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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향

복싱은 몰락하지 않았다.

2017-08-21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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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싱이 이렇게 재밌는 스포츠였나?’ <골로프킨 vs 켈 브룩>전을 보면서 몰락한건 한국복싱이란 걸 깨달았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압도적인 몰입감을 느꼈습니다. 현존하는 최고의 무패복서 골로프킨을 상대로 펼치는 켈 브룩의 경기는 예상 외로 날카로웠기 때문입니다. 브룩은 빠른 스피드와 강한 어퍼컷으로 골로프킨의 얼굴을 붉게 물들였고 더 이상 골로프킨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5라운드가 되자 기세등등하던 브룩이 코너에 몰리기 시작했습니다. 눈 부상을 입으면서 공격력이 떨어졌고 골로프킨의 연타에 무너져버렸습니다. 결국 브룩의 세컨드는 링으로 수건을 던졌습니다.


긴박감 넘치는 플레이뿐만 아니라 골로프킨이라는 사람을 보여주는 VCR 덕분에 경기에 더욱 감정이입할 수 있었습니다. 22연속 KO승 하이라이트 장면부터 카자흐스탄 국적이지만 고려인 어머니와 러시아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그의 가정사가 담긴 영상을 보니 어느새 선수를 넘어 인간 골로프킨을 응원하는 제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탄탄한 내구력, 강펀치, 상대를 압박해 들어가는 장악력 등 그의 특기를 설명해주는 해설자의 중계도 맛깔났습니다. 흔히들 쓰는 복싱 경기처럼 흥미진진하다는 수식어가 부끄럽지 않은 경기였습니다.


골로프킨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습니다. 유튜브를 검색하자 미국 스포츠채널 ESPN이 제작한 골로프킨의 펀치력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영상이 나왔습니다. 다양한 자료를 바탕으로 오른손 훅 순간 최고 파워는 979kg, 다른 미들급 선수의 평균보다 매 라운드 10번의 펀치를 더 때린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아마추어 복싱선수가 제작한 경기 리뷰 영상도 봤습니다. 화질은 떨어지고 자막은 조악했지만 기초적인 복싱지식이 곁들어진 정성스러운 경기분석은 프로 해설사 못지않았습니다. 우리나라에도 골로프킨 같은 선수가 나오고 경기를 더욱 재밌게 만들어 주는 미디어가 등장한다면 한국 복싱도 다시 부활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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