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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늬

hani487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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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한국이 싫어서? 한국이 좋아서!

장강명 지음/민음사/ 2015.05.08

2017-07-04 10:36

조회수 : 4,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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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나는 20대 후반 여성이다. 서울 중위권 대학을 졸업했고, 무직 기간 없이 금융회사에 취직해 3년째 일하고 있다. 대학교 1학년때부터 사귄 기자 준비생 남자친구도 있다. 남자친구의 집은 강남에 있고, 아버지는 대학교수다.

장강명 소설 '한국이 싫어서' 주인공 계나는 얼핏 보면 형편이 나아 보인다. 청년백수 기간을 거치며 아르바이트를 전전하지도 않았고, (나중에 방송기자가 된) 남자친구와 결혼까지 하게된다면 계나는 한국에서 버티고 살아갈 만하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그녀는 '호주'로 떠난다.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이 싫어서". 실상 그녀가 털어놓은 속내는 이렇다 "한국에서는 딱히 비전이 없으니까. 명문대를 나온 것도 아니고, 집도 지지리 가난하고, 그렇다고 내가 김태희처럼 생긴것도 아니고. 나 이대로 한국에서 계속 살면 나중에 지하철 돌아다니면서 폐지 주워야 돼"

계나가 한국을 떠난데는 '계층이동'이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지리 가난한 집안에서 그녀가 발버둥 쳐봤자 지금보다 나아지기 힘들다는 자괴감이다. 중산층인 남자친구와 결혼한다면? 계나는 남자친구 부모님과 처음 만난 자리에서 철저히 무시당한다. 아버지가 경비원, 언니는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등의 가정환경을 듣고 눈길은 커녕 그녀를 투명인간 취급한다. 결혼까지 했을지도 장담 못한다.

호주로 이민가면 나아질까 싶지만 최소한 화이트칼라나 블루칼라의 급여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다는 점을 볼 때 한국보다는 낫다는 생각인 셈이다. 그녀는 갖은 고생 끝에 호주에서 회계사무소에 일자리를 얻게 된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언젠가부터 '계층이동' 사다리가 끊어졌다. 최근 통계청이 처음으로 근로자 일자리별 소득분포 분석을 내놨는데 은행원이 식당 종업원보다 3.3배 더 벌었다. 남성과 여성도 급여차가 1.6배 났다. 그나마 이 통계는 건강보험, 국민연금에 가입한 일반 직장인 기준이다. 일용직, 자영업, 취약계층까지 포함한 통계가 나오면 이 수치는 크게 벌어질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문제인 정부의 화두가 '소득격차 해소'에 있다는데 있다. 경제수장인 김동연 경제부총리도 그의 시절엔 있었던 '계층이동 사다리 복원'을 강조한다. '그들만의 리그'에서 '우리들의 리그'로, 경제사회 전반에 노력과 헌신, 성과에 따라 정당한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보상체계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면에서 새정부의 일자리 추경은 첫 걸음을 뗀 셈이다.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고용의 질을 개선하고, 소득격차를 줄이기 위한 시작단계다. 당장 11조원을 풀었다고 눈에 보이게 달라지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공공일자리로 시작해 민간까지 이어지는 길을 마련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시작이 반이지 않은가. 추경은 내용 못지않게 시기가 중요한 만큼 하루라도 빨리 집행돼야 효과가 높다. 추경이 민간 쪽 일자리 창출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치인들의 '기 싸움' 보다는 일자리 양과 질을 높일 수 있도록 물꼬를 트는게 우선이다. 한창 일할 나이의 젊은 청년들을 '한국이 싫다는' 이유로 언제까지 한국을 떠나게 할수는 없지 않은가. '한국이 좋아서' 일할 맛 난다는 청년들의 외침을 들을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도록 말이다.

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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