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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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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계도 '갑질 청산'…허욱 방통위 부위원장 "법적 정비"

"방송3사 외주제작 비율 50% 이상…독립PD는 불공정 관행에 시달려"

2017-08-17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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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속도를 내고 있는 '갑질 청산'이 방송계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정부가 11월까지 방송사 외주제작 실태를 조사하기로 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불공정 관행 개선을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17일 서울 양천구 방송회관에서 열린 '방송생태계 독립제작환경 진단을 위한 토론회'는 김광일·박환성 두 독립PD의 사망을 계기로 촉발된 방송사 외주제작 관행의 문제점을 진단하기 위해 마련됐다. 두 PD는 지난달 14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EBS 프로그램 촬영 중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이날 허욱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은 "뛰어난 두 분이 현장에서 유명을 달리해 안타깝다"면서 "방송제작이 갑을관계가 아닌 상생관계가 되도록 법적 여건을 정비하겠다"고 말했다.
 
17일 서울 양천구 방송회관에서 열린 '방송생태계 독립제작환경 진단을 위한 토론회'. 사진/뉴스토마토
 
독립PD는 외주제작을 맡거나 자체 프로그램을 만들어 방송사에 판매하는 이들로, 방송사들은 콘텐츠의 다양성을 위해 외주제작 비율을 꾸준히 늘렸다. 방통위 자료를 보면 2015년 기준 SBS는 전체 프로그램의 69.4%를 외주제작에 맡겼고, MBC와 KBS도 외주 비율이 각각 60.1%, 50.1%에 이른다. 하지만 독립PD들은 방송사로부터 계약서 작성, 제작비 지급, 저작권 공유, 수익 배분 등에서 불공정 관행을 감수해야 했다.
 
이에 대해 허 부위원장은 "최근 독립PD들이 해외로 많이 진출하고 있는데, 국내 방송사들의 불공정한 계약조건도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며 "불공정 관행 개선을 위한 방송사들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최선영 이화여대 교수는 외주제작 관행의 문제로 ▲계약과 거래관행 ▲저작권 등 수익배분 ▲제작비 산정·지급 ▲근로 시간·환경 ▲인권문제 등 5가지를 꼽았다. 최 교수는 "정부가 '방송분야 7종 표준계약서'를 만들었지만 의무사항이 아니라서 대부분의 방송사가 지키지 않는다"며 "심지어 방송사가 외주사에 협찬을 요구하고 협찬을 못 구하면 프로그램을 폐지하는 일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외주사는 제작비가 낮아 인건비를 줄이려고 1명이 촬영과 운전, 편집 등을 모두 다 하는 일이 다반사고, 처음 독립PD가 되면 비정규직에 초봉은 80~120만원에 불과해 신규 인력 유입이 어렵다"며 "2015년 MBN 피디가 독립PD를 폭행한 사건처럼 갑을 관계에 놓인 독립PD들은 인권침해에도 시달린다"고 말했다. 
 
독립PD 문제를 비롯해 방송업계의 불공정 관행을 꾸준히 제기한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방송 환경이 양적으로는 발전했으나 죽음을 강요하는 시스템으로 고착될 때까지 어디로 가고 있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며 "독립PD들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해 모든 부분에서 바로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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