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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윤

미·중 철강 전쟁에 더해 FTA 리스크까지 힘든 철강업계

한·미FTA 재협상, 미 무역확장법 232조 이목 집중

2017-07-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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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신상윤기자] 미국과 중국 간 철강 무역 전쟁이 격화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산 철강제품 수입 제한을 거론하자, 중국은 미국산 자동차와 농산품 수입 제한 카드를 꺼내며 서로를 압박하고 있다. 국내 철강업계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 이어 자칫 미·중 철강 전쟁의 불씨가 한국으로 튈까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철강협회가 올해 상반기 전세계 67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글로벌 조강 생산량은 누적 8억3600만t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했다. 이 가운데 아시아지역 조강 생산량은 5억7680만t으로 같은 기간 4.8% 늘었다. 특히 중국은 지난달 7320만t을 생산하며, 상반기 누적 4억1975만t의 조강을 생산했다. 전세계 생산량의 절반을 웃도는 수준이다.
 
중국은 전세계 철강 공급이 과잉돼 있다는 국제시장의 목소리에 공감대를 갖고, 오는 2020년까지 1억~1억5000만t 규모의 철강 생산설비 감축을 골자로 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6500만t 규모의 철강 생산설비를 폐쇄했다. 올해에는 지난 5월말 기준 4239만t의 철강 생산설비를 폐쇄하며, 올해 목표치 5000만t 가운데 84.8%를 달성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업계에선 중국의 철강 생산설비 감축 발표와 달리 생산량은 증가 추세여서, 중국의 철강 산업 구조조정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철강 과잉 공급을 지목하며 강하게 충돌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 19일(현지시각) 미 워싱턴에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첫 포괄적 경제 대화를 열었다. 그러나 미·중 양국은 무역 부문에서 이견을 보이며 매년 채택했던 공동성명에도 합의하지 못하고 회의를 마무리했다.
 
지난 19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도널프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시진핑 중국 행정부의 경제관료들이 첫 포괄적 경제 대화를 가졌지만, 큰 성과없이 막을 내렸다. 사진은 왕양 중국 부총리(왼쪽)와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재무부 청사에서 자리에 앉아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미국은 중국의 철강 과잉생산 문제를 거론하며, 이를 제거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중국산 철강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가능성을 드러내며 중국을 압박하기도 했다. 중국도 이에 반발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지난 23일 리신촹 중국 철강공업협회 상무부비서장 인터뷰를 통해 "미국이 중국의 철강제품 수입을 제한한다면 미국 자동차와 농산품 수입 제한 등으로 보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전했다.
 
미국과 중국이 철강 부문을 두고 무역 전쟁 조짐을 보이면서, 국내 철강업계는 미·중 양국의 갈등이 한국산 철강제품으로 불씨가 옮겨붙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은 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요구하며, 한국산 철강제품에 대한 무역 불균형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와 관련 미국은 한국산 철강제품의 관세율 인상, 중국산 저가 철강제품의 한국을 우회한 미국 수출 방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는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 결과에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 자재에 대한 수입을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 조사 결과에 따라 국내 철강업계의 대미 수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국내 철강 제품의 미국 수출량은 지난해 기준 374만t(한국철강협회 기준) 규모로, 전체 철강 수출량의 12%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철강을 무역 불균형의 대표적인 산업 중 하나로 꼽고 있고, 국내 업체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는 등 철강 부문의 수출 환경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미국과 중국이 철강 무역 전쟁을 벌일 경우 한국도 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상윤 기자 newm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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