 심지어 옹호한다는 비판이다. 이건 과거 여당, 현 야당 역시 마찬가지다.
 
현 여권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과거 보수진영 인사들에 비교하면 그나마 깨끗한 사람들인데 왜 이리 난리인지, 또 그간 민주주의와 인권 발전 등을 위해 사회에 헌신해온 부분을 감안하면 개인 사생활 문제는 어느 정도 눈감아줘도 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보수진영의 부패는 대충 눈감아주고, 진보진영의 부패에는 추상같이 난리를 피는 기득권 세력과 거기에 흔들리는 여론의 모습에 답답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어떤 정부인가. 우리 사회의 부정부패를 일소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는 촛불민심이 만들어낸 정부다. ‘부정부패하면 어때, 부자만 되면 되지’, ‘사고가 터져도 일단 빨리빨리’가 아니라 ‘번거롭고 비용이 들어도 민주적 절차를 지키자’, ‘느려도 함께가자. 바르게 가자’라는 정신으로 가야하는 정부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 다른 사람에게 엄격한 기준을 강조하기 위해선 자기 역시 엄격한 기준을 만족해야 설득력이 높아진다. 자기 자신마저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것을 남에게 어떤 수단으로 지키도록 할 것인가.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말도 있다. 문재인 정부가 부정부패를 일소한다는 명목으로 자신의 흠을 애써 무시하고 과거 이명박?박근혜 식의 밀어붙이기 통치스타일을 이어간다면 상대방의 결집과 반발, 아군의 불안감만 가져올 뿐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대도무문(大道無門)이라는 말로 유명하다. 큰 길에는 문이 없다. 국민 대다수가 공감하는 일에는 장애물이 없다는 뜻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후배 정치인들에게 “국민의 손을 놓지 말고 반발짝만 앞서나가라”고 충고했다. 즉 두 정치9단의 충고를 종합하면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국민의 공감대를 얻어서 가돼,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가야한다는 뜻일 것이다.
 
‘민심은 물과 같아 어느 때는 잔잔하다가도 한 번 돌아서버리면 어느 배든 뒤집어버릴 정도로 격하게 요동치기도 한다’. ‘민심은 호랑이와 같다. 언제 호랑이처럼 다시 달려들어 물을지 모른다’. 지지율 80%를 넘나드는 문재인 정부가 항상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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