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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석

컨트롤타워 부재·부처 엇박자가 키운 '살충제 계란 파동'

각종 명단·수치 발표 등 혼선…유기적 대응·관리감독 안돼

2017-08-20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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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임은석 기자] 살충제 계란 파동이 식품안전관리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부재로 정부 부처 간에 엇박자를 내면서 효율적인 대처를 하지 못해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계란의 경우 현재 생산 단계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유통·소비 단계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각각 관할하고 있다.
 
주무 부처가 둘로 나눠져 있다 보니 신속하고 유기적인 대응이나 관리·감독이 어렵고 이번 사태가 불거진 뒤에도 산란계 농장 전수조사 과정이나 각종 명단, 수치 발표 등에서 줄곧 혼선과 엇박자가 빚어졌다.
 
실제로 국내에서 살충제 계란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지난 10일 유럽에서 먼저 관련 이슈가 불거지자 류영진 식약처장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내산 달걀과 닭고기에서는 피프로닐이 검출되지 않았다"며 "국내산은 안심해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편에선 농식품부가 이미 국내 산란계 농장 980개에 대한 실태조사에 나선 상태였다. 식약처장의 안심 발언이 나온 지 나흘 만인 14일 농식품부는 "경기도 남양주 A농장 계란에서 피프로닐을 확인했다"며 계란 출하를 전면 금지 시켰다.
 
농식품부와 식약처의 엇박자는 전수조사가 실시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계속됐다. 농식품부는 16일 오전 살충제 계란이 검출된 농장이 모두 4곳이라고 발표했지만, 바로 이어 식약처는 농식품부가 거명하지 않은 다른 농장 2곳의 계란에서도 살충제 성분이 나왔다고 밝혔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장에 있는 계란은 농식품부가, 시중에 유통된 계란은 식약처가 각각 검사하는 식이기 때문에 취합이 안 됐다"고 인정했다.
 
부처 간 엇박자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서도 당시 안전성에 대한 인허가는 환경부, 살균제를 활용한 제품에 대한 안전은 산업통상자원부가 담당하면서 카펫 세척용으로 개발된 살균제가 가습기 살균제로 용도가 바뀌었지만 환경부도 산업부도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
 
이처럼 부처 간 칸막이를 치고 업무를 처리하는 이원화된 시스템이 국가적 관리가 필요한 사태가 발생할 경우 혼선을 야기할 수 있어 총리실 등을 중심으로 컨트롤타워를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태균 고려대 생명공학부 연구교수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때도 처음엔 우왕좌왕했지만 질병관리본부로 컨트롤타워가 정해지면서 사태가 진정됐다"며 "이번 사건도 농식품부와 식약처가 얽혀있는데 총리실 등에서 신속하게 컨트롤타워로 나섰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식품안전을 관리하는 창구가 이원화돼 있다 보니 부처 간에 소통이 안 되는 데다 서로 책임을 미루면서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것 같다"며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창구를 일원화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불가능하다면 부처의 업무를 총괄할 컨트롤타워를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도 부처 간 소통 부재로 인해 혼선이 발생하는 문제를 인식하고 협의체 구성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부처 간 생산과 유통단계에서의 축산물 정보공유체계 확립을 위해 협의체 구축 등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며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협의체를 구성해 부처 간 이견을 조정하고 컨트롤타워 기능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살충제 계란 파문이 이어진 19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살충제 계란 대책 상황실에서 직원들이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사진/뉴시스
세종=임은석 기자 fedor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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