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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운명의 날' 사흘 앞으로…"입이 바짝 마른다"

취재진과 인파 몰리면서 방청권 추점 경쟁률만 15대1…삼성 긴장감 최고조, 여론에도 민감

2017-08-22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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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이재용 부회장 재판 방청권 추첨에 응모하기 위해 많은 시민들이 줄을 서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삼성과 특검 간 ‘세기의 재판’에 모든 이목이 쏠린다. 특검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12년 중형을 구형한 가운데, 재판부 판단이 사흘 뒤면 나온다. 삼성 임직원들은 극도의 긴장감 속에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22일 선고일 방청권 추첨에는 많은 인파가 몰려 세간의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경쟁률 15대1이라는 관심의 척도가 삼성의 손에 더욱 땀을 쥐게 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진동)는 25일 오후 2시30분부터 417호 대법정에서 뇌물공여 등 기소 사건에 대한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 등에 대한 1심 선고를 내린다. ‘운명의 날’을 사흘 앞둔 삼성은 긴장감이 최고조에 올랐다. 여론 추이에도 극히 민감해졌다. 삼성 관계자는 “법조계 등 여러 의견을 들어보면 (유·무죄)확률은 반반인 것 같다”며 “하루 빨리 정상화되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을 아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앞날을 예측하기 힘든 절체절명의 위기”라고 짧게 표현했다.
 
이 부회장의 부재는 공교롭게도 회사 수익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 영업이익률 모두 사상 최고기록을 새로 써냈다. 주가도 사상 최고가로 올라섰다. 회사 측은 그러나 리더 공백으로 하만 이후 수개월째 대규모 투자가 멈추는 등 미래 경쟁에서 뒤처질 것에 대한 우려를 호소하고 있다. 판결에 따라서는 삼성물산 합병 논란 등 삼성의 지배구조 이슈로도 번질 수 있다. 이건희 회장이 오랜 와병 중으로 금산분리, 순환출자 현안과 더불어 지분 상속세 문제도 불거진 상태다.
 
유죄가 확정되면 기업 이미지에 심대한 타격도 불가피하다. 삼성전자는 이번주 다른 거사도 예정돼 있다. 23일(현지시간) 뉴욕에서 갤럭시노트8을 공개해 전작의 단종 사태 오명을 씻는다는 각오다. 같은 이유로 선고 과정이 고스란히 전파를 탈 가능성은 삼성으로선 매우 큰 부담이다. 지난달 대법원은 주요 재판에 한해 1·2심 선고를 생중계할 수 있도록 규칙을 개정했다. 재판부는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하고 판결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등의 효과가 있지만, 부작용을 걱정하는 시선도 많다. 피고인에 대한 인권 침해가 될 수 있으며, 상급심 결과와 무관하게 1심 판결이 확정된 것처럼 대중에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래선지 선고일 방청권을 얻기 위한 경쟁은 치열했다. 눈으로 대한민국 최고 재벌의 운명을 지켜보겠다는 의지였다. 이날 서울회생법원 제1호 법정에서 열린 방청권 추점에는 454명의 시민이 응모해 15.13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첫 정식 재판 경쟁률인 7.7대1을 크게 상회했다. 법정에는 68석이 있는데, 법원은 질서유지와 보안 차원에서 사건관계 및 언론인 우선 배정석을 제외하고 30석만 추첨했다. 방청권이 적어 장내에서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수많은 취재진과 인파가 부딪히며 고성도 오갔다.
 
추첨에 응모한 한 20대 남성(대학생)은 “재벌에 관대했던 예전 법원 판결과 다르게 새로운 정권에서는 어떤 판결이 내려질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SDI에서 해고됐다고 밝힌 전 직원도 추첨에 응모했다. 그는 “이 부회장의 엄정처벌을 원한다”며 “2012년 2월 삼성SDI 노동조합준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그해 6월 부당해고 당했다”고 주장했다. 법원 앞에서는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재벌개혁, 이재용을 엄중 처벌하라’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했다. 노조는 이곳에서 11주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 등 이 부회장을 비호하는 의견도 많았다. 40대 여성(자영업)은 “공판을 몇 번 참관했는데 삼성이 크게 잘못한 것이 없는 것 같다”며 “삼성은 한국 대표기업으로, 이 부회장이 유죄를 받으면 국가적 손실”이라고 말했다. 방청권이 당첨된 50대 남성은 “재판 과정을 지켜봤는데 변론을 들으면 특검이 무리한 주장을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언론도 공정보도를 해달라”고 말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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