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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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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인단 일괄 사퇴

"무죄추정·불구속 재판 대원칙 무너져…재판관여 당위성 없다"

2017-10-16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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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지난주 구속 연장이 결정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16일 자신의 재판에서 더는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재판 포기'를 선언했다. 변호인단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추가 구속영장 발부는 사법 역사에서 치욕적인 흑역사로 기록될 것이라며 전원 사퇴 의사를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재판에 나와 미리 준비해온 종이를 펼쳐 읽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법원의 구속 연장 결정을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하며 "변호인들은 물론 저 역시도 무력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재판부는 재판부의 뜻에 맡기겠다. 법치라는 이름을 빌린 정치 보복은 저에게서 마침표가 찍혔으면 한다. 모든 책임은 저에게 묻고 저로 인해 법정에 선 공직자들과 기업인들에게는 관용이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결백함을 강조했다. 그는 "저는 롯데 SK뿐만 아니라 재임 기간 그 누구로부터도 부정한 청탁을 받거나 들어준 사실이 없다"며 "재판과정에서도 해당 의혹이 사실이 아님이 충분히 밝혀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저를 믿고 국가를 위해 헌신하시던 공직자들과 국가 경제를 위해 노력하시던 기업인들이 피고인으로 전락한 채 재판을 받는 모습을 지켜본 것은 참기 힘든 고통이었다"는 심경을 토로했다. 그러나 "사사로은 인연을 위해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한 사실이 없다는 진실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는 믿음과 법이 정한 절차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심신의 고통을 인내했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의 발언이 끝난 10시10분쯤 유영하 변호사가 휴정을 요청해 재판은 20분 뒤인 10시30분쯤 재개됐다. 그는 방청석을 향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규정하고 있는 무죄 추정과 불구속 재판이라는 형사법의 대원칙이 힘없이 무너지는 현실을 목도하면서 저희 변호인들은 더이상 본 재판부에서 진행하는 재판 절차에 관여해야 할 어떤 당위성도 느끼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변호인들은 창자가 끊어지는 아픔과 피를 토하는 심정을 억누르면서 살기 가득한 법정에 피고인을 홀로 두고 떠난다"고 밝혔다. 방청석 곳곳에서는 흐느끼는 소리가 터져 나왔으며, 재판장은 방청객들에게 원활한 심리를 위한 정숙을 재차 강조했다.
 
재판부는 "외적인 고려 없이 피고인에 대한 구속 사유를 심리해 영장 재발부를 결정했다"며 "영장 재발부가 피고인에 대한 유죄를 예단하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변호인 전부가 사퇴하면 공판 자체를 진행할 수 없다. 새로운 변호인을 선임하거나 국선변호인을 선임해 재판을 진행해야 한다. 새로운 변호인이 십만 쪽이 넘는 수사 기록과 재판 진행상황을 새로 검토해야 해서 심리가 상당 기간 지연될 수밖에 없고 국민 관심 가지는 중요한 사건이라 피고인 방어권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신속히 재판 지속해 실체적 진실을 국민 앞에 밝히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검찰 측도 "추가 구속영장 발부는 적법한 절차에 이뤄진 것이므로 변호인단에서 하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며 "적법한 절차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변호인단이 전부 사임하겠다고 의사 표현하신 부분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 적절한 재판 진행을 위해 박근혜 피고인 측께서 협조해주시기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변호인 선임 시간 등을 확보하기 위해 17일 기일 진행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일단 19일 오전 10시에 기일을 재지정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을 위해 가장 유리한 변론을 할 수 있는 변호인단"이라며 "실체 규명도 조속한 시일 내에서 하는 걸 고려해 사임 여부 신중히 재고하기를 다시 한번 요청한다"고 했다.
 
변호인 선정에 대한 기간 제한 규정은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 만일 박 전 대통령 측에서 사선 변호인 선임 의사를 밝힐 경우 재판 지연 가능성이 존재한다. 사건 분량이 방대하고 복잡한 사건이라 사선 변호인 물색과 선정은 쉽지 않아 보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16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구속 연장 후 처음으로 열린 80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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