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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화려했지만 아쉬웠다…아리아나 그란데 첫 내한

2017-08-18 11:32

조회수 : 10,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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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팝 요정’ 아리아나 그란데의 첫 내한 공연이 아쉬움 속에 막을 내렸다. 가녀린 체구에서 뿜어내는 라이브와 퍼포먼스, 그 구석구석을 메꾸는 영상과 조명은 충분히 흥겹고 화려했지만 그것만으로 관객들의 마음까지 훔치기엔 다소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광복절인 15일 오후 7시,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은 그의 공연이 열리기 1시간 전부터 관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장대비가 쏟아지는데도 불구하고 우산을 쓰거나 우비를 입은 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주최 측 추산 총 2만여 관객이 모인 이날 규모는 마치 그란데의 아성을 대변하는 듯 했다.
 
무대에 어둠이 깔리고 비욘세의 ‘Hold up!’, 브루노 마스의 ‘That’s What I Like’ 등이 배경음으로 깔리기 시작한 건 저녁 8시7분 쯤. 동시에 카운트다운 시간과 함께 화면에 포니테일을 한 그가 등장하고 관객들은 고척돔이 날아갈 듯한 함성을 내질렀다. 영상 속 그는 고혹적인 표정으로 매력을 뽐내거나 귀에 손을 대고 더 큰 함성을 유도하면서 초반부터 관객들의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이어 거대한 스크린 밑에서 그란데는 ‘Be Alright’을 부르며 나왔다. 어깨 밑으로 내려오는 겉옷과 핫팬츠, 부츠로 패션센스를 뽐내며 등장한 그는 댄서들과 춤을 추며 ‘Everyday’와 ‘Bad Decision’을 열창했다. ‘Let Me Love You’의 랩 부분에선 객석으로 마이크를 넘기며 “함께 부르자”고 했고 관객들은 크게 따라 부르며 환호했다.
 
이어진 2부는 댄서들이 드럼 비트에 맞춰 막대기를 두드리는 ‘New Better’로 시작됐다. 파스텔 색톤의 5분할 영상이 막대기의 박자와 맞아 떨어졌고 그란데는 춤을 추며 쉴 새 없이 고음을 쏟아냈다. ‘Forever Boy’, ‘One Last Time’, ‘Leave Me Lonely’ 등을 부를 때는 물결 모양이나 삼각형 모양의 레이저가 무대 반대편 상단에 쏘아지며 음악과 어우러지기도 했다.
 
3, 4부에선 ‘Side to Side’, ‘Bang Bang’, ‘Love me harder’ 등 그의 대표곡들이 대거 쏟아졌다. 관객들은 야광봉을 흔들거나 핸드폰 불빛을 켜고 떼창 포인트를 따라불렀다.
 
공연 중간 중간 등장한 화려한 영상들도 시각적 흥미로움을 주기에 충분했다. 3부 시작 때는 ‘힘을 지닌’, ‘강인한’, ‘중심이 있는’, ‘강요하지 않는’, ‘부드러운’, ‘인간’, ‘여자’의 단어들이 그란데의 고혹적인 모습과 함께 흐르듯 전개되는가 하면, ‘Thinkin bout you’를 부를 때는 폭포가 떨어지는 듯한 형형색색 비주얼 영상이 펼쳐지기도 했다.
 
공연 말미엔 맨체스터 폭탄 테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시간도 있었다. ‘Somewhere Over the Rainbow’가 울려퍼지면서 희생자들을 기리는 검은 리본이 떠올랐고 다함께 한 마음으로 따라 불렀다. 그리고 분위기를 반전시켜 ‘Problem', 'Into you', 'Dangerous Woman'으로 폭발적인 고음을 내지르며 공연을 마쳤다. 그렇게 숨 돌릴 틈 없이 100여분이  지났다. 무대에 흰 조명이 켜졌고 마이클 잭슨의 'You're not alone'이 흘렀다. 앵콜은 없었다.
 
화려하고 볼 거리가 풍성했던 공연이었지만 한편으론 여러 부분에서 아쉬운 점들도 안고 있었다.
 
우선 콘서트를 앞두고 과도할 정도의 보안 검색이 관객들을 피로하게 했다. 가방과 파우치, 셀카봉, 접이식 의자, 캔, 페트병 등의 반입이 일체 금지됐으며 반입할 수 없는 물품은 유료 외부보관함에 따로 넣어야 했다. 가방 속 내용물을 들고 가려는 관객들은 주최 측이 제공하는 투명 비닐백에 별도로 싸야하는 번거로움도 있었다.
 
음향적인 부분에서도 조금은 아쉬움을 남겼다. 고척돔이란 공간의 특성상 소리가 지나치게 울리는 부분이 있었다. 노래를 하거나 멘트를 할 때 그란데의 음성이 불명확하게 들리는 상황들이 종종 발생했다.
 
공연 과정에서 그란데의 소통이 부족했던 점은 관객들이 실제로 아쉽게 느낀 부분이었다. 그는 공연 중간 중간 “고마워요”, “좋은 시간 보내고 있나요” 등의 짧은 영어 인사를 건넸을 뿐이다. 공연이 끝난 후 익명을 요청한 한 20대 여성 팬은 “명색이 첫 내한 공연이었는데 이에 대한 소개나 한국에 관한 별다른 언급이 없어서 아쉬웠다”고 감상평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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